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부호수(Lake Kivu)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다. 해발 1,459m에 있으며 표면적은 2,370㎢(일부 자료는 2,700㎢), 가장 깊은 곳은 485m라 한다. 호수 깊이로는 세계에서 18번째다. 그리고 내륙호수에 있는 섬으로는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이주이(Idjwi) 섬이 있기도 하다.
동아프리카의 열곡(裂谷, Rift valley)에 위치하고, 약1억5백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절경 1001(마이클 브라이트 지음, 이경아 번역)’에도 소개되었다. Kivu라는 이름은 Bantu어로 호수(Lake)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호수 중의 호수라고 봐야겠다.
◉호수라기보다는 바다 같아, 아이들은 호수연안을 따라 국경을 자유로이 왕래
나는 운이 좋아서 르완다에 온지 2개월도 안 되어 그곳을 2번 가보았다. 실제 가보니 호수라기보다는 바다로 보였다. 수평선은 끝이 안 보인다. 길게 뻗은 모래사장을 거닐거나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쾌 많았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콩고의 어린이들도 섞여 있었다. 호수 가운데로 르완다와 콩고의 국경이 있는데 어린이들은 거의 통제받지 않고 호숫가를 따라 국경을 넘어 르완다 지역에 와서 자유롭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에 있는 국경지역은 양국 군인들이 감시하고 검문한다. 우리나라 일반 검문소와 비슷하며 별다른 시설이 없다. 그러나 사진촬영은 금지되어있다. 소문과는 달리 평화로워 보였다.
호수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호수 연안을 따라 르완다지역에는 기세니(Gisenyi), 키부예(Kibuye), 창우구(Cyangugu)시가 있고 콩고지역에는 고마(Goma), Sake(사케), 카바레(Kabare), 부카부(Bukavu)시가 있다. 호수의 약58%는 콩고에 속하며, 나머지 42%는 르완다지역에 있다.
내가 직접 본 곳은 르완다의 기세니 지역에 있는 주변 호수다. 호수 바로 옆에 Hotel Kivu Serena가 있다. 하루 숙박비가 160US$정도라 한다.
◉사색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수녀원
여기서 약8km정도 호수 왼쪽 옆을 끼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휴양지가 있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데 하루 숙박비가 2만프랑(35,000원정도), 한 끼 식사는 2천프랑 정도다. 경치와 풍광은 Hotel Kivu Serena 부근보다 여기가 훨씬 좋고 아름답다.
처음 간 날 프란시스코라는 수녀가 특별히 염소구이를 해주었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호수를 바라보며 푸른 잔디밭에서 이국적 음식을 먹는 것 또한 특별했다. 거기다 하늘을 찌를 듯 자란 키 큰 행운 목, 우리나라 정자목처럼 자란 아카시아 카루, 크고 아름다운 꽃이 많이 핀 플루메리아(Plumeria),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아보카도와 대추야자 등이 찾아온 이들을 반겨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메탄가스 매장량 약 550㎥-르완다정부의 개발열망 커
르완다에서 가장 큰 키부호수는 수자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에너지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메탄가스 매장량은 약550억㎥로 추정한다. 이처럼 많은 메탄가스가 있는 것은 호수가 화산지대에 있어, 화산활동과 호수의 상호작용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호수 가운데 멀리 메탄가스를 뽑아내기 위해 설치한 시설 하나가 어렴풋이 보였다. 실제 가보고 싶었으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가보지 못해 아쉽다. 현황판 내용에 따르면 시범공장(Pilot plant)에서 메탄가스를 이용하여 인구 15만의 기세니시 전력수요량의 반을 공급하고 있다고 되어 있으나 믿어지지 않는다. 기술력, 시설 등에서 신뢰가 안 간다. 아무튼 르완다 정부는 이 메탄가스를 개발하기 위해 세계 관련기구나 국가와 협상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013. 2. 14일자 The New Times 기사).
이 메탄가스는 물에 녹아 수심(水深) 260m 아래 축적되어 있다고 한다. 메탄가스의 분출압력보다 물이 누르는 압력이 커서 메탄가스가 물에 녹아 깊은 물 아래 있는 것이 가능하단다. 그리고 가스가 수심 260m 아래 갇혀 있고 악어와 하마가 없어 수영을 해도 안전하다고 현황판에 쓰여 있다.
키부호수 위로 노을이 질 무렵 밀려오는 어둠과 함께 사람들은 하나 둘씩 떠나갔다. 남겨진 건 적막함과 한산함이었다. 그것은 쉬지 않고 출렁이는 물결소리가 차지했다.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모르는 우리나라 해변의 열기와는 사뭇 달랐다.
어둠을 헤치는 파도소리 너머로 낮 동안에 해수욕과 여가를 즐기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해수욕은 그렇다 치자. 낮에 본, 자연 속에 동화되어 연인과 친구들끼리 한가로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은 생활고에 잃어버린 나의 젊은 날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었다. 아프리카엔 헐벗고 굶주리는 검은 사람들이 사는 것으로 생각하던 나의 기존의 낡은 사고도 산산이 깨져버렸다. 이래서 직접 가서보고 접하며 느낄 수 있는 여행이 중요하다. 누가 이런 아프리카를 못산다고 업신여길 수 있는가?
필자주
아래 영문은 그곳에 세워진 호수 현황판 내용의 일부다.
Carbon dioxide and methane are dissolved in the deep water. They accumulated below 260m over hundreds of years.
Gases can come out of the lake, if the gas pressure would become larger than the water pressure. Currently, the water pressure is twice the gas pressure. There are no gas outbursts. Gases are trapped deep and far away from the surface and shores. There are no crocodiles and no hippopotamus. So it is safe to sw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