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중문의 바깥은 철문, 자물쇠는 안에서 잠금

안쪽에서 잠근 자물쇠

베트남에서는 아파트나 보안을 요하는 건물의 경우 대체로 문이 2중으로 되어 있다. 바깥문은 철제이며, 철문 바깥쪽에는 문고리도 없고 자물쇠를 걸어 잠글 곳도 없다. 바깥쪽에 자물쇠를 잠글 경우 도둑이 문을 부수기보다 자물쇠를 자르고 침입하기에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철문의 자물쇠는 안쪽에서 잠근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으면 자물쇠를 안쪽에 걸어서 잠그거나 열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가장 먼저 부닥친 어려움은 자물쇠를 문 안쪽에 걸어 잠그고 자물쇠를 여는 일이었다. 처음해보는 일이라 쉽지가 않았다. 더구나 자물쇠가 크고 무거워 자물쇠를 여닫다가 몇 번 바닥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문을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문 안쪽에 자물쇠를 여닫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짜증이 나서 결국 자물쇠를 작은 것으로 바꾸었다. 그랬더니 좀 나았다.

출퇴근 때마다 문 안쪽에 자물쇠를 잠그고 여는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요령도 생기고 숙달도 되어 이젠 문 밖에서 자물쇠를 여닫는 것처럼 잘 한다. 

                                                           

아마 여기까지 읽고 한 가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어떻게 밖에서 문 안으로 자물쇠를 잠그고 그 자물쇠를 열 수 있는지? 이런 의문이 없다면 그것은 문 안쪽에서 자물쇠를 여닫는 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 못한 탓이다.

우리가 일상 보는 문은 완전히 막혀 있지만 철제문은 고정된 좁은 부분과 여닫는 넓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문 전체 면에 여러 가지 문양을 만들어 손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나 있다. 그래서 고리가 있는 부위의 공간으로 손을 넣어 먼저 고리를 걸고 거기에 자물쇠를 걸어 잠글 수 있다.

오래전부터 베트남 사람들은 자물쇠를 문 바깥쪽에서 잠그고 풀며 살아왔는데 이제야 그것을 안 내가 바보지 그런 사람들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비웃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 물정을 널리 알지 못하고 살아온 나의 얕은 지식을 탓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 자물쇠는 문 바깥쪽에서만 잠그고 푸는 것은 아니고 안쪽에서 잠그고 풀기도 한다.

문 하나를 잠그는 자물쇠 하나도 나라마다 이렇게 다르니 세상에는 얼마나 다른 것들이 많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들이 익숙한 것만 옳은 것인 냥 생각하고 주장하려 하니 세상살이가 힘든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니 모두 있도록 내버려 두고 그 존재를 인정하자. 그것이 비록 자기 맘에 들지 않는 것일지라도 그 자체를 틀렸다고, '아니다' 고 우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