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일상다반사91-기록은 힘이 있고 유구하다
대학교를 졸업하던 1970년2월에 나의 첫 책 『대학생』을 출간했다. 그 뒤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서재에 꽂혀있는 이 책을 볼 때마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나에게 아래와 같은 교훈(敎訓)을 주기 때문이다.
-좀 부족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은 안 하는 거보다 하는 게 낫다. 인간의 기억은 모호하고 짧지만 기록은 분명하고 유구(悠久)하다. 그리고 기록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만약 이 책을 출간하지 못했다면 그저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였다는 고리타분한 말 말고는 대학시절에 관해 남는 것이 없다는 걸 생각하니 정말 아찔하다.
이러한 나의 첫 책 『대학생』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면 아래와 같다.
■동기: 빈농(貧農)의 아들이 어려움을 견뎌내고 대학을 졸업한 게 기적 같아서 대학시절 나의 삶을 아픈 추억으로라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 그런 삶을 거울삼아 좋은 것은 더욱 발전시키고 나쁜 것은 미련 없이 버리거나 개선하여 미래를 보다 풍요롭고 보람 있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편집: 제목, 표지, 내용 등 편집은 모두 내가 했다. 책 규격(規格)은 요즘에는 별로 없는 118x178mm이고 106쪽이다. 납활자(鈉活字)라 글꼴은 알 수 없으나 인쇄된 실제 글자크기는 약3x3mm다.
특이한 점은 작가소개, 서평, 목차, 프롤로그(여는 글), 에필로그(닫는 글)는 물론 책 안의 내용에 장(章)이나 절(節)의 구분이 없고, 내용별 단락(段落)이 순서 없이 있을 뿐이다. 대신 중요하고 강조하고 싶은 말을 한두 줄로 쪽 맨 위에 크고 진하게 쓴 뒤 그 아래에 “이 곳은 당신을 위한 자리입니다. 한번 생각하고 써 보지 않으시렵니까?”라는 글과 함께 공백으로 남겨둔 점이다.
■내용: 대학시절의 험난한 삶과 견딤, 희망 등을 다룬 자전적(自傳的) 시와 산문이다. 코리아헤럴드사가 주최(1969.10.25)한 제14회전남북영어웅변대회 대학부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나의 영어원고 “For Our Country”도 들어 있다.
■출판: 1970.02.15에 전주시 중앙동 1가11번지에 위치한 대흥정판사에서 납활자 인쇄를 하여 500부를 비매품으로 출판하였다. 여기서 출판한 이유는 고모부가 직원으로 근무했기 때문이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완벽하게 최고•최선으로 잘하려고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건 꿈이다. 꿈은 꾸는 것으로 족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고 살면서 실제로 완벽한 최고•최선이 아니면 실행하지 않고 미루는 경향이 크다. 그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완벽하게 최고•최선으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그러다 보면 해놓은 일은 없고 후회만 남는다.
나는 기록의 힘과 기록의 유구함을 믿는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하여 기록하고 글을 쓰려고 한다. 그러면서 해야 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고 부족하더라도 이루어내려고 한다.
필자 주
출판 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逸話) 몇 가지는 이렇다.
① 전북대학교 유영대 총장을 찾아가 전후 사정을 말씀 드리고 도움을 청했다. 그랬더니 교무처장을 불러 내 앞에서 도와주라고 했다. 그러나 그 뒤 교무처장으로부터 된다 안 된다는 어떠한 한 마디 말도 듣지 못했다.
②숙박업을 하는 5촌 뻘인 큰아버지를 찾아가 사정을 말씀 드리고 출판 비를 간청(懇請)하였으나 도움을 받지 못하였다.
③외할아버지(소달영)에게 책 출판계획과 경비를 말씀 드렸더니 두말 없이 “장하다며 출판 비를 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하늘을 날 듯이 기쁘고 고마웠다. 그리고 실제로 출판 비 전액을 도와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