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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May 21. 2018

아름다운 꼰다오 섬, 감옥(監獄)은 어울리지 않아

참 깨끗하다. 거리도 마을도 바다도... 해안가 도로에 있는 쓰레기통도 펭귄모양으로 귀엽다. 깨끗할 뿐 아니라 조용하고 매력적이다. 아름다움은 자연에서 온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런 섬에 감옥이 11개나 있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섬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잔혹한 감옥(監獄) 일 것이다.


Bay  Canh  섬의 해변

1862년부터 1975년 5월 1일 해방될 때까지 113년간 프랑스와 미국 식민지 시대에 많은 베트남 정치범이 이곳 감옥생활을 했다. 말이 정치범이나 사상범이지 사실은 베트남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들이다. 현 베트남 지도부의 인사 중에도 이곳에서 수감생활을 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감인원이 많을 때는 10,000명까지 달했고, 늘어나는 죄수를 수용하기 위해 프랑스와 미국은 감옥을 계속 지어 11개나 된다. 이중 현재 관광객에게 개방되는 것은 4개다. 2만 여명의 수형자들이 이들 감옥에서 죽어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없어 나는 Phu Hai 형무소만 들어가 보았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인 1862년에 처음 지은 감옥이다. 해안에서 100여m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감옥과 해안 사이에는 해안도로와 Con Dao Saigon Condo만 있을 뿐이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푸른 바다가 보이고 아름다운 숲(나무)과 공원이 있는 곳에 끔찍한 감옥을 지었단 말인가?

 

2인용 감방

의구심을 품고 형무소 문을 걸어갔다. 감방 안에 들어가는 순간 길 다란 철봉에 쇠고랑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어떤 천장은 철가시망을 몇 겹으로 덮어 높았다. 감방은 교실처럼 넓은 것도 있고 몇 명이 생활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그 중에서 1~ 2명이 수형생활을 하는 작은 방에 들어가는 순간 숨이 막힐 뻔 했다. 

방은 겨우 2명이 누울 수 있는 1x2m 크기이고 한 개의 문이 있다. 그 밖의 어디에도 작은 구멍하나도 없다. 방 안은 약간 바닥보다 높게 만든 시멘트 침대(?)와 그것의 문 쪽 끝에는 철봉에 쇠고랑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실물 크기로 만든 인간 조형물 2개가 발목에 쇠고랑을 차고 누워 있었다.


쇠고랑을 만지니 차다. 자유와 희망은 사치다. 고통, 공포와 절망이 뼛속을 후벼 판다. 조롱과 감시, 핍박과 노역의 멍에가 짓누른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런 곳이 감옥이다.


형무소의 감방 안에 들어가 본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감방 안에 머문 시간은 아마 3분도 안 되었다. 참 짧은 순간이었다. 짧은 순간 3가지를 다짐하고 다짐했다.


첫째 죄 짓지 말자.

죄 짓고는 못 살 것 같다. 이런 감방에서는 단 하루도 못 살 것 같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몇 년씩 살아남을 수 있는 단 말인가? 


둘째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말자. 억울한 옥살이 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

죄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 그러나 죄가 없는데 죄를 뒤집어쓰거나, 죄를 짓지 않았는데 사상이나 이념이 다르다고 반대파에게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일은 막아야겠다. 세상에 억울함만큼 고통스럽고 분한 것은 없다.


앞으로는 억울하게 죄인이 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어디에서도 무슨 이유로도 죄 없는 자가 형무소 가는 일만큼은 결코 없어야겠다. 죄 지은 자가 감옥에 가도 억울하다고 한다. 하물며 죄 없이 감옥에 가는 사람은 얼마나 억울할까? 피를 토하고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억울함이 감옥생활을 견디게 하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누명을 벗고 억울함을 풀어야겠다는 신념과 의지, 반드시 정의가 불의를, 진실이 거짓을 이기리라는 믿음이 희망을 갖게 한다. 아니 그 신념, 의지, 믿음이 바로 희망이다. 그런 희망이 무섭고 지긋지긋한 감옥살이를 버티게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기를 믿었던 많은 사람에게 진실을 밝히고 누명을 벗어 떳떳함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억울한 자들 모두의 희망이다.  


셋째 어쩔 수 없어 살기 위해서 또는 모르고 지은 죄는 용서해주자. 

배고파 죽을 지경에 이르러 빵을 훔친 자, 가정을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법을 가볍게 어긴 자 ...이런 사람은 상습적이 아니면 가능한 용서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는 오히려 그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도록 노력해야한다.


감옥을 구경하고 나오니 문득 남아프리카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생각났다. 1962~1990까지 로벤 섬 교도소 등 3곳을 옮겨가며 27년간 수감생활을 하고 나와서 대통령이 된 분이다. 그리고 자신을 투옥한 사람들을 용서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랬었구나. 남아프리카 가는 곳마다 거리, 건물 벽, 호텔, 다리, 광장, 동산 등에 초상화가 걸리고 동상이 서 있으며 모든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었던 것은.


푸른바다거북이 생활사 (Life cycle of Green turtle)

꼰 다오 섬은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감옥을 빼고는 아름다운 자연 자체다. 어디를 가도 아름답고 좋다. 

생태계 측면에서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지정한 멸종 위기 종인 푸른바다거북( Chelonia mydas, Green turtle )이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다만 음식이나 먹거리 값이 비싸고, 여행객들이 머물다 간 곳에 쓰레기가 지저분한 것이 꼰 다오 섬의 티라면 티다. 굳이 또 하나 들라면 섬에 관한 정보가 빈약하고 그나마 있는 리플렛(Leaflet)도 돈 주고 사야 한다.

세상에 감옥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옥이 있어도 텅텅 비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꼰 다오 같이 아름다운 섬에는 더욱 그렇다.


꼰 다오 인민 위원회(군청) 청사 앞

잔혹한 감옥이 그토록 아름다운 섬에 꼭 있어야 할까? 아름다운 곳에 아름다운 것만 있으면 조화롭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역사와 조화를 위해서라면 한 두 개로 족하다. 이젠 감옥은 한 두 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생태공원, 교육과 체험학습장, 문화예술이나 관광과 해양연구개발을 위한 곳으로 바꾸었으면 한다. 그리고 관광일정 중에 감옥생활 체험과정을 넣어 산 교육장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그럼 범죄율도 줄어들 것이다.


필자 주

1. 꼰 다오 제도는 베트남 동남부의 바리어 붕따우 성(Province of Ba Ria-Vung Tau)의 꼰 다오 현으로 붕따우 항에서 약180km,  속짱 항에서 약83km 떨어진 바다에 16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총면적은 76㎢이다. 이중 꼰 손 섬이 제일 크며, 행정의 중심지로 51㎢를 차지하며 인구는 약 7,000명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본 섬은 꼰 손 섬과 2번째로 크다는 바이 깐 섬(Bay Canh Island)이다. 

2. 껀터에서 가는 길은 속짱 항구까지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가서, 그곳에서 배를 타고 갔다. 배표는 편도가 310,000VND이고 10시 30분에 출발하여 2시간 30분 후인 13시경에 꼰 손 섬 선착장에 도착했다.

3. 감옥 입장권은 40,000VND(약2,000원)이며 Con Dao Saigon Condo 옆의 Phu Hai 감옥에서 만 살 수 있다. 표 1장으로 여러 개의 감옥을 구경할 수 있으며 산 날 하루만 유효하다. 관람시간은 7시30분~11시, 14시~16시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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