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엔 유난히 도마뱀이 많다. 집, 사무실, 식당, 호텔 등 사람이 있는 곳에도 어디든 도마뱀이 있다. 색깔도 노랑, 흑갈색 등 다양하고 여러 색이 섞여 있기도 하다. 내가 사는 집에도 도마뱀이 산다. 눈에 띄어 잡으려 하면 벽을 타고 “나 잡아보라는 듯” 위로 올라간다.
There are so many lizards in Vietnam. There are lizards anywhere in the home, office, restaurant, hotel, etc. They are various in color such as yellow, dark brown, and complex etc.. I live in a house where lizards live. If I want to catch them, they take the wall and climb up to laugh at me saying "grab me.“
베트남에 살면 도마뱀과 같이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도마뱀이 집에 살고 있어도 도마뱀이 보이지 않을 뿐 없는 게 아니다. 누구나 알게 모르게 한 방에서 밤을 도마뱀과 같이 보낸다.
Living in Vietnam is like living with a lizard. Even if lizards live in a house, they are not just shown, but not nothing. We spend the night with a lizard in a room whether or not we know it.
내가 한 방에서 도마뱀과 같이 처음 잠을 잔 것은 1978년 2월이었다. “제1회 아시아지역 식물보호 워크숍”에 참석하여 필리핀 마닐라의 앰배서더 호텔에 투숙했다. 호텔방에 들어갔는데 벽 위로 도마뱀이 기어 다니는 것을 보고 질겁했다.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도마뱀이 있으니 방을 바꿔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프런트 직원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도마뱀 없는 방 없어요. 해롭지 않아요.”
그런 뒤 수십 년이 지났고,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3년간 살았지만 도마뱀이 징그럽다는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도마뱀에 대한 혐오감도 혐오감이지만 요즘은 도마뱀 자체보다 더 나를 괴롭히는 것은 도마뱀 똥과 도마뱀이 내는 소리다.
자고 나면 창가나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쥐똥처럼 생긴 도마뱀 똥이 기분을 상하게 한다. 보는 즉시 치우지만 치운 다음날 또 널려 있다.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 치운다. 도마뱀 똥 치우는 일이 매일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3주간 집을 비우면서 살충제를 뿌렸다. 돌아와서 주말에 대청소를 했다. 책상을 밀고 그곳을 청소하는 데 도마뱀이 죽어 있었고 그 시체를 둘러싸고 개미들이 야단법석이었다.
내 집에서 사는 도마뱀 소리는 언뜻 “짹, 짹, 짹.” 새소리 같다. 낮에는 소리가 나도 괜찮다. 아파트가 큰길가에 있어 자동차, 오토바이소리 등과 섞여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상황이 다르다. 한 밤이나 새벽에 도마뱀 소리는 여간 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다. 짜증나게 한다. 숙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는 묘안이 없나 해서 베트남인에게 많이 물었다. 대답이 아주 뜻밖이었다.
“도마뱀은 행운의 동물이에요. 특히나 황금색(노란색)은 더욱 그렇고요.”
뭐가 그러냐는 듯 말하려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확실히 베트남인의 도마뱀에 대한 생각은 징그럽다며 혐오하는 나와는 180도 달랐다. 도마뱀에 대한 생각 차이가 천지간만큼 컸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일부 도마뱀은 반려동물로 집에서 키운다는 글을 보았다. 재테크의 한 수단이란다. 비싼 것은 한 마리에 300만원까지 간다고 하니 꼭 징그러워 할 필요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들이 있은 뒤로 도마뱀에 대한 나의 혐오감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아직도 없으면 따봉이고, 있어도 눈에 안 띄면 좋다.
아무리 찾아봐도 도마뱀을 없앨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내 집에서 없애도 이웃집에 있으면 살아있는 동물이라 내 집에 또 올 수 있다. 그러니 베트남에서 사는 동안은 그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사는 수밖에 없다. 도마뱀 소리가 평소보다 요란하면 발정기가 되었나보다 짐작하고 도마뱀의 사랑을 축복이라도 해주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한국인과 베트남인의 도마뱀에 대한 생각은 “혐오 동물” 대 “행운 동물”로 극과 극이다. 그러나 어느 생각이 맞고 어느 생각이 틀리냐는 문제가 아니니 양쪽을 다 인정해야 한다.
베트남에 온 이상 베트남인의 생각을 받아들이기로 맘먹었다. 베트남에서 살려면 적어도 도마뱀에 대해 징그럽다는 생각부터 먼저 바꾸어야 한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동물이라 여기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한 방에서 도마뱀과 같이 지내고 자연스럽게 잠도 같이 자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나만 더 괴로울 것이니, 나를 괴롭히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다.
I came to Vietnam, and so decided to accept the idea of the Vietnamese. In order to live in Vietnam, you have to change at least the idea of being odious about lizards. Thinking that a lizard is an animal bringing good luck, you should sleep naturally with a lizard in a room. If you do not, you will only be more painful.
도마뱀은 나에게 “모든 것은 맘먹기에 달려 있다.(마음이 모든 것을 지어낸다.)는 일체 유심 조 (一切 唯心 造)”를 일깨워주고 있다.
A lizard reminds me, "Everything depends on the mind. (The mind makes everything. 一切 唯心 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