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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un 02. 2020

세계서 가장 큰 바위탁자, 테이블 마운틴

약15kg의 배낭을 메고 해발 1,086m의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을 걸어서 올라갔다왔다. 산길은 거의가 바위로 되어있었다. 깎아지른 듯 아찔한 절벽은 금방이라도 머리위로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정상은 일반 산봉우리와 달리 넓은 벌판이었다. 


케이블카는 8월 15일까지 정기점검 중이라서 운행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미리 알고 오르기를 포기하고 아예 타는 곳까지 와보지도 않았다. 허나 나는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여행사나 여러 사람에게 물었다. 방법은 오직 하나 걸어서 오르는 것이었다. 


호텔에 있는 여행사의 나이든 직원은 위험하니 가지마라고 했다. 길을 잘 못 들면 사람들이 잠자는 체 하고 있다가 강도로 변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다른 사람은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그곳 사무소에서 그룹을 만들어주면 참여를 하라고 했다. 모두다 혼자는 가지 마라 했다.


영국 BBC가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5곳 중 으뜸’이라고 한 곳을 눈앞에 두고 올라보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말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올라가보고 싶었다. 


2014년 7월 31일 아침 무조건 택시를 불러 타고 호텔을 출발하여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갔다. 9시 30분이었다. 불과 몇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방문자 집(Visitor Center)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케이블 타는 곳은 침입금지를 알리는 줄이 쳐 있고 안에서 사람들이 작업을 하였다.


막막했다. 여차하면 타고 간 택시로 내려오려고, 기사에게 대기료를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10여 분 서성였다. 승용차가 안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가니 길이 쭉 나 있었다. 뒤따라가다가 되돌아 나왔다.


그 때였다. 외국인 가족으로 보이는 5명이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가냐고 물었다. 산을 올라간다고 했다. 같이 가도 되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택시기사에겐 대기한 것을 감안하여 요금을 주며 가도 좋다며 보냈다. 


외국인 가족 일행과 함께 포장된 2차선 도로를 30분쯤 걸었다. 플래태클립계곡 안내소(Platteklip Gorge Information Center)와 등산로 입구가 나왔다. 10시 17분에 옆의 등산로 입구를 들어섰다. 바위산이라 그런지 키 큰 나무는 별로 없고 떨기나무(관목)와 풀이 주를 이루었다. 숲 그늘이 없어 햇볕에 노출된 탓인지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바위산을 은은히 울리는 악기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올라가니 한 청년이 실로폰을 연주하고 있었다. 몇 푼을 바구니에 넣었다. 


쉬었다가 얼마를 오르니 절벽의 바위틈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몇 방울을 받아서 마셨더니 기분이 좋고 힘도 생겼다. 



왼쪽부터; 정상과 산책로, 정상에서 바라본 케이프타운과 대서양, 금방 무너질 듯한 바위 절벽


정상에 오르니 평원이 펼쳐졌다. 정확히 12시였다. 길이가 약3.2km의 평원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다. 케이프타운 쪽으로는 전망대(View point)가 여러 개 있다. 그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케이프타운과 대서양이 보였다. 바다 멀리 희미하게 섬도 보였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감옥생활을 했던 로빈슨 섬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바다와 감옥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여러 개의 전망대를 거쳐 가니까 끝에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곳이 있었다.  그 앞에는 동(銅)으로 만든 테이블 마운틴 모형이 있다. 그리고 카페와 기념품점도 있다. 그날은 모두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이 닫혀 있었다.


테이블 마운틴 서쪽에는 악마의 봉우리(Devil's Peak), 동쪽에는 사자머리(Lion's Head)가 있다. 사자머리는 뾰족하고 동쪽 아래로 이정표언덕(Signal hill)이 길게 드러누워 있다.


내려오다 같이 간 일행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작별인사를 했다. 가족일행은 여행일정상 시간이 없고, 나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조금 더 산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가족과 헤어진 후 주변을 보니 계곡에 맑은 물이 흘렀다. 올라갈 때는 못 보았던 계곡물이었다. 물속에 발을 담갔더니 발이 시려 바로 뺐다. 손, 얼굴, 발을 씻고 키 작은 나무아래 앉아서 쉬었다. 피로가 다소 풀렸다.


아침에 출발한 케이블카 타는 곳에 오니 오후 3시 20분이었다. 9시 50분에 이곳을 출발하였으니 테이블 마운틴을 올라갔다 오는 데 5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걸어서 올라갔다온 산을 올려다보니 까마득히 멀고 높아만 보였다. 저 높고 먼 곳을 갔다 오다니! 나 자신이 대견해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탁자 위에 앉아 보았다. 걸어도 보았다. 어루만져도 보았다. 바람이 춤추는 가운데 구름과 함께 장난도 해보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난 탓인지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엇을 이루었다는 보람과 함께 기분도 좋았다. 고생은 되었지만, 걸어서라도 오르지 않았으면 두고두고 크게 후회할 뻔 했다.    


The largest rock-table on an earth, Table mountain 

Carrying around 15kg of a backpack, I trekked on foot Table Mountain of above 1,086m sea level in Cape Town, South Africa. The path was almost rocky. It was sheer, so will make you dizzy with cliffs collapsing over your head at any moment. Peak was broad field unlike a regular mountain peak.


I sat on the world's biggest rock table as well as walked on it and touch caressed it. I've played joking with the clouds dancing in the wind. I didn't feel tired due to doing what I want to do. Rather than being tired, I felt good and had satisfaction with what is achieved. Although suffering is, it is good to climbup Table Mountain on foot. Not doing so, I would have regretted greatly ever 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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