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세상에나! 우즈베키스탄에 이런 사람이 있을 줄이야!

유기열의 일상다반사92-타슈켄트에서 맛본 고마운 체험

by 유기열 KI YULL YU

태어나 살면서, 나는 지금까지 모르는 사람이 택시비를 내주어 택시를 탄 적이 없다. 그런데 말이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시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택시비를 내주어 나는 택시를 탔다. 믿기도, 잊기도 어려운 참 고마운 체험을 했다.


1.1.나에게 택시를 불러주고 택시비까지 지불한 사람들, 20260208_153351.jpg
Mir Luxe Hotel. 앞 시내버스정류장. 20260208_093423.jpg
좌: 택시를 불러주고 요금까지 내준 우즈베키스탄 부부(?)와 필자, 우: Mir Luxe Hotel 앞 시내버스정류장


2026년2월8일 일요일 이었다. 호텔방에 하루 종일 혼자 있으면 따분할 것 같아 무조건 배낭 하나 매고 호텔 카운터에 갔다.

“호텔 앞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몇 번 버스를 탈 수 있어요?”

“97번입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호텔 밖으로 나가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었다. 그곳에는 버스노선, 버스운행시간, 운행버스번호, 버스요금 등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다. 단지 긴 벤치(Bench)와 비 가림 칸막이만 있었다. 몇 분을 혼자 앉아 있어도 97번 버스는 오지 않았다.


나는 일어나 거기서 조금 떨어진 대로변(大路邊)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성모승천(聖母昇天) 대성당 앞이었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오가는 버스번호를 적었다. 왜냐면 그런 버스만 타면 지금 기다리고 있는 정류장이나 그 맞은편 정류장에 올 수 있어 호텔로 돌아오는데 문제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때 휴대폰 메모함에 적은 버스번호는 97, 2, 80, 55, 127번이었다.


정류장에 앉아 있다가 무조건 제일 먼저 온 시내버스를 탔다.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로 시내버스 요금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버스에 올라가 카드단말기에 농협 BC(Premium Top) 카드를 댔더니 빨간 X표시가 떴다. 카드사용이 안 된다는 뜻으로 생각되어 기사를 바라보았더니 그냥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타고 가다 미안해서 한 정거장 가서 내렸다. 내릴 때 카드를 단말기에 댔더니 역시 탈 때와 똑 같은 표시가 되었다.


시내버스에서 내리니 앞에 타슈켄트 기차역(Toshkent Vokzal)이 있었다. 택시기사로 보이는 사람 이 다가와 어디 가냐고 물었다. 차에 한국과 같은 택시표시가 없어 택시 맞냐고 물었더니 맞다 고 했다. 타슈켄트에서 꼭 보아야 할 이슬람 사원을 가고 싶다고 하면서 호텔에서 얻은 관광지도에 표시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Hazrati Imom(Imam)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택시를 탈 때 약정했던 금액보다 요금을 조금 더 주었다. 기사가 내려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데 나이가 많았고 다리를 조금 절어 걷는 것이 불편해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니 요금을 조금 더 주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는 떠나고 나는 혼자 천천히 사원을 구경하였다. 생각보다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여유롭게 맘껏 구경을 하였다. 호텔로 돌아 올 때는 가까운 G'afur g'ulom(가푸르 굴람)전철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탔다. 승객이 많아 전철 안에서 서 있었다.


1.1.Tashkent Central Railway Station. 20260208_100220.jpg
1.2.Paxtakor Alisher Navoiy 환승 전철역 출입구, 20260208_152214.jpg
좌: 타슈켄트시 기차역 전경, 우: Paxtakor/Alisher Navoiy (파흐타코르/알리셰르 나보이)전철역 출입구


한 정류장 타고 와서 내렸다. 화장실에 갔다가 출구를 나오니 출입구에 Paxtakor/Alisher Navoiy (파흐타코르/알리셰르 나보이)라고 써 있었다. 가까이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어 잘 됐다 생각하고 의자에 앉아 내가 오전에 적은 번호의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그런 버스는 오지 않았다.


옆에 부부(?)로 보이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인사를 하고 내가 적은 버스번호를 보여주며 여기서 그 버스를 탈 수 있냐고 물었다. 남자가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더니 그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면서 길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나는 걷기에는 너무 멀고 길도 생소해서 택시를 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여쭈었다.


그랬더니 남자가 얀덱스 고(Yandex Go)로 택시를 불러주었다. 그러면서 택시비는 자기 카드에서 자동 지급됐으니 타고만 가면 된다고 했다.


나는 택시비가 얼마냐고 물었으나 작은 돈이니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남자에게 5만슘(약5천원)을 주었으나 괜찮다며 받지 않았다. 옆의 여자도 괜찮다며 한사코 받지 않아도 된다며 사양을 했다. 나는 고맙다며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해서 내 휴대폰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런 뒤 내 명함을 주었다. 허나 난 그분들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묻지 않아 이름도 알지 못한다.


얼마쯤 기다리고 있으니 택시는 우리가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에서 몇 십m 떨어진 대로변(大路邊)으로 왔다. 우즈베키스탄 남자는 택시가 오는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그 남자가 불러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열흘이 넘었다. 그런데 지금도 택시를 태워준 우즈베키스탄 젊은 부부(?)에 대한 고마움이 가시기는커녕 더욱 커지기만 한다. 생각할수록 고마움을 넘어 신기하기까지 하다. 앞으로 사는 동안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베풀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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