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씨앗 2

씨 뿌리는 사람 비유

by yukkomi

"이 이야기는 예수님의 씨 뿌리는 자의 비유(마태복음 13장)를 재해석한 우화입니다."

1. 버려진 땅

2. 농부

3.




https://brunch.co.kr/@yukyung2001/113

4. 좋은 씨앗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드러난 봄날.

새끼를 꼬아 만든 바구니에서 농부가 작은 씨앗 하나를 꺼냈어요. 햇볕을 받은 조그만 씨앗이보석처럼 반짝였어요.

그는 씨앗을 가시덩굴이 뽑혀나가 생긴 구덩이 한가운데 내려놓고 기도하듯 속삭였어요.


"이건 생명의 씨야. 잘 품고 있으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제가요? 저한테선 가시만 나오는데요."

" 내가 있잖아. 나를 믿고 기다려 보자"

"... 해볼게요."


밭이 청소되는 사이, 동물들의 배설물과 뒤섞인 붉은빛의 흙이 발효된 좋은 퇴비가 만들어졌어요.

농부는 퇴비를 듬뿍 퍼서 작은 씨위에 뿌려주었어요.

그 위에 흙을 덮은 뒤 발로 살살 다졌어요.


며칠이 지나자 땅속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느껴졌어요. 작은 씨앗의 생명력이 자궁에 심긴 아기씨처럼 땅을 이리저리 흔들었답니다.


" 속이 메슥거리고 이상해요. 씨를 뱉어내고 싶어요"


" 생명이 자라느라 그렇단다. 내가 도와줄게."


힘겨워하는 땅을 위해 그는 부지런한 지렁이를 불러들였어요.

땅속의 농부 지렁이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흙을 부드럽게 바꾸어 주었어요. 지렁이들이 남긴 배설물도 영양소가 되어 씨앗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었어요.

하늘의 바람도 먹구름을 몰고 와 시원한 비를 뿌려 주었답니다.


생명이 흩날리는 계절답게, 거친 생명의 씨도 바람을 타고 계속 날라 왔어요.

성실한 농부는 동이 트기 전부터 나와 밤 사이에 또 자라난 잡초를 뿌리째 뽑았어요. 그리고 아스팔트 도로 위로 던졌어요. 흙 위에 두었다간 순식간에 뿌리를 내리거든요.

땅이 양분을 오롯이 작은 씨앗에게 줄 수 있도록 농부는 쉬지 않고 억센 잡초를 뽑아냈어요.



오랜 기다림이 이어지던 어느 날 새벽, 흙 사이로 작은 싹이 솟아올랐어요.


기다림이 마침내 싹을 틔운 순간, 농부는 벅찬 마음을 담아 말했어요.


"소중한 친구가 드디어 나왔구나. 자, 우리 함께 이 땅을 같이 일궈보자."

하지만 아직, 땅은 농부의 말을 다 이해할 순 없었답니다.


5. 유기농법


생명의 싹은 아주 조금씩 자라났어요.

때론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고, 타는듯한 여름볕에 잎들이 녹아내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얇은 줄기만 있던 새싹이 몇 해쯤 지나자 손가락만 한 굵기의 나무가 되었어요.


농부는 변함없이 부지런했어요.


꾸준히 잡초를 뽑고, 벌레를 손으로 일일이 잡으며 나무를 돌봤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땅이 하늘과 땅의 생명력으로 잡초와 벌레와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돌봤어요.



한편, 울타리 너머 이웃 밭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어요.
뚱뚱한 농부는 종자회사에서 만든 유전자 변이 씨앗을 뿌렸어요. 그리고 파란색 화학 비료를 듬뿍 넣어 주었어요.
풀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컸어요.
게으른 농부는 밭에 잘 나오지 않았어요. 뜨문뜨문 나와서 발목만큼 자란 잡초를 예초기로 밀어버리고, 제초제를 듬뿍 뿌렸어요.
살충제도 아낌없이 뿌렸어요.
게으른 농부는 커다란 파라솔 밑에 앉아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코를 골았어요.
그런데도 몇 달 사이 작은 씨는 팔뚝만 한 굵기의 나무로 쑥 자라났어요.

울타리 너머의 나무를 지켜보며 땅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느릴까?'

'역시 내가 문제구나....'

우울해하는 땅의 마음을 알아챈 농부가 말했어요.

"저 나무가 부럽니?
저 나무들은 겉으로는 커 보이지만 건강한 나무가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너도 알게 될 거야."

이듬해 봄이 되자, 나무는 몸통이 조금 더 굵어졌고 여린 나뭇가지에도 꽃봉오리가 여기저기 맺혔어요.
벚나무처럼 온통 하얗게 물들 모습을 상상하며 나무는 신이 났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농부가 아직 피지도 않은 꽃봉오리를 따기 시작하는 거예요.

"제가 예뻐지는 게 싫으신 건가요?"

농부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어요.

"이렇게 꽃이 많으면 영양을 다 뺏겨서 나무가 자랄 힘이 없어. 꽃도 예쁘지만 먼저 나무가 튼튼해져야 해."

농부의 수고와 땅의 인내, 씨가 가진 생명력이 하나가 되어 더디지만 조금씩 자라났어요.

다시 몇 번의 계절을 지나는 사이.
생명나무의 가지도 이제는 열매를 달고 있을 만큼 굵게 변했어요. 봄을 맞은 나무에는 보기에도 실한 꽃들이 여기저기에 피어올랐어요, 활짝 핀 꽃을 보며 땅의 마음도 피어올랐어요.


"나에게서 이렇게 예쁜 꽃이 피다니.... 이게 전에 농부가 말한 신기할 일인가?"


그런데, 얼마 후에 농부는 건강한 꽃들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아낌없이 솎아냈어요.

"꽃을 보면 어떤 열매가 맺힐지 알 수 있지."

그 사이 몇몇 가지들이 서로를 향해 붙어 자라고 있었어요. 농부는 너무 가까이 있는 가지를 잘라내서 다시 먼 곳에 접붙여 놓았어요.

"너무 가까우면 부딪치느라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아프기만 해. 지금은 아쉬워도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적당히 떨어져서 자라야 한단다."

"올해는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 같구나."

얼마쯤 지났을까? 농부의 말대로 꽃이 진 자리에 많은 열매가 열렸어요. 열매가 익으며 내는 향기에 벌레들이 다가와서 갉아먹으려 했지만, 시간의 시련을 견디며 단단해진 열매는 벌레의 공격을 잘 버텨냈어요.

열매가 한창 익어가던 어느 날, 비바람이 몰아쳤어요.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휘몰아쳤어요.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농부는 서둘러 버팀목을 세우고, 나무를 단단히 고정해 두었어요.

처음 겪는 거센 바람에
나뭇가지는 휘청거리며 중심을 잡으려 애썼고, 열매들은 가지를 꼭 잡은 채 안간힘을 쓰고 있었어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바람에, 멋대로 자란 삐죽한 가지 몇 개는 부러져 나갔고, 힘겹게 버티던 열매들도 하나둘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어요.

며칠 뒤, 언제 그랬냐는 듯 거친 바람은 사그라들고 온화한 미풍으로 바뀌었어요.
바람을 타고 온 나비 한 마리가 마을 소식을 전해 주었어요.


"게으른 농부 네 나무가 뿌리째 쓰러졌대요. 알고 보니 키만 컸지 뿌리가 너무 작더래요."

나비의 이야기에 놀란 땅은 다시 한번 생명나무를 살펴보았어요. 다행히 가지에는 아직 많은 열매들이 남아 있었어요.


"휴~ 우리 농부님이 더딘 방법을 택한 이유가 있었구나."

마침, 저만치서 농부가 걸어오고 있었어요. 농부의 손에는 부러진 가지가 하나 들려 있었죠.


"농부님 , 손에 든 그 가지는 뭐예요?


"이건 바람에 날아온 옆집 나뭇가지야. 이걸 생명나무에 접붙이려고"


"네. 그래야죠. 전 이제 당신을 완전히 믿어요"


"나무야. 고마워. 네가 자랑스럽구나."

그 후로도 몇 번의 바람이 더 지나가고, 드디어 선선한 북풍이 불어왔어요. 열매는 검붉은 빛깔을 뽐내며 탐스럽게 익어갔어요.

열매는 여러 가지 맛을 품고 있었어요.
한여름의 태양 아래에서 농축된 진한 단맛,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낸 아삭한 식감,
거센 비바람을 이겨낸 깊은 풍미,
농부의 땀방울처럼 묵직하고 정직한 맛까지—
계절과 시간, 농부의 마음까지 품은 풍성한 맛이었지요.


6. 종자 씨


풍성한 수확을 거둔 농부는 열매를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매년 후원하던 고아원에 올해는 열매도 여러 상자 보내주었답니다.

그리고, 열매 속에서 나온 씨앗들은 정성스럽게 따로 모아두었죠.


어느 날, **종자 회사 직원이 반짝이는 포장지에 담긴 씨앗을 들고 찾아왔어요.


"이건 최신 기술로 개발한 '슈퍼 시드'입니다! 병충해에 강할 뿐만 아니라 뿌리도 빨리 자라게 해서 악천후에도 끄떡없어요. 열매 크기도 기존 종자보다 두 배나 크답니다. 올해는 이걸로 농사지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농부는 고개를 저었어요.


"고맙지만 저에게는 이미 좋은 씨가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깊은 맛보다 달고 큰 걸 원해요. 이대로는 팔기 어려우실 거예요."


옆집 농부는 슈퍼시드를 심었어요.

그의 말처럼 씨는 정말 빠르게 자라서 첫해임에도 큼지막한 열매가 맺혔어요.

이웃집 농부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어요.


생명나무도 부러워하며 말했어요.


"저런 훌륭한 씨를 심으면 우리 농부도 편할 텐데..."


하지만 이듬해 가을, 이웃 밭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지요.

이웃집 나무는 누런빛이 도는 물컹하고 싱거운 열매를 맺었어요. 첫해와는 완전히 다른 열매였어요.

제초제와 살충제로 영양분을 빼앗긴 땅도 윤기를 잃은 채 시름시름 앓아갔어요.

게으른 농부는 또다시 화학비료를 쏟아부었어요.

하지만 , 그다음 해 나무에는 잎만 무성할 뿐 열매가 맺히지 않았어요.


"이미 알고 계셨던 거죠?"


땅이 농부에게 물었어요.

햇볕아래에서 씨앗을 고르게 펼치던 농부가 눈을 맞추며 말했어요.


"이 토종 씨앗들은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진짜 생명이란다. 혹독한 겨울과 매서운 바람을 견디고, 해충과 병을 이겨내며 뜨거운 여름을 버텨낸 소중한 씨앗들이지. 심으면 똑같은 열매가 열리는 순수한 종자란다."

농부는 씨앗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며 말했어요.


"이 씨를 잘 보존해야 해. 겉모습만 그럴듯한 개량종이나 한 번 쓰고 변질되는 종자회사 씨앗들과 섞이면 안 되거든.

그래야 나무도 땅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어."


3부 예고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던 농부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어요. 몇 번의 겨울을 함께 견뎌온 그였지만, 점점 겨울빛을 띠어가는 하늘을 보는 그의 눈에는 깊은 생각이 담겨있었어요.

"올겨울은... 지금까지 보다 훨씬 혹독할 것 같구나."


과연 생명나무와 땅은 더욱 거세진 추위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창작노트*

「좋은 씨앗 2」는 죽음의 땅에 참농부이신 예수님이 오셔서 생명의 씨를 뿌리고, 그 씨가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 복음의 본질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거짓 종교와 이단은 가짜 씨를 뿌리고, 달콤한 꽃길과 즉각적인 변화를 약속하거나 열매를 흉내 내지만, 참된 복음은 예수님의 생명을 영접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반드시 거칩니다.

그 속에서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천국의 관계로 변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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