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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Sep 24. 2017

베트남인은 이름은 몰라도 kg은 안다


앉은뱅이 저울로 망고 무게를 재는 시장 아주머니

베트남사람은 이름은 몰라도 kg은 안다. 물건을 사고 팔 때 쓰는 거래 단위가 개수가 아닌 무게여서 kg과 저울 보는 법을 모르면 살기가 몹시 불편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망고 몇 개, 배추 몇 포기, 낙지 몇 마리로 거래되지 않는다. 곡류, 채소, 과일, 생선, 고기 등은 개수에 상관없이 무게를 달아 kg으로 거래한다. 쌀, 대파, 상추, 배추, 망고, 파파야, 소고기 등 모두가 무게를 달아서 사고판다. 대형마트는 물론 재래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망고 한 개 줘요’ 하면 반드시 무게를 달아서 가격을 정한다. 망고 1개라도 무게에 따라서 가격이 다 다르다. 재래시장에서 배추 한 포기를 샀더니 저울로 무게를 달은 후에 값을 매겼다.


크기가 제법 큰 두리안, 잭푸르트, 수박 등의 과일도 마찬가지로 무게를 재야 가격이 정해진다. 

‘물건을 들고 한 개, 한 마리, 한 포기가 얼마에요?’라고 물으면 반드시 100% 먼저 저울 위에 얹어 무게를 재며 저울눈금을 가리키며 보라고 한다. 그 무게에 각 품목의 1kg 가격을 곱해서 가격을 정한다. 


처음엔 이상했으나 몇 번 장을 보고 나니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품질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아 처음엔 아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는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면 같은 품목이라도 kg의 가격은 품질을 따져 다르게 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품목이라도 품질이 좋으면 kg의 가격이 높고, 질이 떨어지면 kg의 가격이 낮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과일은 상(傷)하기 쉽다. 때문에 수박이나 잭푸르트 등의 과일은 1인이 먹기에 많아서 한 개를 사기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이 이들 품목은 쪼개서 팔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된다. 그 가격도 무게에 따라서 가격표가 붙어 있다.


만약 저울이 없어진다면, 베트남 물품 거래는 멈출 것이다. 물건의 거래는 저울이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모든 물건의 거래는 무게를 단 뒤 가격을 정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베트남 물품 거래단위는 kg이다. 베트남사람은 집 주소는 몰라도 kg은 알고 글은 못 읽어도 저울 눈금은 읽는다. 재래시장 아주머니도 시골 할아버지도 어린 아이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kg(베트남사람은 kilogam 또는 kilôgam이라 한다)을 알고 저울질 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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