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씨앗 3

씨 뿌리는 자의 비유

by yukkomi


"이 이야기는 예수님의 씨 뿌리는 자의 비유(마태복음 13장)를 재해석한 우화입니다."

좋은 씨:예수님의 생명

농부:예수님

땅:마음

게으른 농부:거짓 종교 지도자

슈퍼시드: 세속화된 복음, 지식으로의 복음

1.버려진 땅
2.농부
3.뿌리
4.좋은씨앗
5.유기농법
6.종자씨

7. 겨울이 남긴 것


선선하던 가을바람이 시베리아 동장군과 만나 차가운 바람으로 바뀌었어요.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에 나무는 잎을 떨구었어요. 나무껍질도 하나둘 벗겨져 나갔어요.


그해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추위가 이어졌어요. 나무는 바짝 말랐고, 가지는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렸어요.

하지만 땅 속뿌리는 땅속 깊은 곳 생명의 근원을 찾아 더 깊이 더 멀리 뻗어나갔어요.


짹짹짹—


봄을 시샘하는 추위에 지처 잠든 나뭇가지 위로 새들이 날아와 노래하기 시작했어요. 살며시 눈을 떠보니, 얼었던 눈이 녹아 촉촉한 땅으로 변해있었어요.


그 위로 개구리들이 뛰어다니고, 나뭇가지도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렸어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찾아왔어요.

나무에 둘러놓았던 볏짚 속에 겨우내 모여든 애벌레들을 농부가 불을 붙여 싹 태워 버렸어요.


"추운 겨울 동안 나를 좀먹던 녀석들도 많이 사라졌구나."


또 한 번의 겨울을 지난 나무는 둥치가 한 겹 더 굵어졌고, 속에는 시간의 문장처럼 또렷한 나이테가 새겨졌어요.

그건 시련을 견뎌낸 생명이 남긴 훈장이었지요.

땅속뿌리는 굵어졌고, 깊어졌고, 넓어졌어요.

얼어붙은 흙을 밀어내며 사방으로 힘차게 뻗어나가고 있었어요.


봄이 무르익었어요.

동이 트고 아침이 밝자, 부지런한 농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또다시 한 해 농사를 시작해요.


농부는 잘 보관해 두었던 귀한 종자 씨를 잘 자란 나무 옆에 뿌리며 나지막이 속삭였어요.


" 잘 자라줘서 고마워. 착한 나무야.

네 곁에 작은 씨 하나를 심을게.

네 무성한 잎 덕분에 새들 눈에 띄지 않을 거야.

너의 그늘 덕분에 뜨거운 볕을 견딜 수 있을 거야. 너의 몸통이 거친 바람을 막아줄 거야.

몇 년 지나면 너처럼 잘 자라서 좋은 친구가 될 거야. 함께 기다려줄 거지?"


8.


메말랐던 밭에 푸른빛이 돌아왔어요.

잡초와 쓰레기 대신

빛나는 잎사귀와 튼튼한 나무들이 자리를 채웠죠.

작은 씨앗, 손가락만 한 새순, 농부의 키만큼 자란 나무, 그리고 듬직한 아름드리나무까지

크고 작은 나무들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큰 숲을 이루었어요.

도심 한가운데서, 죽어가는 회색 도시에 조용히 숨을 불어넣어 줘요.


그리고,

땅속 깊은 곳에서는 생명의 물이 낮은 곳을 찾아 고요히 흐르고 있고, 나무들의 뿌리는 서로를 꼭 잡고 있어요.


코발트빛 하늘 밑 펼쳐진 커디란 숲아래서,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신나게 달리고,

토끼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지친 새들은 잠시 날개를 접고 쉬어갑니다.


에필로그: 퍼져가는 희망


농부는 오늘도 새벽부터 일어나 또 다른 버려진 땅을 찾아 나서요.

소중한 씨앗들을 바구니에 담고 여기저기 씨를 뿌려요.

갈라진 자갈밭, 길가 시멘트 틈까지 어디든지요.


"살아나라,

하나라도 뿌리를 내려라!"


많은 씨앗들이 죽어갔지만, 농부는 포기하지 않아요.

신기하게도 몇몇 씨앗들이 조그만 틈에서 싹을 틔우고, 그 작은 생명들의 울음을 들은 농부는 다시 삽을 들어요.


하나둘 생명의 땅이 늘어나고 있어요.


버려진 채석장에 생명의 나무가 자라나고,

모래뿐인 놀이터가 예쁜 꽃밭이 되었어요.

회색빛 도시 곳곳에 초록빛 섬들이 생겨나자, 새들과 동물들이 찾아와 달콤한 열매를 먹고 더 멀리 씨앗을 퍼뜨렸어요.


좋은 씨앗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버려진 모든 땅이 생명의 땅이 될 때까지, 농부의 사랑과 씨앗들의 희망은 계속해서 퍼져갈 거예요.





*창작 노트*

척박한 땅 위에

생명이 심겼습니다.

그 생명이 자라고, 꽃 피우고, 열매 맺어

다시 다른 땅으로 퍼져 나갑니다.

이건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마음의 땅은 처음부터 좋은 땅이 아니었어요.

상처가 두려워 가시를 세우고,

지는 게 싫어 돌을 품은 밭이었지요.

사랑조차 새들이 쪼아 먹던

딱딱한 길가 같은 마음이었어요.


그러다 복음의 비가 내리고,

한 알의 씨앗이 조용히 심기며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좋은 땅은

농부를 기다리는 가난한 마음의 땅,

생명을 품고 있는 우리들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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