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화장한 듯, 열매는 얼핏 뱀 같은 빨간 아카시아
유기열의 씨알여행 186
빨간 아카시아는 낙엽성 큰키나무(喬木)다. 잎은 짝수2회깃꼴겹잎(偶數二回羽狀複葉)이다. 꽃이 한창 필 때는 불타는 듯하다. 꽃은 완전갖춘꽃으로 대체로 빨갛지만 꽃잎 1개가 흰색, 노란색 점과 선 등으로 화장한 듯 곤충 유인(誘引)무늬가 있다. 익은 열매는 끝이 좁고 약간 구불구불한 혁대(革帶)처럼 생긴 꼬투리열매(莢果)로 나무에 달려 있을 때는 얼핏 뱀 같다. 씨는 도톰한 긴 타원형으로 검거나 흑갈색이다.
빨간 아카시아나무는 열대식물로 콩과(Fabaceae)이며, 학명은 Delonix regia, 영명은 Red acacia, Flame tree, Flamboyant flame of the forest, 베트남어 이름은 phượng vĩ(불꽃나무)이다.
.키와 수형: 빨간 아카시아는 10m이상의 큰키나무다. 수형(樹形)은 위가 넓고 편평한 편이나 환경에 따라 2차 줄기와 가지가 아래로 휘어 처질정도로 긴가하면 편평하지 않고 반구(半球)모양도 있다.
.잎과 가시: 잎은 마주나기하며 짝수2회깃꼴겹잎이며 길이가 20~50cm로 크다. 한국의 아카시나무와 달리 잎은 물론 줄기와 가지 어디에도 가시가 없다. 그런데 탄자니아 세렝게티국립공원에서 본 관목(灌木, Shrub)형 아카시아나무에는 가시가 많았고, 여행가이드는 기린이 그 나뭇잎을 좋아한다고 했다.
.꽃: 빨강색이 주를 이루나, 주홍, 주황색도 있고 가장 큰 꽃잎(기준꽃잎)엔 흰색, 연한 노란색 반점과 선 등으로 된 유인무늬가 있다. 이러한 무늬는 꽃가루받이를 잘 하기 위하여 곤충을 정확한 지점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꽃의 지혜로운 전략이다. 꽃 나름의 화장(化粧)이나 분장(扮裝)인 셈이다.
꽃받침은 끝이 뾰족한 긴 타원형이고, 5개이며 겉은 연녹색이나 연노랑색이고 안쪽은 빨강색이다. 크기는 길이2.0~2.5cm, 너비0.4~0.6cm다. 꽃잎은 5개이며 길이3.0~5.0cm, 너비2.5~4.5cm다. 꽃부리(花冠) 지름은 6~9cm다.
수술은 10개, 수술대Filament)는 빨갛고 꽃가루는 노랗다. 암술은 1개, 색은 연녹색이나 연노랑이고 꽃밥이 달린 수술보다 대체로 짧은 편이다.
.열매: 양끝이 좁고 구불구불한 짧은 혁대처럼 생긴 꼬투리열매(莢果)다. 초기엔 녹색이며 익으면 흑색, 흑갈색이다. 나무에 무리지어 달려 있을 때는 얼핏 뱀 같다. 크기는 길이30~50cm, 너비 3~6cm, 두께1.0~1.5cm다. 열매는 익으면 나무에 달린 채 양 옆구리 이음선(縫線)이 벌어져 2조각이 되어 씨를 내 보낸다. 강풍이나 벌레피해가 없으면 덜 익은 열매는 말할 것도 없고 익은 열매도 벌어지지 않은 채로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열매 안에 씨가 들어 있는 상태는 관찰하기 어려웠고 열매껍질은 2조각난 빈껍데기뿐이었다.
열매 껍질은 딱딱하고 단단하다. 땅에 떨어질 땐 거의가 다 2조각으로 벌어져 씨가 빠진 상태다. 땅에 떨어진 후 비를 맞아 오래되면 구불구불한 열매가 펴져 약간 중앙이 굽은 모양이 되어 갈라진 칼집 같다. 안쪽은 씨가 들어 있던 자국이 선명하여 총알 집처럼 보인다.
1개 열매에는 20~60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 씨는 도톰한 긴 타원형으로 길이17~22mm, 너비4~6mm, 두께1.5~2.5mm다. 한 쪽 끝에 짧고 가는 줄이 달려 있다. 이것은 씨를 열매의 맥에 붙어 있게 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 바싹 마른 씨는 차돌처럼 단단하고 딱딱하고 물속에 2개월을 담가 놓아도 잘 불지 않았다. 그러나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씨는 대부분 벌레가 먹어 구멍이 뚫려 있거나 썩어 있었다. 그 중에서 불어 다소 연한 씨의 껍질을 벗겼더니 끊어지지 않고 테이프처럼 구겨지며 벗겨졌다. 씨껍질은 0.1mm정도로 얇으며 씨 알갱이는 흰색에 가까웠다. 알갱이는 3조각으로 되어있고 가운데 조각은 양쪽의 다른 2개보다 노란색이 짙었다. 가운데 조각 안에 배(胚)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뿌리혹: 쓰러져 뿌리가 뽑힌 빨간 아카시아나무를 관찰하였더니 뿌리혹(根瘤, Root nodule)이 없었다. 그러니까 콩과식물이지만 콩처럼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양분을 생성할 수 없다.
꽃으로 나비를 만들기도 한다.
껀터대학 여대생이 꽃으로 만들어 준 나비빨간 아카시아 꽃은 꽃 자체로 아름답다. 그런데도 잘 보이는 큰 꽃잎에 흰색, 노란색 점과 선 등을 넣은 곤충 유인무늬(誘引紋樣)가 있어 더 아름답다. 꽃이 곤충에 잘 보이려고 화장을 한 셈이다. 열매는 씨가 완전히 익어 껍질이 2조각으로 쪼개져 씨를 다 밖으로 내 보낼 때까지 나무 가지 끝에 달려 있고 씨는 차돌처럼 단단하다. 벌레나 짐승의 피해를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