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이 이야기
창작 소설- 자유의 날개
1.고장난 저울
2. 나음이 이야기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던 겨울날, 한 아이가 태어났다.
순종과 성실이 오랜 기도 끝에 얻은 선물 같은 아이였다.
하지만 그들의 품에 안긴 아이는 평범하지 않았다.
한 번 시작된 울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고,
품에 안겨 있어도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수시로 열이 났고, 재채기와 두드러기가 늘 따라다녔다.
부부는 그런 아이가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순종의 정성스러운 돌봄 덕분에 아이는 점차 건강을 되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책을 보기보단 하늘을 보는 걸 좋아했고,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지 못했다.
종일 밖에 나가 있었고, 질문이 끝이 없는 아이였다.
친구들이 모두 “네” 하고 말할 때,
나음이는 조용히 물었다.
“왜 그래야 하죠?”
학교에 들어간 나음은 금세 문제아가 되었다.
선생님은 질문이 많고 규칙을 어기는 나음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날, 선생님은 조용히 그를 불러 세우더니
가슴에 명찰 하나를 달아주었다.
‘죄인 1’
그것이 나음의 새로운 이름이 되었다.
그날 이후, 아무도 나음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선생님은 무시했고, 아이들은 수군거렸으며,
어른들은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잘 봐. 규칙을 어기면 저렇게 되는 거야.”
나음은 점점 입을 닫았다.
질문도, 감정도 조용히 삼켰다.
말 한마디가 화살처럼 돌아올까 봐.
그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담장 끝 벽에 기대어 바람을 맞을 때였다.
하지만 그조차 점점 힘들어졌다.
밥도 제대로 삼키지 못했고, 걸음은 무거워졌으며,
몸은 마르기 시작했고, 마음은 텅 빈 채 꺼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한 노인이 들어섰다.
‘나그네를 대접하면 벌점을 감해준다’는 규칙이 있었기에, 나음의 부모는 기꺼이 문을 열었다.
노인은 조용했다.
말없이 식사를 했고, 폐를 끼치지 않았다.
새벽이면 어딘가로 나가 밤늦게 돌아왔다.
자그마한 노인과 어울리지 않는 그의 큰 배낭에는
생전 처음 보는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색색의 연필, 작은 수첩, 웃고 있는 곰 인형,
게임 카드, 그리고 낡은 하모니카.
그 노인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나음이는 어떻게 생각해?”
“네 마음은 어때?”
아무도 묻지 않던 나음의 마음을 그는 물었다.
“그랬구나.”
“괜찮아.”
나음이 울면 함께 울었고,
웃으면 박수를 치며 함께 웃었다.
노인은 종종 ‘생명마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유가 뭔지 몰랐고, 생명이란 말은 낯설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 어딘가가 조금씩 풀어졌다.
나그네는 나음의 첫 번째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해 겨울, 밖은 매섭도록 추운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날이 차갑기만 했던 나음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