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기열 KI YULL YU Nov 06. 2017

Chuối가 뭘까요? 베트남어 모르면 생활하기 어려워

베트남의 언어장벽은 생각보다 높다. 외국인이 베트남 생활에서 부딪히는 큰 문제 하나가 언어장벽이다. 아마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온통 베트남어로 된 거리, 상가, 건물의 간판과 표지판

이유는 첫째 공용어가 베트남어이다. 정부기관의 공문서, 교과서, 거리의 간판, 교통표지판, 마트의 상품명과 설명 등 거의 모든 게 베트남어로 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베트남어 이외의 언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일반인들은 영어소통이 잘 안 된다.



소금과 설탕을 산다는 게 잘 못 산 1kg와 454g 짜리 조미료

이 때문에 베트남에서 물건을 사며 웃지 못 할 경험을 했다. 롯데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왔다. 소금, 설탕과 조미료를 산다고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설탕은 없고 조미료만 2봉지가 있었다. 이들 물품의 진열대가 붙어 있으며 포장의 상품명과 설명이 베트남어로 되어 있고 물건의 색깔과 모양이 비슷해서 일어난 일이다. 


둘째 베트남어는 몇 가지 고유특징이 있다. 

베트남어알파벳은 영어알파벳을 사용하지만 영어알파벳과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영어는 26자이지만 베트남어는 29자이다. 영어는 모음이 5, 자음이 21이지만 베트남어는 모음이 12, 자음이 17이다. 영어에 있는 F, J, W, Z가 없는 대신에 Ă, Â, Đ, Ê, Ô, Ơ, Ư이 더 있다. 


뿐만 아니다. 6개의 성조(聲調)가 있어 같은 단어라도 성조의 유무, 성조의 종류에 따라서 뜻이 다르다. 거기다 Ă, Â, Đ, Ê, Ô, Ơ, Ư와 같은 글자 위아래에 5개 성조부호까지(1 성조는 아무 부호가 없는 것을 말하여 부호는 5개만 있다.) 표기하면 아주 요상한 모양의 글자로 보인다. 아주 낯설다.


어순(語順)이 주어→동사→목적어 순이어서 주어→목적어→동사 순인 우리말과 다르다. 물론 영어권 사람은 친숙할 것이다.

수식어인 형용사가 명사나 피수식어 뒤에 온다. 영어를 비롯한 보통 대부분의 언어에서 형용사는 피수식어 앞에 오는 것과 반대다.


셋째 베트남어가 외국인을 궁지에 몰아넣는 게 있다. 세계 어디서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바나나(Banana), 파인애플(Pineapple) 등도 영어발음과 전혀 다른 Chuối(쬬이), Trái Dứa(짜이 즈어) 또는Trái Khóm(짜이 콤)으로 쓰고 말한다. 한국같이 한글사랑이 유별난 나라에서도 바나나, 파인애플, 토마토 등은 쓰기는 한글로 쓰지만 발음은 영어표현을 거의 그대로 따르는데 말이다. 그래서 바나나, 파인애플 하면 알아듣는다

Big C 마트의 영수증

헌데 베트남에서는 그렇지 않다. 자기들 고유의 이름을 쓴다. 바나나를 보고 그냥 발음 나는 대로 베트남어로 바나나라고 표기하면 편리할 텐데 그렇지 않다. 바나나나 파인애플과 전혀 다른 발음으로 생뚱맞게 불러진다. 마트에서 바나나를 샀더니 영수증에 Chuối unifarm, 토마토는 cà chua da lat라고 적혀 있었다. 이러다보니 물건, 거리 이름 등이 잘 안 외어진다.

 

베트남인의 베트남어 사랑은 알아 줄만한 하다. 아파트 같은 곳도 출구를 ‘EXIT’로 표기한 것 말고는 모두 베트남어다. 무슨 공고가 붙어 있어 보아도 전부 베트남어라 속된 말로 죽인다는 지 살린다는 지 알 길이 없다. 


넷째 베트남어는 표준어가 셋이나 된다. 베트남 북부, 중부, 남부에서 사용하는 표준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별 TV방송은 자기 지역 표준베트남어를 사용한다. 베트남 본토사람도 다른 지역사람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고 실토할 정도다.


따라서 베트남에 정착해서 영업을 하거나 장기간 거주를 하는 경우는 베트남어 배우기를 권한다. 공부하기가 싫다면 일상생활에 자주 쓰는 생활베트남어라도 차근차근히 배우면 도움이 된다.


Chuối. 베트남말로 바나나다. 이런 베트남어가 판을 치지만, 베트남어를 몰라도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서 활동하는 데는 큰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웬만하면 영어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게 안 되면 영어를 잘 하는 직원으로 하여금 베트남어로 통역하도록 하면 된다. 또 다행인 것은 요즘엔 삼성 같은 대기업진출이 확대되고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베트남인이 늘어나 한국말 통역사 활용이 예전보다 쉬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는 물론 베트남어도 잘 하는 게 좋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베트남어로 자기표현을 하고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이 또한 저를 포함 많은 외국인의 바람이기도 하리라.


필자 주

1. Big C 마트 영수증에 바나나를 Chuoi Unifarm으로 표기했는데, 여기서 Unifarm은 캐나다에 본사를 둔 비료, 농약제조와 농산물 수출회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며, 마트에서는 베트남어에서 성조 등을 빼고 사용하는 것 같으며, 실제로 바나나는 성조와 공식적인 베트남어로는 Chuối다. 

2. 파인애플은 Trái 대신 Quả를 쓰기도 하며 이 말들은 과일을 뜻해서 빼고 그냥 Dứa로 말하기도 한다.        


작가의 이전글 걷는 사람이 드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