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 12장~13장

징계와 사랑

by yukkomi


히브리서는 불안과 흔들림 속에 있던 히브리파 유대 그리스도인들을 꾸짖거나 정죄하기 위해 쓰인 편지가 아니다.
이 편지는 확신을 주고, 위로하며, 다시 걸어가도록 붙들어 주는 사랑의 권면이다.


당시 사람들은 고난을 하나님의 벌이나 저주로 해석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었다.
유대교에서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으로 옮겨 온 이들은 계속되는 박해와 어려움 앞에서 이렇게 흔들렸을 가능성이 크다.
“혹시 우리가 조상의 신앙을 떠났기 때문에 벌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히브리서 12장에서는 바로 이 두려움에 답한다.
그들이 겪는 고난은 심판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훈육이라는 것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하나님을 죄를 벌하는 냉혹한 재판관이나 주인으로 그리지 않고, 자녀를 기르는 부모로 설명한다.


당시 사회에서 자녀는 종과 전혀 다른 존재였다.
자녀는 가문의 이름을 잇는 계승자였고, 부모의 소유와 약속을 함께 나누는 상속자였다.
그러므로 히브리서가 말하는 ‘징계’는 쫓아내기 위한 처벌이 아니다.
그것은 자녀를 상속자로 성장시키기 위한 훈육의 과정이다.


주께서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훈련시키시고,
아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모두 꾸짖으신다.
그러니 어려움을 훈련이라 생각하고 참아 내십시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자녀로 여기신다는 증거입니다.
아버지에게 훈련받지 않는 자녀가 어디에 있습니까?
모든 자녀는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훈련을 받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사생아이지 참 자녀가 아닙니다.
(히브리서 12:6–8)



그렇다면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무엇을 다루시고, 무엇을 자라게 하시는가?



1. 믿음을 키우신다


영접 후 맞이하는 고난의 시간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시간이다.
아버지 하나님과의 애착이 형성되는 시간이다.
영접 후에도 두려움이 몰려올 때도 있고, 슬픈 날도 많다.
그러나 바로 그 고난 때문에 자녀는 하나님 품으로 들어가 보호하심을 경험한다.
그렇게 안정적인 애착 관계 안에서 살아가다 보면
부정적 감정보다는 긍정적 감정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때때로, 상황을 뛰어넘는 확신과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인간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부어지는 것이다.
이 고난의 시간을 통과하며
마침내 신뢰는 믿음으로 바뀐다.
믿음이 쌓이면 다시 시험에 넘어질 때에도
털고 일어나 약속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2. 쓴 뿌리와 가시를 제거하시고, 참 뿌리가 자라게 하신다.


인간은 죄의 유전자를 안고 태어나
죄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인간의 내면에는 불신과 불안, 미움이라는
쓴 뿌리와 가시가 자리 잡고 있다.
이것들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하나님은 불같은 고난을 통해 쓴 뿌리와 가시를 제거하시고 예수님께로부터 나온 참 믿음의 뿌리만 남게 하신다.
그렇게 그동안 붙들고 있던 불신과 불안으로부터
자유하게 하신다.


3. 자기중심적 사고를 제거하시고, 공감 능력을 키우신다


인생은 에덴이라는 안전한 자궁에 머무는 시간이 아니다.
수많은 시간과 관계를 통과하며 자녀를 키우시는 하나님의 양육 과정이다.
그 양육의 목적은 '하나님과의 하나 됨, 이웃과의 하나 됨'이다.
고난의 시간을 통해 비로소 인간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돌아보게 된다. 아픔의 경험을 통해 공감을 배운다.

이렇게 고난을 경험하며 자기만 앞서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넘어진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난다.
그러므로 고난은 인생의 모든 경험이 서로 협력하여
아름다운 성품의 사람으로 빚어지는 과정이다.



4. 안정감과 자율성을 키우신다


부모가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면
아이는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자녀에게 자유와 자유의지를 주신다. 때때로 실패를 경험하지만 그 경험 속에서 자녀는 자유의지가 자라게 된다.
그러나 만약 부모가 주는 안정 감 없이 혼자 고난을 버티게 하면 아이의 마음은 강퍅해진다.
강한 사람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따뜻하고 유연한 사람으로 자라기 어렵다.
하나님의 양육도 이와 같다.
하나님은 고난까지도 성장의 재료로 사용하시지만, 그 고난을 자녀 혼자 견디게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부모가 자녀를 절대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한다는 안정감, 그리고 지켜봐주는 돌봄 속에서 자녀의 자유의지는 올바르게 자라난다.


5. 노예근성을 제거하시고, 자유를 키우신다


고난을 지나고 난 뒤의 가장 큰 유익 중 하나는
종에서 자유인으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익숙한 것을 편안해한다.
이집트에서 해방되어 자유인이 되었어도
노예였던 시절이 더 편하게 느껴졌던 것처럼,
사람은 과거에 대한 관성을 가진다.
예측 불가능한 자유보다 예측 가능한 상과벌의 세상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고난의 시간을 통해 무조건적인 부모의 사랑을 맛보며, 노예 습성이 벗겨지고 자녀로 다시 빚어진다.
아버지와 함께 겪는 고난 이후에는
이전에 갖지 못했던 자녀로서의 당당함과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6. 자기 의의 열매가 떨어지고, 성령의 열매가 맺히는 시간이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는
인간은 고난이 해결된 이유를 자기 노력 때문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면서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인생을 살고,
다른 사람에게도 노력하라고 가르치게 된다.
그러나,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만났을 때 비로소 하나님이 일하심을 철저히 경험한다.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은 이전에 내 안에 뿌리내렸던 자기 의의 열매가 떨어지는 시간이다
그리고 점점 하나님께로부터 온 성령의 열매가 자라나는 것을 보게 되는 시간이다.


7. 비로소 나다워지는 시간이다


종교는 ‘하나됨’이라는 이름으로
모두를 예수님 같은 인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과 캐릭터를 잃어간다.
그러나 고난의 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캐릭터와 바닥이 모두 드러난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그 바닥 때문에 오히려 예수님께 더 붙어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믿어지면서 비로소 진짜 나다움이 나오기 시작한다.
고난을 통과하며 내가 원래 어떤 기질로 만들어졌는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가 모두 드러난다.
하나님 속에서 창조하신 원형으로서의 나를 알아간다.
종교는 하나님 뜻에 맞는 획일화된 인간을 만들려 하지만,하나님 나라는 각자의 개성과 강점과 약점을 가진 지체가 함께 모여 온전한 공동체를 이룬다.
혼자서 완벽한 사람이되는것을 내려놓고 서로서로 모여 온전하고 자유로운 생명의 유기체로 자라나는 시간이다.



사랑으로만 보이는 것들


문자와 말은 소통을 위한 도구이며, 관계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시대적 배경과 서신의 목적을 제거한 채 문장만 떼어 읽으면 히브리서 12장과 13장은
무척 부담스럽게 들린다.
그러나 이 편지는 두려움을 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위로와 격려를 위한 글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말한다.
아벨의 피로는 시내산에 오를 수 없었지만,
예수의 생명의 피를 받음으로 이제 시온산에 자유롭게 나아가게 되었다고.
그렇게 시온산에 나가 하나님에게로부터 계속 평안과 자유와 사랑을 공급받는 것이 흔들리는 믿음을 굳게 할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반복적으로 얘기한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카타콤의 무덤 속에서도
신앙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그곳에 두려움보다 더 큰 위로와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순교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도 죽음보다 부활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두려움과 상처, 이기심으로 깨진 마음은
사랑과 은혜를 보지 못하게 한다.

이미 주어진 약속을 누리지 못하게한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랑은 하나님을 보게 한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다스리심을 보게 하고, 미래의 약속을 확신하게 한다.


사랑의 눈은 하나님이 계심을,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심을,

하나님이 믿을 만한 분임을,
하나님이 주시려는 약속을 보게 한다.


그리고 믿음의 눈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

다른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게 한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요일 4:7–8)
매거진의 이전글히브리서 1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