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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행복수집러 May 25. 2021

ABC 초콜릿의 편지

선희야 고마워!

선희야 안녕?

 ABC 초콜릿이야


지금 나 이 세상에 없지만

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이렇게 편지를 써.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너희 동네인 원천리 금성 상회에서 만났잖아...

이제  날 알아보겠니?


고백하자면 나는 불만 많고 착하지 않은 초콜릿이었어.

작고 낡은 구멍가게도 맘에 안 들고  같은 포장지에 들어있는 친구들도 맘에 안 들었어.



안 그래도 좁은데 친구들이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팔릴까?"

"난 멋진 아가씨에게 가고 싶"

라며 소란스레 조잘댈 때마다 짜증을 내기도 했지.


난  사람이 투명한 내 옷을 벗기고 입안에 넣고 오물거린다는 생각만 해도 불쾌해 온몸에 소름이 돋았거든.



그러던 어느 날 촌티 나는 10살 소녀. 선희 너를 만난 거야.


가게에 다리를 절룩거리며 들어신중한 얼굴로 진열대의 초콜릿, 사탕, 과자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는 너를 보고



나는 "제발 나는 건들지 마!"라고 소리쳤어.

너를 거부하는 나의 외침과는 달리 

너는 나를 안고 너희 집으로 갔지.



네가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에 가는 20분 동안 내가 얼마나 너를 원망했는지 몰라.


너희 집에 도착했을 땐 엄마 아빠는 너를 찾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어.


너를  엄마 달려와서 울면서 말했잖아.

"아니, 얘가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엄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너는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품에 있던 나를

엄마에게 건네주었지.


"엄마. 오늘이 어버이날이잖아.

엄마 아빠한테 선물해 주려고.

엄마 사랑해"



엄마가 너를 꼭 안고 흐느끼 모습이 지금도 생생해.

"흐.. 흐.. 흑.. 선희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도 선희 사랑해..."



너희 엄마는 품에 안긴 너를 떨어뜨려 네가 다리를 절게 되었다고 많이 속상해하셨어.


너희 엄마가 나를 입에 넣고 나를 살살 달래며 녹여드실 때  나는 너의 마음을 알게 되었어.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네 덕분에

세상 누구보다 착하고 예쁜 너의 마음처럼

세상 어떤 초콜릿보다 달콤하고 따뜻한 초콜릿이 됐어.



선희야.

내 몸은 이렇게 사라졌지만 나는 너의 어여쁜 마음이 되어서

지금 엄마의 가슴속에 살고 있단다.


"이 정도면 정말 멋진 삶인 것 같아."


선희야.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지금처럼 예쁜 마음 간직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항상 응원할게~!!



너의 친구

<세상 까칠하고 달콤한 ABC 초콜릿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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