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씨알여행 238-귀룽나무1
귀룽나무 열매는 맺힌 바로 뒤에는 초록색이다. 어린 초록 열매는 연노랑, 주황, 주홍, 빨강, 적갈(赤褐), 흑자(黑紫色)로 변색을 거듭하다가 완전히 익으면 검정색이 된다. 새들이 열매를 좋아하여 영어이름이 Bird cherry(새 버찌)다.
◼이름과 형태: 귀룽나무는 장미과(Rosaceae)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넓은잎(闊葉) 큰키나무(喬木)로 학명은 Prunus padus 이다. 수형은 위가 동그스름한 원형을 이루는 편이며 가지는 아래로 처지는 경향이 있다.
귀룽나무란 한글이름은 줄기껍질이 거북(龜-거북 귀/구) 등 같고 줄기와 가지가 용틀임을 한 듯해서 귀(구)룡나무, 봄에 하얀 꽃이 핀 모습이 뭉게구름 같다고 하여 구름나무(북한에서는 실제로 구름나무라 한다고 함), “구룡”이란 지방에 흔한 나무라고 해서 구룡목이라고 한 것이 귀룽나무로 변했다고 한다.
영어로는 Bird cherry(새가 열매를 좋아해서)가 일반이나 Mayday tree, Hog cherry, Hag cherry, Black dogwood 등도 있다.
귀룽나무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산다고 알려져 있으나 필자는 광릉의 국립수목원, 경희궁, 올림픽공원, 양재천, 경기도 상천리 호명산 입구 등에서 보았는데 키가 10m이상인 것도 많았고 공원수로도 좋아 보였다.
◼잎: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자료도 있으나 관찰한 바로는 거의 같은 시기에 꽃이 피고 잎이 나며, 잎은 어긋나기를 한다. 잎은 끝이 점점 좁아지고 뾰족한 넓은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크기는 대체로 길이5~12cm, 너비2~6cm이고 잎자루는 1~2cm다.
◼꽃: 꽃은 4월 중순에서 5월초에 핀다. 총상꽃차례로 길이는 5~15cm이고 수십 개의 꽃이 달리며, 꽃차례 아래에 3~5장의 잎이 달린다. 색은 희고, 양성화로 암술1, 수술은 여러 개다. 꽃잎은 자루가 아주 짧은 주걱처럼 생겼으며 5개이고, 꽃부리(花冠) 지름은 10~15mm이다. 꽃받침은 위가 5조각으로 갈라져 있고 녹색이며 열매가 익은 뒤는 물론 열매가 떨어진 뒤에도 꽃자루에 별모양의 5각형을 하고 붙어 있기도 한다. 꽃자루는 둥글고 길이5~15mm다.
◼열매: 열매는 7~8월초에 익고 모양은 둥글다. 거의 대부분의 자료에는 원추모양이라고 되어 있으나 이것은 암술이 떨어지기 전 초기의 어린열매가 그에 가깝고 익으면 원형이다. 색깔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어가면서 연노랑, 주황, 주홍, 빨강, 적갈색, 흑자색으로 변색을 거듭하다가 완전히 익으면 검정색이 된다. 붉은 색이 된 이후의 열매는 윤기가 나고 겉은 매끄러우며 구슬처럼 아름답다. 열매에는 열매자루가 붙어있다 떨어진 자욱이 점처럼 뚜렷하다.
완전히 익은 검은 열매를 누르면 껍질이 찢어지며 약간 차진 녹색~연분홍색의 열매 살과 즙이 나온다. 열매 껍질은 검은데 열매를 눌러 으깬 손가락엔 붉은 물이 들었다. 열매 살은 1.5㎜내외로 얇고 겉껍질은 더 얇다. 맛을 보니 약간 떫기도 하고 시고 쓴 듯 했다. 사람도 먹을 수 있으나 과일로 가치는 없고, 여름에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될 성 싶다.
열매 크기는 지름이 6~10㎜이다. 열매자루는 길이가 0.5~2.5cm이다.
열매는 성숙정도에 관계없이 싱싱한 것은 물에 다 가라앉았다.
열매는 핵과(核果)로 겉껍질(외과피), 열매살(중과피), 딱딱한 속껍질(내과피)과 씨로 되어 있으며, 익어도 껍질은 벌어지지 않는다. 씨는 1개가 들어 있다.
◼씨: 씨는 약간 눌린 공 같다. 지름은 3~5㎜이고, 두께는 2~4㎜이다. 껍질 색은 연한 갈색이며 오래두어도 마른 뒤에는 색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씨껍질은 두께가 0.5mm도 안 된다. 씨 알갱이는 2조각으로 갈라지며 껍질 색보다 더 연한 갈색이거나 흰색에 가깝기도 하다. 씨는 광택이나 윤기는 없다.
귀룽나무 열매는 익어가는 과정에 색이 8번이나 자주 변한다. 그런가하면 이런 과정이 짧아 색색의 열매가 함께 있기도 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너무 아름다워 한번쯤 발걸음을 멈추어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사람도 누군가의 눈길이라도 끌려면 남다른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
필자 주
1. 외국의 경우 귀룽나무 열매를 좋아하는 새는 Robin, Redwing, Blackbird and Fieldfare이며, 이들 새는 열매로부터 비타민C와 미네랄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대부분의 수목(樹木)은 가을이 되어야 열매가 익는다. 여름철에는 무성한 잎과 아름다운 꽃을 맘껏 뽐내면서 벌 나비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기 마련이다. 헌데 귀룽나무는 그렇지 않다. 봄인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에 하얀 색 꽃을 피우고는 곧바로 열매를 맺어 여름인 6~7월에 열매가 익는다.
3. 열매따기 일화(逸話): 2007년6월 말이 되니까 귀룽나무의 녹색 열매가 까맣게 익기 시작했다. 완전히 익기를 더 기다리다 7월 9일에 열매를 따려고 갔으나 나무가 큰 데다 열매 또한 나무 높이 달려있어 따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냥은 도저히 열매를 딸 수 없어 궁리 끝에 간짓대에 갈고리를 만들어 가지고 다시 갔다. 열매가 달린 가지를 갈고리에 걸어서 가까스로 끌어내렸다. 한 손으로는 가지를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사진을 찍은 뒤 열매를 몇 개 땄다. 이런 일이 있은 뒤 관찰하다 보니 그냥 서서 열매를 딸 수 있는 나무를 보게 되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인생도 원래 그런 거다. 어려움을 겪고 난 뒤 알고 나면 그리도 쉬운 것을 그전에는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