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씨알여행 215-Ceiba pentandra
솜나무 열매엔 솜 같은 천연섬유가 들어 있다. 익어 껍질이 갈라지면 하얀 섬유질이 솜처럼 부풀어 나와 바람에 흩날린다. 묘하게도 이것은 물에 잘 젖지 않는다. 방수효과가 있는 듯하다. 씨는 하얀 솜털 속에 검은 점처럼 박혀 있다. 작은 강아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솜나무는 아욱과(Malvaceae)식물로 학명은 Ceiba pentandra이며 10개가 넘는 동의어가 있다. 영명은 cotton tree, kapok, ceiba, java cotton등이 있으며 베트남명은 Gòn ta, Gòn, Bông gòn이다.
▴한글명: 공식적인 한글명은 없으며, 케이폭, 양면목(洋綿木), 판야 등으로 불러지고 있다. 필자는 이런 이름 대신 솜나무로 했다. 이유는 ❶나무의 특성을 잘 반영하여 합리적이며, ❷부르기 좋고, ❸영명 Cotton tree(솜나무), Kapok(쿠션 등의 속을 채우는 부드러운 물질의 뜻)과 속명 ceiba(영어 kapok을 스페인어로 표현한 것임)의 뜻을 잘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형태와 잎 등: 솜나무는 열대 낙엽성활엽교목(낙엽이 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으로 키가 20m이상 자란다. 다른 열대나무에 비하여 트렁크(몸통)가 긴 것 같았다.
잎은 손모양겹잎(掌狀複葉)으로 길이 15~25cm다. 소엽(小葉)은 5~9장이며 긴 타원형이다.
▴뿌리: 키가 커서 넘어지기 쉬운 탓인지 버팀 뿌리(Buttress roots, 扶壁根)가 땅 위와 땅 속 30cm에 반경20~30m까지 뻗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확인은 못했다. 왜냐면 필자가 본 솜나무는 학교 앞 도로에 심어져 있어 보도블록으로 덮어 놓아 뿌리가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버팀 뿌리는 나무의 지지역할 뿐만 아니라 양분 흡수에도 도움을 준다.
▴꽃: 껀터에도 솜나무가 흔하지 않고 집에서 먼데 있어 자주 찾아가 관찰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꽃피는 시기를 놓쳐 아쉽게도 꽃은 직접 보지 못했다. 솜나무 꽃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바쁘고 힘들더라도 시간을 내어 찾아가 꽃을 보았을 것을, 후회가 크다.
▴열매: 열매는 길이12~17cm의 양 끝이 좁고 둥근 조그만 애호박처럼 생겼다. 겉에는 세로로 5개의 봉선(縫線)이 홈처럼 나 있다.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회백색이나 회갈색이 된다. 익은 열매는 봉선이 벌어지고, 그러면 압착되어 들어있던 섬유가 부풀어 퍼지며 열매 밖으로 나온다. 열매껍질은 딱딱하며 안에는 수십 개의 홈이 있다.
열매에서 나오는 섬유는 물에 잘 안 젖는다. 부드럽고 아주 가볍다. 큰 나무에는 수백 개의 열매가 달린다. 1개 열매에는 수십 개의 씨가 섬유 속에 들어 있다.
▴씨: 씨는 둥글거나 4모서리가 동그란 사각형으로 도톰하다. 크기는 지름 5~7mm, 두께1~2mm정도다. 퍼진 섬유 안에 씨가 박혀 있는 모습은 마치 어린 애완견 포메라니안으로 착각할 정도다.
세월은 멈추지도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 그렇다. 솜나무 꽃도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저 하고 싶은 대로 피었다 지면서 열매를 맺더라. 볼 기회를 한 번 놓쳤는데 지금 후회가 크다. 그때 기회가 내가 솜 나무 꽃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까? 아니면 좋겠다. 앞으로 언젠가 솜나무 꽃을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필자 주
1. https://en.wikipedia.org/wiki/Ceiba_pentandra와 https://www.nparks.gov.sg/florafaunaweb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