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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Mar 19. 2018

베트남 개는 왜 나만 보면 사나워질까?

베트남 남부 메콩델타 지역 시골엔 개가 많다. 내가 사는 껀터(Can Tho)시의 아파트 주변 민가에도 많다. 퇴근 후에 산책하다 보면 개들이 나만 보면 사나워져서 짖고 달려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베트남 사람들이 지나가면 짖지 않는다.

롱 쑤옌 거리 개들

안장성(Tinh An Gian, 安江省) 성도(省道, 도청소재지)인 롱 수앤(Long Xuyen, 현지 발음은 쑤앤에 가깝다.) 시에 업무 차 출장 간 일이 있다. 아침에 호텔을 나와 주변 거리를 산책했다. 시내 한 복판인데 개들은 제집마당처럼 돌아 다녔다. 이른 아침인데도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오갔다. 개들은 아무 일없다는 듯이 행인들을 본체만체 하였다. 그런데 나를 보더니만 짖으며 달려들었다. 무려 4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드니 무서웠다.  


나의 개에 대한 무서움은 베트남에 와서 생긴 것이다. 시골서 태어나고 자라서 개와는 친숙한 편이었다. 개가 가까이 오면 언제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장난치며 놀았다. 그러던 내가 베트남에 온지 만 4개월이 되는 2017년 12월 13일에 하우강가에 산책 나갔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개에게 물렸다. 꽃과 풍경사진을 찍고 있는데 삽살개 3마리가 다가와 그 중 한 마리가 내 왼쪽 바깥 발목 복상 씨 아래를 순식간에 물어뜯었다. 양말 위로 이빨이 들어가 상처가 나고, 그 부위에서 피가 조금 흘렀다. 다행히 집에 와서 소독약을 바르고 해서 아무 문제는 없었다. 


그 뒤부터 개에 대한 어린 시절 가졌던 좋은 감정은 사라지고 개를 보면 무서워졌다. 친근하게 느껴지던 개가 갑자기 무서운 존재로 바뀌었다. 이런 것을 트라우마(Trauma)라 하는지 모른다. 

아무튼 왜 개가 나만 보면 짖고 사나워질까? 이유를 알면 베트남 개와도 친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의문을 품고 나름대로 찾은 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에게 내가 낯설기 때문이다. 

베트남 개들에겐 항상 자기 집 앞을 지나다니는 베트남 사람들은 낯설지 않다.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본적도 접한 적도 없는 무척이나 낯선 존재다. 따라서 내가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나를 경계하는 것이다. 경계 표현이 짖고 사나워지고 달려드는 것이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사는 개는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고 한다. 그 개는 남자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남자에 대해 낯설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혼자 사는 여자 집의 개가 남자를 낯설어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건 그 여자가 수시로 남자(손님)를 집으로 데려와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그렇다면 개는 어떻게 나와 익숙하지 않음을 알까? 다시 말하면 어떻게 나와 베트남인을 구별할까?

개는 시각보다 후각이 발달되었다고 한다. 개를 마약 탐지견이나 안내하는 데 이용하는 까닭이다. 나와 베트남인의 체취는 다르다. 몸에서 나는 냄새가 다르다. 나의 몸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이용해 나와 베트남인을 구분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베트남인의 몸 냄새가 어떻게 다른지는 알지 못한다. 물론 냄새를 채집하여 성분분석을 해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알지 못해도 개는 후각을 통해서 구분이 가능한 모양이다. 


아파트 주변 집 앞 개들과 어린이

이땐 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서는 땀이 많이 나며 땀은 냄새강도(强度)를 좌우한다. 땀 속에는 휘발성 지방산이 많기 때문이다. 개는 쉽게 땀 성분 특히 휘발성 지방산의 차이나 종류로 낯선 사람을 쉽게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베트남 남부는 사시사철, 밤낮 가리지 않고 온도가 높아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개의 입장에서는 나를 베트남인과 구분하는 게 추운 지역에서보다 한결 쉬울 것이다.


어쨌든 개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예전처럼 개와 친밀해지고 싶다. 베트남 개가 나를 낯설어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았으니 친숙해지는 노력을 하련다. 그러다보면 베트남 개와 친해져서 내가 맘 놓고 개들과 함께 뛰어다닐 날이 올 것이다. 그런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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