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싸움
고린도후서 10:3-5, 8 KLB
인간은 왜 이렇게 끊임없이 싸움을 반복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싸움이란, 하나됨을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하나 되고자 하는 것이, 실은 깊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요?
누군가 나와 다르다는 사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 다름은 곧 내가 틀렸다는 위협으로 느껴지고 내가 소외되었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같아지기 위해, 하나 되기 위해 갈등하고 싸우게 됩니다.
하지만 싸움으로 진짜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지요.
그래서 인간은 적을 없애고, 한편으로 흡수해 버리기 위해 결국 힘을 사용합니다.
힘으로 굴복시킴으로 한편을 만듭니다.
하지만, 이건 한시적일 뿐. 언젠가 눌렸던 존재가 다시 힘을 갖게 되면, 또다시 싸움이 시작됩니다.
도전과 응징, 억압과 보복의 반복. 이것이 인간의 전쟁 역사입니다.
고린도후서 10장은 우리의 싸움이 혈과 육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성경은 우리가 보는 눈앞의 세계 너머를 이야기합니다.
사실 보이는 세상(현상, 육)은 보이지 않는 세상(내면, 혼)을 투사하고 있습니다. 즉, 바깥세상은 거울처럼 우리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겉으로는 사람들 사이의 다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아’들의 전쟁입니다. 세상의 중심이 되려는 인간의 본성, 선악과를 따먹고 스스로 재판관이 되려 했던 그 본성은 자기 뜻을 중심에 세우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모이고, 당을 만들고, 심지어 전쟁도 불사합니다. 자신의 자아를 주장하고 전파하려 하다 결국 타인의 자아와 충돌하게 됩니다.
그러나 각자의 육속에서 왕노릇을 하는 자아는 하나 될 수 없는 본질이기에, 결국 자아를 담고 있는 육체를 힘으로 굴복시켜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려 들게 됩니다.
그 힘은 물리적힘 뿐이 아니라 물질적인 부나 권력, 억눌린 두려움, 쌓인 분노, 치유되지 않은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에서도 가치 충돌로 인해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듯,
영의 세계 안에서는 하나님의 나라와 인간의 나라 사이에는 끊임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생명이라는 무기를 가진 자를 통해 내
영혼에 끊임없이 ‘전쟁’을 걸어오셨습니다.
천국이 내 지옥 옆에 침노해 온 것입니다.
나는 지옥문을 열 생각이 없었지만, 예수님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계속해서 기다리시고, 조용히 마음의 문을 두드리셨습니다.
오랜 시간 고집으로 똘똘 뭉친 채 문을 열지 않는 내 자아를 인내해 주셨습니다. 그러다 내 자아가 스스로 무너졌을 때, 나는 비로소 마음을 열고 그 생명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인내의 싸움 속에서 결국 생명이 승리하셨습니다.
영접 이후에도 전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내 안의 죄와 하나된 자아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씨가 끊임없이 부딪쳤습니다.
생명의 씨 하나가 내 안에 들어왔을 뿐인데, 마치 아기를 품은 엄마가 입덧을 하듯 거부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내 안의 자아는 이미 나의 피와 살이 되어 내 존재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견고한 대들보가 되어 있었기에, 그것이 뽑혀나가는 과정은 고통스러웠습니다.
지금도 나는 마치 연금술사가 불로 금을 제련하듯, 순도 100%의 순결을 향해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때론 나 자신과 싸우고, 때론 타인과 싸웁니다. 생명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도, 생명을 가진 사람들끼리도 싸움은 존재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내 안에 감춰졌던 자아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그 싸움 속 불꽃에서, 내 속에 숨어 있던 이기심, 두려움, 내 뜻, 자기 의, 상처, 세계관—모든 불순물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그리고 나는 그 빛 앞에서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내 자아로 인해 얼마나 많은 타인을 죽였는지를.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내가 얼마나 죽었었는지를.
또한 나를 살리기 위해 남에게 칼을 겨눴지만, 동시에 칼을 잡은 나 자신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내 안에 임하신 깨끗한 예수님의 생명과 자기중심적으로 자라난 자아 사이의 치열한 전쟁 속에서, 내가 주렁주렁 매달고 있던 선악과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갑니다. 심판관의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아가 죽는데, 나는 오히려 살아납니다. 자유해집니다.
내 안에 굴러들어 온 돌 같은 생명과
딱딱하게 굳어있던 박힌 돌 같은 죄의 그 고된 싸움 가운데 죄와 하나 되었던 자아만 죽고, 생명의 자아는 계속 살아납니다.
그 생명이 계속 커지면서, 죽이고 군림하고자 했던 내 마음은 살리려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변화됩니다.
생명을 가진 자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압니다.
지금은 하나님의 사랑을 거부할지라도, 죄에 얽매여 고통받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깁니다.
예수님의 마음 이것이 하나님께서 자녀에게 주신 ‘생명의 무기’입니다.
'자아의 무기'는 다른 이도 죽였고, 나 자신도 죽였습니다. 남을 종으로 만들었고, 나도 종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생명의 무기'는 종의 멍에를 벗겨주고, 자녀답게 자유인으로 살게 하며, 세상 가치 속의 경쟁, 비교, 죽음과 상처에 묶여 있는 다른 이를 자유롭게 해줍니다.
남을 굴복시키는데 힘을 쓰는게 아니라, 딱딱하게 닫힌 자아의 문이 열릴때까지 아버지처럼 사랑으로 기다리는 데 힘을 씁니다.
결국,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싸움은 천국을 전하기 위한 싸움이며, 사단에게 빼앗긴 인간의 마음을 천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의의 전쟁’입니다. 그 무기는 화려한 언변이나 지식도, 두려움과 상처로 하나 되는 공감도 아닙니다. 의의 병기는 바로 사랑 자체이신 예수님, 순결한 복음이신 그분 자체입니다.
그리고,그 싸움끝에 그토록 원하던 하나됨이 이루어짐을 봅니다.그 하나됨은 힘으로 복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부 성자 성령님처럼 믿음과 사랑의 힘으로 하나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제 안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습니다.
사랑과 미움, 소망과 낙담, 불신과 믿음, 분열과 화평, 원망과 감사.... 이 두 마음이 끊임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싸움의 끝은 이미 약속되어있기에 오늘도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 치열한 싸움 속에 오늘도 내 안에 임한 천국이 또 커져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