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옹달샘에서 시작하여 땅위를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가서 수명을 다한다. 흐르면서 강은 깊어지고 넓어지며 조용해진다. 그렇게 흐르며 커진 강은 바다가 되면서 생을 마감한다. 강이 소멸하면서 바다가 생성된다. 강은 강 그대로는 바다가 되지 못한다. 강의 끝은 바다의 시작이다.
메콩 강은 동 베트남해(East Vietnam Sea, 베트남동해, 남중국해-South China Sea)가 되면서 이름을 잃는다. 메콩 강이란 이름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부르는 메콩 강의 다른 이름인 꿀롱(Cửu Long-九龍), 하우(Hau)강의 이름도 사라진다. 이들 강 이름이 동 베트남해로 다시 태어나는 곳은 6곳으로 보이는 데 그중 한곳인 Dinh An gate에 가보았다.
2018년 5월 16일,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껀터 TTC호텔 앞 선착장에서 맑은 햇살을 받으며 쾌속정을 탔다. 오전 7시 40분정도 되었다.
강물은 푸르지 않았다. 흙탕물이었다. 모래채취선(採取船)이 모래를 열심히 모으고, 화물선과 어선 등이 오갔다. 특이한 것은 믿기지 않을 만큼 부레옥잠(학명-Eichhornia crassipes, 영명-Water hyacinth)이 많이 떠다녔다. 부레옥잠이 많이 있는 곳은 물위 정원(水上庭園) 같은 착각에 빠졌다.
강가로는 많은 공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베트남석유(Petro-Vietnam, PV Oil)의 원유저장시설, Cai Cui 신항(Tân cảng Cái Cui)의 컨테이너 선적-하역을 위한 부두와 대형 크레인, 대만 계 이문제지공장(Nhà máy giấy Lee & Man Việt Nam) 등이 눈에 들어왔다. 발전소와 새로운 항만이 건설 중인 곳도 있었다. 한국 태광실업 껀터 공장도 보였다. 베트남 항만산업과 중공업이 도약을 준비하며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강은 껀터(Can Tho)시, 하우장(Hau Giang), 빈롱(Vĩnh Long ), 속짱(Soc Trang)과 짜빈(Tra Vinh) 도를 지난다. 짜빈 도를 좀 지나다 배는 하우강 본류가 아닌 Quan Chanh Bo(꽌찬보) 운하로 갔다. Quan Chanh Bo(19.2km)는 Tat(8.2km) 운하로 연결되었다.
이 운하는 짜빈 도의 Duyen Hai District(주엔 하이 구)와 Tra Cu District(짜꾸 구)에 위치하며 총길이는 27.4km이다. 운하가 끝나는 지점이 행정구역상 Dinh An Xa(진안 면)에 있어 Dinh An Gate(진안 관문)라고 부른다.
이운하는 2009년에 착공하여 준설과 제방공사 등을 하여 2016년에 완공되었다. 이로써 화물을 적재하지 않은 선박은 2만 톤, 화물을 적재한 선박은 1만 톤까지 운하를 통해서 하우 강을 운항하여 껀터와 같은 메콩 델타의 주요 항구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7km를 바다로 더 나아가면 외항인 체크인 구역(Khu đón trả hoa tiêu)이 있다. 선박이 들어오면 내항으로 가기 전 정박(碇泊, Anchor)을 하거나 검역을 실시하기도 한다. 북위 09°30′53″5, 동경 106°34′54″3이다. 껀터시에서 여기까지는 총 95km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육로, 해로 등 물류기반시설이 부족하여 많은 기업들이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동 베트남해의 외항이 건설되고, 외항과 하우강을 연결하는 운하가 완공되었기 때문에 하우 강(메콩 강)을 따라 주요항구에 현대화된 신항만이 건설된다면 이곳 물류역량은 크게 증진될 것이다. 여기다 호치민과 껀터 간의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지금까지의 물류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 확실하다.
몇 만 톤급 대형 화물선이 하우 강을 따라 껀터, 하우장, 빈롱, 속짱과 짜빈 등 메콩델타의 주요 항구로 운항하는 활기찬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이곳에 세계적인 항구도시가 형성되어 국제무역이 활발해져 메콩 델타의 풍부한 농수산물이 세계인의 밥상에 오르는 날을 꿈꿔본다. 그리하여 이곳 주민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졌으면 한다.
배를 타고 가는 길에 비를 만났다. 강풍도 만났다. 그리고 배가 고장이 나서 다른 배로 갈아타기도 했다. 그래도 하우강과 운하 그리고 동 베트남해의 외항 답사는 잘 마쳤다. 인생도 이와 같은 것이다. 살다보면 비나 바람과 같은 어려움을 만나고, 배가 고장 나는 것처럼 몸이 아파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그때 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너무 지나치게 어려움과 맞서지도, 무조건 어려움을 피하지도 말고, 멈춰서 기다리기도 하면서 순리에 따라 이기기도 지기도 하면서 목적을 가지고 끈기 있게 살아야 한다. 고장 난 배를 바꾸듯 아프면 치료해야지 아픈 것 무시하고 갱기를 부리며 무리하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구경하며 새로운 것과 만나고 배운 즐겁고 보람 있는 하루였다.
필자 주
1. 껀터 수출산업단지관리공단(Can Tho Export Processing Industrial Zones Authority, CEPIZA) Vice Chairman Mr. Nguyen Huu Puuoc씨와 함께 태광 껀터 Director 이송종, KVIP 기획팀 Mr. Cao Bien Nguyen, 오성근 자문관, 김원 한국농기계 협동조합 베트남 사무소장이 동행했다. 하우강과 운하를 답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CEPIZA와 KVIP에 감사드린다.
2. 지도 외에 자료가 없어 CEPIZA 홈페이지 https://www.cantho.gov.vn 와 신문기사,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여 가능한 한 직접 본 것과 확인하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