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기열 KI YULL YU Oct 30. 2017

걷는 사람이 드물다

껀터시는 물론 내가 가본 베트남 남부지역에는 걷는 사람이 드물다. 거리엔 오토바이와 차가 가득하다. 사람은 걸어 다니는 대신에 오토바이나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오토바이는 고속도로에서도 질주한다.

4km는 보통, 10km 넘는 길도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머리에 무엇인가를 이고 걸어 다니는 아프리카 르완다와 우간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인도에 보행자가 북적거리는 서울의 모습과도 딴 판이다.


인도에 걷는 사람도 횡단보도에 기다리는 사람도 안 보인다

걸으면 건강에도 좋고 경제적일 텐데 베트남사람은 왜 걷지 않을까? 이유를 물어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몇 달 살아보니 나름 이해가 된다.


첫째 걷는 것보다 오토바이 타는 게 편하고 안전하다.

시내 중심가는 인도와 횡단보도가 있다. 그러나 인도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몇 안 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은 눈 씻고 맘먹고 보아야 볼 수 있다. 


베트남에 온지 2개월이 넘었지만 시내 중심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은 손으로 셀 정도로 드물다. 교통신호체계가 차와 오토바이 중심으로 되어 있고, 사람은 상점에 물건을 사러갈 때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걷지 않는다. 당연히 걷는 사람이 적다 보니 많이 다니는 오토바이와 차가 자연스럽게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횡단보도를 걸어서 건너려면 맘 단단히 먹어야 한다. 걸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보다 오토바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훨씬 쉽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나 변두리로 나가면 변변한 인도와 횡단보도, 그리고 교통신호등도 없다. 몇km를 가도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가 많다.

시내 변두리에 살고 있는데, 사는 집에서 하우강까지 2~3km된다. 걸어서 왕복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다. 그런데 산책을 자주 못한다. 이유는 걸어서 산책하기가 위험하고 먼지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하우강으로 산책을 가려면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한다. 집 옆에 사거리가 있긴 한데 교통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없다. 어느 날 10분 이상을 사거리에 서서 지켜보았는데 걸어서 건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낮에는 물론이지만 이른 새벽이나 해가 진후에는 길을 건너는 것이 위험해 자연스레 산책을 꺼리게 된다. 길을 건너가도 인도가 없어 걷기도 불편하고 질주하는 오토바이도 위험하고 먼지도 많이 나는 것도 산책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집 옆 사거리,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없고 걷는 사람이 안 보임

둘째는 날씨가 덥고 매연과 먼지가 심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남부 지역은 해가 있는 낮 동안에는 30도가 오르내리는 더위가 계속된다. 이런 더운 날씨에는 길을 걷는 자체가 힘 든다. 게다가 이런 무더위 아래 매연과 먼지 속을 마스크를 착용하고 누가 걸어 다니려 하겠는가? 오토바이를 타면 빨리 달릴 수 있어 시원하기라도 하지 않는가? 


셋째 경제수준의 향상에 따른 승용차의 증가다.

베트남자동차생산자협회(Vietnam Automobile Manufacturers' Association, VAMA) 통계에 의하면 베트남의 승용차 판매율은 전년대비 ’14년 43%→’15년 44%→’16년27% 증가하여 2016년에는 18만2347대가 판매되었다. 이러다보니 호치민 같은 대도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전용도로가 분리되어 가는 추세다. 물론 껀터시는 아직까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공용도로뿐이지만 운행하는 것을 보면 1차선은 주로 자동차, 2~3차선은 오토바이가 다닌다.

껀터강위의 보행교와 시민들

사람은 안전하고 편리한 것을 선택한다. 베트남인이 거리를 많이 걸어 다니지 않고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결국은 그게 더 안전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껀터시가 시민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많은 시민들이 시내거리를 웃으며 산책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그런데 그날을 기다리지 않고 당장 즐겨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TTC Hotel에서 Victoria Hotel사이의 껀터강 위를 걸어서 건너다닐 수 있는 산책로와 이어진 공원이다. 연인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고, 친구들끼리 떠들며 걸으면서 주변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거나, 유람선을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멋진 네온사인 조형물과 보안등이 설치되어 있어 산책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미루거나 기다리지 말고 한번 걸어보기를 권한다. 그곳만은 걷는 사람들 세상이다.

작가의 이전글 파파야 열매국을 먹어 보셨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