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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Sep 21. 2020

브로치같은 열매송이, 열맨 껍질에 씨싸서 조각나 떨어져

유기열의 씨알여행 193-미모사피그라

멋모르고 관찰하다가 작은 나무 가시에 찔려 크게 고생한 일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나쁜 100대 침입 종의 하나인 미모사피그라 이었다. 


열매송이는 브로치(Brooch)처럼 보이나 껍질엔 가시가 빽빽이 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물론 줄기, 가지, 잎 등 나무전체에 날카로운 가시가 도사리고 있다. 열매가 익으면 껍질로 씨를 감싸 안은 채 조각조각 끊어져 바닥으로 떨어진다. 열매가 떨어질 때 열매를 빙 둘러싼 맥(脈)은 그대로 나무에 달려 있다. 그 모습 역시 브로치 같다.

 

왼쪽: 열매 송이, 오른쪽: 열매가 껍질로 씨를 싼 채 조각조각 떨어져 나간 뒤 나무에 남아 있은 열매 맥


가시투성이 열매껍질이 씨를 품고 조각이 나 떨어지는 것은 짐승이나 벌레로부터 씨를 보호함과 동시에 물에 뜨거나 동물의 몸에 달라붙어 거리 이동을 돕기 위함이다. 씨는 대체로 검고 납작한 긴 타원형이다.


2017년 10월 23일이었다. 베트남 껀터에서 활동한지 2개월이 조금 넘은 때였다. 근무하는 한-베 인큐베이터 파크 주변을 산책하였다. 아카시 어린 것으로 보이는 식물에 브로치처럼 보이는 것이 보여 아무 거리낌 없이 만졌다. 그러고 나자 손이 아프고 따가웠다. 여름 날씨라 반소매 옷을 입은 탓으로 팔도 언제 가시에 찔렸는지 피가 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관찰하던 것을 멈추고 곧장 사무실로 와 비눗물로 씻고, 피가 나는 팔엔 소독약을, 손에는 버뮬러를 발랐다. 손가락에는 아주 작은 가시가 박혀 있기도 해서 하나씩 뽑아내기도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은 사라지고 피도 멈추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엔 이 식물은 조심해 가며 사진도 찍고 관찰도 했다. 식물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나에게 아픔을 준 이것이 미모사피그라임을 알았다.


미모사피그라는 콩과식물로 학명 Mimosa pigra, 영명 mimosa, giant sensitive plant, bashful plant, cat-claw mimosa, black mimosa, 베트남명 Cây Mai Dương 이다. 공식적인 한국 이름은 없다. 그런데 Mimosa pudica가 한국에서 미모사로 잘 알려져 있는 반면에 미모사 피그라는 학명이지만 부르기 쉬워 나는 “미모사피그라”로 이름 지었다. 앞으로 식물명명 관련기관에서 공식적인 이름이 나왔으면 한다. 이때 “미모사피그라”는 미모사보다 큰 나무이기 때문에 “큰 미모사” “미모사나무”, 아니면 건드리면 잎이 오므라드는 등 예민한 반응을 하는 나무이므로 “신경나무” 중 하나로 이름 지어도 좋을 것 같다.


.수형과 잎: 높이 2~5m의 관목(Shrub)이다. 몸 전체에 끝이 날카롭고 굽은 가시가 있다. 잎은 2회짝수깃꼴겹잎이며, 길이는 15~25cm다. 여기엔 10~15쌍의 1차 잎이 마주나 있다. 1차 잎은 길이 5~10cm이며, 여기에 길이 1cm미만의 작은 2차 잎이 20~30쌍 붙어 있다.

잎은 민감해서 건드리면 움츠려 접어진다. 해질녘부터 오므라들기도 한다.


왼쪽: 꽃송이와 꽃봉오리 클러스터, 오른쪽: 꽃


.: 머리모양꽃차례(頭狀花序)로 지름 1cm정도의 공 모양에 70~120개의 꽃이 빼곡하게 핀다. 꽃은 흰색이나 연한 녹색이며 꽃술은 연한 분홍빛을 띤다. 꽃은 끝이 5조각으로 얕게 갈라진 통꽃으로 길이 5mm미만이며 꽃잎 위로 암술(?)과 8개 수술이 솟아 있다. 암술 없이 수술만 있는 꽃도 있는 것 같았다.


.열매: 하나의 열매대축에 보통 3~20개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는 분리과(分離果, Loment)인 납작한 꼬투리로 길이5~15cm, 너비1.0~2.0cm, 두께5~10mm(가시 높이 포함)다. 고슴도치처럼 열매 전체가 가시로 덮여 있다. 초기엔 녹색이나 익으면 검은색, 갈색, 적갈색, 황갈색이다. 익으면 5~20개의 조각으로 끊어져 맥에서 빠져 씨를 품은 조각만 바닥으로 떨어진다. 조각 하나엔 1개 씨가 들어 있다.


이렇게 미모사피그라가 가시복숭이 열매껍질에 씨를 싸서 땅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씨의 벌레 침입을 막고 물에 의한 씨의 이동을 돕기 위함이다. 씨는 물에 가라앉을 수 있지만 가시투성이 열매껍질에 싸여 있으면 물에 뜬다. 열매껍질과 가시는 가볍고 거기엔 물이 잘 묻거나 스며들지 않는다. 때문에 습지의 물웅덩이나 실개천을 떠다닐 수 있어 발 없는 씨의 먼 거리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동물의 몸이나 사람의 옷에 잘 달라붙을 수 있어 이 역시 씨의 먼 거리 이동을 돕는다.


열매가 조각조각 분리되어 떨어진 뒤 가지에 남은 열매 맥 역시 브로치처럼 보인다. 미모사피그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처음엔 그것을 꽃으로 착각했다.


왼쪽: 씨, 오른족: 씨가 들어 있는 열매 조각


.: 씨는 가시가 촘촘한 열매껍질에 싸여 땅 바닥으로 떨어진다. 떨어진 열매조각에서 껍질을 벗겨내면 씨가 나온다. 씨는 납작한 긴 타원형이며, 길이5~6mm, 너비1.8~2.2mm, 두께0.5mm며 단단하다. 익은 씨 색은 갈색, 흑청색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대들다 미모사피그라 가시에 찔려 아파 힘들어한 뒤로 나는 모르면서 무슨 일을 할 때는 항상 조심한다. 모르고 살거나, 모른 채 일을 하거나, 모르면서 설치거나 덥석거리면 고생하기 쉽다는 것을 미모사피그라를 통해서 체험하고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필자 주

1. https://en.wikipedia.org,  https://www.cabi.org를 참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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