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사람의 마음속엔 악마가 있다
얼마 전 독서동아리 선정 도서인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었다.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20세기 중요한 역사의 시간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여, 그 역사적 사건들이 갖는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방대한 역사적 내용을 짧은 챕터에 응축시켜 놓고 이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생각을 풀어낸 책으로 역사·인문 교양서로 제격이다. 단점이라면 나의 역사적 무지로 인해 왠지 나머지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어 한 번에 읽어 내려가기는 힘들다. 입이 쓴 약이 몸에도 좋다는 격언도 있지만 일단 독서는 즐거워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비극들이 아직도 우리 세상에서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는 1984년 드레퓌스 사건, 1914년 사라예보 사건, 1917년 러시아 혁명 부분을 보았는데 이 사건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사람의 마음속엔 악마가 있다."라는 것.
나는 왜 사람의 마음속에 악마가 있다고 생각했을까? 아래 역사적 사실들을 살펴보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1. 드레퓌스 사건 : 20세기의 시작
드레퓌스 사건은 프랑스 유대인 장교를 둘러싼 대표적인 인권유린, 간첩 조작 사건이다.
국가는 그가 간첩이 아님에도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한다. 그리고 진범이 밝혀졌음에도 군부대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사건을 조직적으로 조작하고 은폐한다.
그러나 드레퓌스의 무죄를 알고 있는 양심 있는 군인들의 진술과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헌신한 용기 있는 지식인과 언론인들에 의해 군부의 부도덕성이 밝혀지고 드레퓌스는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된다.
진실을 언젠가 밝혀지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명예와 권력 유지를 위해 이를 숨긴 국가 권력자가 천사가 아닌 건 확실하다. 내가 알기론 어떤 나라에서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과 군부대의 여군 성폭력 조작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이런 We are the world는 사양하고 싶다.
2. 사라예보 사건 : 광야를 태운 한 점의 불씨
사라예보 사건은 19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가 사라예보에서 18세 민족주의 세르비아인 청년에게 암살된 사건으로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로 인해 시작된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 분쟁의 불씨는 오스트리아 편인 독일과 세르비아 편인 러시아의 전쟁으로 번지고 이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1차 세계대전이라는 현대적 야만의 실상을 드러낸 대화재가 되었다.
사실 독일의 빌헬름 2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전쟁을 지원할 때 이는 유럽 전쟁을 넘어 세계전쟁으로 확대될 것을 예감했다. 하지만 식민지 쟁탈을 통해 자국의 부를 위해서는 약소 민족의 자원과 노동력 착취가 필요했고, 자본주의 열강들은 사라예보 사건을 식민지 건설을 위한 좋은 핑곗거리로 사용하였다.
과학혁명의 날개를 단 현대적 야만의 실상을 드러낸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은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살해된 것이 아닌 돈과 권력을 향한 열강들의 탐욕이었다. 이들의 꺼질 줄 모르는 탐욕의 불꽃 속에서 우리나라도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민족의 자존심마저 짓밟혔다.
3. 러시아 혁명 : 아름다운 이상의 무모한 폭주
러시아 혁명사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생각하면 쉽다. 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고 학대한 농장주는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 배고픈 국민을 억압한 군주이며, 동물들이 이러한 불평등한 농장을 바꾸기 위해 주인을 쫓아내고 모든 동물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이 러시아 혁명이다.
러시아 전제군주제에 있던 계급적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고 누구나 평등하고 공평하게 살아가는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러시아 혁명. 하지만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전제군주정치를 타파하기 위한 혁명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동물농장』속 지도자인 나폴레옹, 스노볼이 권력의 쾌락을 이겨내지 못하고, 농장을 전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만든 것처럼, 완전한 사회주의를 위한 러시아 혁명은 전보다 더 심한 공포정치와 가차 없는 숙청을 통해 인민들의 자유를 말살하고 경제의 비효율성을 낳아 민중들은 전제군주 시대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낮은 곳에서 노동자들의 소리를 듣고 같이 울어야 할 사람들이 권력을 얻고 귀족노조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인터넷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특정 단체가 생각났다면 그것은 당신만 그런 걸로.. 나는 해외 노조를 말한 것이다.)
잘 보았는가?
위 세 사건을 보았을 때 인간의 마음속에는 분명 악마가 살고 있다.
악마의 주 서식지는 나라를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거물 정치권력, 경제 권력 등 약육강식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자, 하이에나 등 육식동물 보호구역이다.
권력자들이 밀림의 왕 사자라면 나 같은 소시민은 그들에게 꼼짝없이 잡아먹히는 톰슨가젤이다. 사자 1마리와 톰슨가젤 10마리가 맞짱 뜨면 당연히 잡아 먹힌다. 사자 천 마리와 톰슨가젤 10만 마리가 싸워도 가젤은 잡아 먹힐 것 같다.
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같은 초식동물이 권력자들과 싸워서 맞짱 떠서 질지라도 살기 위해서 무기를 들어야 한다. 사자를 죽일 수 없더라도 그들을 찌를 수 있는 뭉툭한 송곳과 사자의 발톱을 막을 이불 갑옷이라도 둘러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사자와 톰슨가젤이 함께 가는 것이겠지만, 최소한 사자들이 우리를 헤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게 해야 한다.
우선 2022년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지금부터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우리가 안전하게 살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