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기열 KI YULL YU Aug 10. 2020

열매이삭 끝이 자란 가지에 꽃이 피는 나무가 있을까?

유기열의 씨알여행 188

있다. 병솔나무가 그렇다. 

병솔나무는 열매가 달린 이삭 끝이 자라고, 거기에 다시 꽃을 피운다. 열대지역에서는 한 나무에 꽃, 덜 익은 열매, 익은 열매와 씨가 함께 있는 것은 흔한 현상이다. 그러나 열매가 익어 씨를 품고 있는 이삭 끝에서 자란 가지 끝에 꽃이 피는 나무는 내가 아는 한 병솔나무가 유일하다. 


병솔나무는 호주 특산식물로 알려져 있다. 학명은 Callistemon viminalis, 영명은 Weeping bottlebrush다. 한국에서는 병솔나무 또는 수양(垂楊)병솔나무로 불리고 있다. 병솔나무는 여러 재배품종이 있어 특징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나무형태와 잎: 병솔나무는 키가 3~10m의 굵은 줄기를 가진 큰 관목(灌木)이거나 작은키나무(小喬木)라고 하나 내가 껀터대학교에서 본 것 중에는 작은키나무(小喬木)로 보기엔 너무 큰 나무도 있었다. 수양버드나무처럼 가지가 길게 늘어지고, 물을 좋아해 습지나 물가에서 잘 자란다. 잎은 피침형(披針形)으로 길이4~7㎝, 너비3~8㎜이고 어긋난다.



.꽃은 가지 끝에 10~60개가 다닥다닥 피어 둥그런 병솔 모양을 한다. 그것은 길이4~20㎝, 지름3~6㎝다. 

놀랍고 신기한 것은 처음 핀 꽃이 열매를 맺고 익는 동안에 열매이삭 끝에서 다시 새순이 나와 자란다. 뿐만 아니라 새로 자란 가지에 다시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다. 


식물에 관심이 많아 수백 종이 넘든 나무를 관찰했지만, 병솔나무처럼 익은 열매가 달린 이삭 끝이 새로 자라 그곳에 꽃이 핀 것을 본 기억이 없다. 


꽃은 완전 갖춘 양성화다. 꽃잎은 5장이며, 한 장 한 장은 아래쪽이 약간 튀어나온 원형에 가깝다. 꽃은 옆으로 벌어져 있는 편이어 5장 꽃잎이 붙어 있는 모습은 접시 모양을 한다. 색은 연한 녹색, 연노랑, 흰색이다. 꽃잎 1장의 크기는 지름이 3~4㎜이고 전체 화관(꽃부리)은 6~10㎜다.


꽃받침은 짧은 종모양이며 진한 녹색이어서 꽃잎보다 눈에 잘 띈다.

꽃술은 암술 하나, 수술은 여러 개다. 색은 모두 빨갛다. 병솔나무 꽃이 빨갛고 아름다운 것은 꽃잎 때문이 아니고 꽃술 덕분이다. 특히 수술은 한 꽃에 5개의 원통다발로 되어 있거나, 이들 다발이 붙어 하나의 원통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대체로 하나의 작은 원통다발에는 10여개의 수술이 있고, 한 꽃에 40~60개의 수술이 있다. 수술 길이는 2~5㎝로 짧은 것과 긴 것의 차이가 크다. 암술 길이는 대체로 수술 긴 것보다 짧다. 수술 끝에 달린 꽃밥(葯)은 터지기 전에는 곤충 핀 머리 같고 빨갛다.


.열매열매는 20~40개가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위 원둘레에 1㎜정도의 끝이 뾰족한 침 5개가 붙어 있는 종모양의 캡슐이나 굽 낮은 둥근 잔 같다. 크기는 높이(길이)3~5㎜, 위의 지름 3.5~5.5㎜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나 익으면 과일 배 껍질 색에 가깝고 오래되면 흑갈색이나 흑색이 된다. 위가 벌어지기 전에는 덮개(뚜껑) 표시가 없이 한 몸처럼 위가 완전히 봉(封)해져 있다가 익으면 3칸으로 벌어지며 씨를 내보낸다. 껍질은 목질이며 단단하다. 1개 열매에는 30~수백(?)개의 씨가 들어 있다.


.: 씨는 눈으로 보면 티끌 같으나 확대해서 보면 긴 세모꼴이다. 크기는 길이0.9~1.1㎜, 너비0.1~0.2㎜정도다.


가을에 고개 숙인 벼이삭 끝에서 자라나온 새 순에 꽃이 피어 있는 것을 상상해보라. 신기하지 않겠는가? 풀인 벼가 그래도 신기할 진대, 하물며 나무는 말해 무엇 하랴! 그런데 그런 나무가 실제로 있으니 어찌 신기하지 않겠는가? 병솔나무가 그렇다. 우리의 상식, 나아가 상상마저 허물어버리는 병솔나무가 정말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필자 주

1. 문헌에 따라 병솔나무 학명은 Callistemon viminalis와 Melaleuca viminalis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속명 Callistemon은 그리스어 Kalos 즉 Beautiful과 Stemon 즉 Stamen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수술이란 뜻이다. 종명 viminalis는 라틴어 viminalis에서 유래된 것으로 길고 유연한 가지(Long and flexible twigs)라는 뜻이다.

2. Melaleuca viminalis 학명은 2006년 Lyndley A. Craven등이 재명명할 것을  제기하여 일부 자료에 사용은 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호주특산식물학회(Australian Native Plants Society Australia, ANPSA)는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3. 병솔나무 또는 수양병솔나무란 이름은 꽃이 달린 모습이 병을 씻는 솔을 닮고 가지가 실버들처럼 길게 늘어져 있어 영어로 weeping bottlebrush라 했고 이것을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4. http://anpsa.org.au, https://en.wikipedia.org, https://www.anbg.gov.au를 참고했다.

작가의 이전글 벌새나무 열매는 긴 네모줄, 꽃은 벌새보다 크고 무거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