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앞치마를 두르고
나무빛 도마 위에 단어들을 나란히 올린다.
고민과 생각이라는 서투른 칼질로
살점은 흩어지고
껍질은 군데군데 남아 있다.
예열 없는 팬 위에 무작정 기름을 두르고
글의 재료들을 볶는다.
설익은 문장 조각은 튀어 오르고
불맛을 기대했지만 까맣게 그을린 쓴맛이 남는다.
감정이라는 조미료를 뿌려보지만
가슴 한쪽 텁텁함은 어쩔 수 없다.
마감시간은 성큼 다가오고
글을 담는 손끝은 떨린다.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이도저도 아닌 맛이 되어버렸다.
후회의 밤이 지나고…
떠오르는 아침과 함께
빛을 잃었던 꿈도 조용히 되살아난다.
서두르는 마음과 다 주려는 마음의 불꽃을 조절하며
레시피를 고쳐 쓴다.
밤사이
주방 한켠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소리 없이 끓고 있었다.
한 톨 한 톨 살아 있는 진심을 모아
마음 한 그릇에 정성스레 담고,
위로라는 고명을 올리며
농담 한 스푼도 솔솔 뿌린다.
오늘 하루가 길었던 사람들에게
여전히 엄마의 위로가 필요한 어른들에게
별건 아니지만
뚝딱 비워낼 수 있는 한 그릇이 되길 바라며...
돌아가는 길,
점점 배가 차오르는
가정식 백반 한 상 차려주고 싶다.
오고 가는 젓가락에
미소가 피어나고
글 한 그릇 사이로
마음들이 모여드는 그 자리에서
때로는 누군가를 맞이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손님이 되어
천천히
따뜻하게 익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