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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ul 20. 2020

살라열매는 포탄 닮고 씨는 티투성, 아름다운 꽃과 딴판

유기열의 씨알여행 185

살라나무는 대가족제 나무다. 꽃봉오리, 꽃, 미숙열매, 완숙열매가 함께 산다. 열매와 씨는 꽃의 아름다움과는 완전 딴판이다. 열매는 둥근 포탄(砲彈)을 닮았다. 겉껍질은 2겹으로 아주 단단하다. 열매살(果肉)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도톰한 타원형이며 겉은 티 투성이고 거칠다. 


살라나무는 벌과 나비를 불러들여 수정하기 위하여 아름다운 꽃을 핀다. 이들 꽃은 수백 송이가 1년 내내 계속 핀다. 먼저 핀 꽃은 수정을 하여 열매가 익는다. 그 열매 옆에서 또 꽃이 핀다. 나중에 핀 꽃 역시 씨받이를 하여 열매를 맺어 씨를 생산한다. 꽃에서 씨가 되기까지를 1대(代)라고 한다면 살라나무는 1대 2대 3대가 아니라 4대 5대 이상이 함께 사는 대가족을 거느리는 셈이다. 꽃 옆에 열매, 익은 열매 곁에 꽃봉오리가 모여 아무렇지 않다는 듯 산다.


<열매>

살라나무 열매와 달린 모습

.열매는 보통나무와 달리 가지 끝에 열리지 않고 몸통줄기와 굵은 줄기에서 나온 열매축에 달린다. 열매축은 휘어지기는 해도 잘 끊어지지 않는 칡덩굴 같고 굵기는 지름 1~3cm다. 크고 무거운 열매를 맺어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나무에 매달려 있게 해 좋은 씨를 생산하여 잘 보호하기 위함이다.


.모양은 공처럼 둥글고 겉은 피목(皮目)같이 생긴 것이 수 없이 많고 거칠다. 전혀 매끄럽지 않다. 열매 끝(열매자루 반대 쪽) 부위는 뚜껑을 덮은 듯 약간 튀어 나와 있어 둥근 포탄처럼 보인다. 그래서 영어로 Cannonball(砲彈)이라고 불러졌나 보다.


.크기는 지름이 15~25cm이다. 색은 갈색, 적갈색이다. 무게는 익을수록 무겁고, 1~5kg으로 다양하다.

.열매껍질은 단단하다. 덜 익은 생 열매는 큰 칼로 벨 수 있으나 마르거나 익은 열매는 칼로는 자르기 어렵고 망치나 돌로 두들겨 부수어야 한다.


.덜 익은 신선한 열매를 코코넛 열매를 자르는 큰칼로 잘라보았더니 열매살(果肉)은 물기가 거의 없는 딱딱한 생고무가 섞인 스펀지나 박속같았다. 열매살 가장자리로 씨가 많이 박혀 있었다. 열매살은 공기에 접촉하면서 하얀 색이 차츰 청회색으로 변하였다. 덜 익은 열매를 몇 달 두었다가 열매를 깨트려 보았더니 속살은 곰팡이가 슬고 썩어 새카만 숯처럼 변해 있었다.


익은 살라나무 열매의 2겹 겉껍질과 순두부 죽 같은 열매살(육질)

나무에서 바로 딴 익은 열매를 망치로 두들겨 부셔보았다. 겉껍질은 아주 단단한 표주박 같았고, 2중(2겹)으로 되어 있었다. 열매살은 차진 순두부 죽 같고, 색은 붉거나 검붉거나 진한 핑크가 섞여 있었다.


<씨>

.씨는 1개 열매살 속에 수십 개가 들어 있었다. 덜 익은 열매는 씨가 열매살에 들어 있는 모습이 뚜렷하고, 호박이나 오이 속의 씨와 비슷하다. 그러나 익은 열매는 열매살이 죽처럼 되어 있어 씨가 잘 안 보이고, 손으로 열매살을 쥐어짜면 작은 덩어리로 빠져 나와 볼 수 있다. 그것도 씨의 겉에 실모양의 털(모용)같은 것이 많다. 이것은 물로 씻어도 잘 안 떨어진다. 그리고 씨와 열매살의 분리가 잘 안 되어 육안으로는 씨인지 건더기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열매살에서 분리한 씨를 물로 깨끗이 씻어 말렸다. 씨는 도톰한 타원형으로 겉은 톱밥이 묻은 듯 티 투성이로 지저분했다. 크기는 길이 1.0~1.5cm, 너비 0.7~1.0cm, 두께 0.3~0.6cm다.

.씨 겉은 얇은 막으로 덮여 있고 이 얇은 막에 털이나 톱밥 같은 티가 붙어 있다. 이 얇은 막을 벗겨내면 껍질이 딱딱하고 매끄러운 씨가 나온다. 이때의 모습을 확대해서 보면 조개 모습이다. 이처럼 씨에 털 같은 것이 많이 있고 씨껍질이 단단한 것은 씨를 새 등의 동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티 투성인 거친 씨

.씨 색은 초기에는 하얗거나 옅은 베이지 색이며 익으면 갈색, 적갈색이다. 

.약1mm의 딱딱한 씨껍질을 깨보니 씨 알갱이는 초기 덜 익은 씨와 같은 흰색이었다.


살라나무는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지혜롭기까지 하다. 왜 아름다운 꽃을 피어야 하는가? 왜 열매는 몸통줄기에 맺어야 하는가? 왜 씨는 털이 많아야 하는가? 궁극적으로 이러한 이유가 지구상의 엄혹한 생태계에서 오래 잘 살아 남아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주


1.대가족제 나무: 나무는 일반적으로 온대지역에서는 1년에 한 번 꽃이 피고 한 번 열매가 맺는다. 그래서 한 나무에 꽃과 열매가 공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4계절이 없는 열대 지역에서는 일부 나무는 한 나무에 꽃과 열매 등이 공존하기도 한다. 특히 꽃이 피어 열매와 씨가 익는 기간이 짧거나 반대로 그 기간이 긴 나무의 경우 꽃, 열매, 씨가 공존한다. 이와 같이 꽃, 열매, 씨가 공존하는 나무를 필자는 대가족제 나무라고 부른다. 아직 어디서도 이런 “대가족제 나무”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2.씨의 겉에 있는 털을 모용(毛茸, trichome, hair)이라 한다. 모용은 식물이 표피나 그 밖의 식물체 특정 부위에 만드는 털. 비늘 등의 조직을 말한다. 이들의 역할은 외부의 적을 보호하거나 양분을 흡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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