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양육 태도와 뇌의 <메커니즘>
부모의 양육 태도가 어린 시절 아이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양육 태도가 인생 전반에 영향력을 준다는 포괄적인 개념만 중시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나아가 무의식과 뇌의 작용에는 어떤 영향을 주어 인생 전반의 어떤 어려움을 야기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 곳이 많다. 여러 전문적인 심리학책에서도 이러한 이론들을 다룰 때 관련 부분에 대하여 피상적으로 다루어 놓은 곳이 많았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린 시절 정립된 무의식적이고 관념적인 이론이 끊임없는 부모와의 상호작용과 학습을 통해 뇌신경세포까지 영향을 미친다. 초기 만 4세까지의 경험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이때 바른 가치관과 인격체를 형성하게 된 자아 중 대부분은 2차 뇌 발달 시기(12~14세) 때 큰 혼란을 경험하지 않고 방황의 시기 또한 무사히 넘어갈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태어났을 때를 무의 상태라고 한다면 하얀 백지와 같은 아이의 자아에 양육자의 말이나 사랑으로, 아이는 자신에 대한 개념과 인식을 쌓아나가게 되는데 이 인식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삶의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부모의 양육태도가 자존감의 전반적인 부분을 결정함과 동시에 많은 인간관계에서의 다양하고 미묘한 감각들을 무의식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성인들은 큰 범주에서 옳고 그름과, 해서는 안 될 행동과 꼭 해야 하는 행동을 구분한다. 예컨대, 물건을 훔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든가 다른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라는 기본적인 개념들은 숙지가 가능하다. 잘못된 인격형성이 이런 기본적인 상식범주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의 다양하고 미묘한 감각들은 누구나 쉽게 체득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점점 주 양육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하나씩 무의식 속에 새겨진다. 이러한 부분이 허약한 자아의 경우 인간관계의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결국 점점 자신의 뇌의 작용과 인간관계와의 괴리가 생긴다. 겉모습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결국 이러한 미흡한 대응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는데 특히 인간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해야 하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을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 오묘한 인간관계에서 생긴다. 이런 잘못된 자아형성은 절대적으로 인간관계에서의 상호작용 과정과 대처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 때문에 적립된 잘못된 신념이나 가치관은 본인이 자각하고 끊임없는 리셋 페달을 밟지 않는 한 관성대로 살아가게 된다. 결국에 본인은 부모와의 관계를 재현하듯 인간관계의 상황을 대처해 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일반적으로 인간관계 상황에서 맞지 않는 대처법이거나, 혹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반감을 사게 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 무리에서 배척을 당하거나, 또는 심한 말을 들을 수도 있다. 다른 경우로는 애정결핍으로 인해 애인에게 사랑을 갈구하거나, 사람을 믿지 못하거나 이야기를 할 때면 보편적으로 다른 사람이 쓰지 않는 표현을 쓰거나 과잉반응 하게 됨으로써 다른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본인은 뇌의 메커니즘으로 인해 본인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도 인지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관계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사람의 경우 뇌의 무의식이 바로 행동으로 옮겨진다. 지능이 아무리 좋은 사람도, 자신이 이미 컴퓨터의 프로그램에 새겨진 정보와 같이 ‘인격화' 되어버렸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관념 안에서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미묘하고도 복잡한 인간관계를 자유자재로 하는 것이 어렵고, 인간관계에서 외상을 입거나 적응하지 못한 경험을 많이 할수록 사람에 대한 신뢰관계가 약해져 사람을 불신하게 될 수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올바르게 생각하지 못하여 고립될 수 있다. 결국 초기 과정의 틀어진 부분이 무의식적인 많은 상황을 타고 들어가 상황과 반응을 변화시키도록 만든다.
잘못된 신념은 잘못된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은 타인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갈등의 양상으로, 소외의 양상으로 무조건 표면 위에 드러난다. 결국 오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혼자만의 독단적인 사고가 결국 세상과는 맞지 않는 엉터리가 돼버린다. 표면 위에 드러나는 문제점이 분명 있음을 알지만, 뇌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본인의 무의식적인 생각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생각의 틀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한 채 세상을 불신하게 되고 결국 악영향을 가진채 고립되거나, 아니면 어떻게든지 버티면서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부모의 부나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이 평생에 걸쳐 생각할 수 있는 인격적인 부분과 자존감, 올바르게 소통할 수 있는 바른 표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인가? 에 달려있다.
본인의 인생이 점점 더 수령으로 들어가거나 꼬인다거나, 세상 사람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혹은 오해가 오해로 번질 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주 양육자와 평소에 어떤 애착 관계를 맺어왔는지, 상호소통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말이다. 만약에 인격형성의 문제로 뇌의 메커니즘이 잘못 잡혀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이를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전문가와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뇌의 회로를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노력이 바로 '후천적으로' 인격체의 잘못된 부분을 깨닫고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릴 때의 경험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부모의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형성된 자아가 그때부터 지금부터 관성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 고치기 어렵지만 결국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 후천적으로 하나하나 깨달아나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희망적인 내용‘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