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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Sep 24. 2017

엄마 뱃속에서부터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

베트남하면 오토바이, 오토바이 하면 베트남(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대다수 베트남국민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무덤까지 오토바이를 탄다. 

그래서 그런지 베트남사람은 오토바이를 참 잘 탄다. 한국에서 퀵서비스 하는 오토바이 기사처럼 곡예운전도 잘 한다. 어느 특정인만 그런 게 아니라 거의 다 그렇다. 운전자 앞뒤에 타는 사람들도 여유 만만하기는 마찬가지다. 손을 놓거나, 아기를 보듬거나, 한쪽으로 다리를 꼬고 앉거나... 타는 방법도 가지가지 이다. 


비옷을 입고 빗속을 쌩쌩

그 이유가 뭘까? 


첫째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오토바이를 타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베트남에서는 임신한 엄마가 오토바이 운전하는 것은 일상이다. 그러니 뱃속의 아이도 그런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생활한 엄마가 낳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오토바이 타는 능력에 대해서 연구를 해보면 흥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둘째는 아이 때부터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생활화되었기 때문이다. 돌도 안 지난 아기는 물론 어린아이가 두려움은커녕 태연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은 베트남 거리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다. 걸음마보다 오토바이 타는 것을 먼저 배운다고나 할까?


셋째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은 베트남에서는 이동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탈 수 밖에 없다. 누가 뭐래도 오토바이가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증앙선 침범도 일상

오토바이는 베트남인에게는 생필품이다.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역학력 구분 없이 베트남 국민은 오토바이로 출퇴근, 장보기, 공연관람, 외식, 만남 등을 한다. 비오는 날에도 비가 올 테면 오라는 듯 비옷을 입고 거리를 질주한다. 베트남국민은 오토바이 없는 생활은 상상도 못 한다.


베트남인의 오토바이 타기를 보면 무엇이든 잘 하려면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 일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고, 어려서부터 생활의 일부로 습관적으로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출퇴근 때 껀터시(Can Tho City)의 거리는 세상의 오토바이를 다 모아 놓은 듯 오토바이로 가득 찬다. 오토바이 사이는 불과 30여cm이다. U턴 할 때는 중앙선을 넘나든다. 그러나 누구하나 불평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고는 별로 못 보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아이들과 엄마들(The mothers and their children riding motorcycles)

교통법규가 있을 테지만 눈 여겨 보면 눈치나 감각으로 운전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과속하지 않는다. 그건 불문율이지만 법 이전에 서로가 지키는 무언의 약속이다.


오토바이 타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관계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꼭 껴안고 타면 가족이나 연인, 손을 놓으면 손님, 그저 옷만 잡으면 친구라고. 하지만 나는 오토바이 기사와 연인이 아니어도 무서워서 기사의 허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으니 오해받을까 두렵다. 그러나 아직은 어쩔 수 없다. 다리가 옆의 오토바이에 닿을 것 같고, 오토바이끼리 서로 부딪힐 것 같기도 하여 최소한 기사의 옷자락이라도 꼭 붙잡는다.


베트남인이 오토바이 타는 것을 보면 오토바이가 몸의 일부 같다. 게다가 오토바이 타기는 베트남인에게는 본능 같은 거다. 그러니 잘 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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