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감람나무와 참감람나무

성경 스토리텔링-참감람나무

by yukkomi

산비탈 위, 두 그루의 돌감람나무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때면

그들은 서로를 향해 가지를 뻗었습니다


“조금만 더 뻗어보자… "


" 기대고 싶어.”

처음엔 가지 끝이 살짝 닿기만 해도 큰 위로가 되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의 몸통은 점점 더 서로에게 기울었고,

장마와 거센 바람을 견디기 위해

줄기는 얽히고, 가지는 서로를 껴안듯 뒤섞였습니다.


서로에게 팔을 뻗느라

땅속 뿌리는 깊이 뻗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해 가을,

두 나무엔 아름다운 빛깔의 열매가 맺혔습니다.

하지만, 그 열매는

떫고 쓴 돌감람 열매였습니다.

빛깔에 반해 살짝 맛을 본 다람쥐가 고개를 내 저으며 돌아섰습니다


어느 날,

산을 뒤흔드는 큰 바람이 몰아쳤습니다.

뿌리가 얕았던 두 나무는 바람에 심하게 흔들렸고,

결국 서로 얽혀 있던 가지들이 툭— 툭— 부러져 내렸습니다.


나뭇가지는 멀지만치 떨어진 채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거센 바람을 뚫고,

한 농부가 다가왔습니다.

그는 떨어진 가지들을 조심스레 집어들었습니다.


“여린 가지들이… 결국 꺾이고 말았구나.

하지만 괜찮아.

이제 너희를 참 감람나무에 붙여 줄게.

참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야지.”

농부는 부러진 두 가지를

깊고 단단한 뿌리를 지닌 참 감람나무줄기에 나란히 접붙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참 감람나무의 진액이 가지 속으로 스며들었고,

말라가던 가지들은 서서히 숨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건강을 되찾은 두 가지는

다시 서로를 향해 팔을 뻗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이 또다시 그들을 서로에게 이끌었고,

가지는 서로를 향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농부가 다가와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손길로

서로를 향해 뻗은 잔가지들을 잘라냈습니다.


“아프겠지만, 지금은 떨어져야 해.

참 생명으로부터 자라야 한단다.”


시간이 흐르며

두 가지는 참 감람나무에 깊이 뿌리내렸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듯 곧고 자유롭게 뻗어나갔습니다.

한 해 두 해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 참감람나무엔

새로운 가지들이 하나 둘 접붙여져 한 몸이 되었습니다.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지내며 검붉고 향기로운 열매들이 가지마다 가득 익어갔습니다.


“이건 무슨 열매지? 왜 이렇게 향기로워?”

다람쥐가 열매 하나를 조심스레 따 입에 넣는 순간,

눈이 둥그레졌습니다.

떫고 썼던 그 맛은 사라지고,

입안 가득 기름지고 깊은 맛이 퍼졌습니다.


"똑같은 모양인데 전이랑 완전 다른 맛이야!"


참생명의 진액이 돌감람나무 가지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았습니다.


서로에게 기대고 싶어 안달이던 가지들이

이제는 자유롭게 하늘을 향해 자랍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꽃을 피우고, 잎을 흔들며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갑니다.

그들은 함께

크고 아름다운 나무가 되었습니다.

그 넓고 푸르른 그늘 아래로

새들이 날아와 노래하고,

어미 사슴은 아기와 함께 평화롭게 쉬어갑니다.



**창작노트**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어요.

외롭고 힘들 때, 누군가가 필요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가 되면 괜찮을 거라 믿었죠.


그래서 열심히 팔을 뻗었어요.

더 가까워지려고, 더 사랑하려고 애썼고

때로는 그 애씀 속에서 나 자신을 잃기도 했어요.


하지만...

기대느라

뿌리는 깊이 내려가지 못한 채

큰 바람 앞에 함께 쓰러지고 말았죠.


그때,

내 삶에 조용히 다가온 분이 계셨어요.

내가 맺은 쓴 열매를 보며도 책망하지 않으시고,

그저 부러진 나를 들어 조심스레 말씀하셨죠.


“이제는 참 생명 안에서 자라야 한단다.”


나는 그분이 보여주신 참 감람나무에 접붙여졌어요.

그리고 조금씩 알게 되었죠.

서로를 살리는 사랑은 그분께로부터 흘러온다는 걸요.


이 이야기는

자꾸만 부서지고 상처받는 이들에게,

그리고 다시 자라나고 싶은 모든 이에게 드리는

작은 고백이에요.


“참감람나무에 접붙임 받아

진액을 함께 받는 자가 되었느니라.”

— 로마서 11장 17절


참고:

사실 자연에서는 돌감람나무 가지를 참감람나무에 붙여도 떫고 쓴 돌감람 열매가 그대로 맺히지만,
로마서 11장은
접붙임을 통해 형질까지 바뀌는 은혜를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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