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자유의 날개 3

담너머의 봄

by yukkomi

1. 고장난 저울

2. 나음이야기

3. 담너머의 봄

-질문할 수 없는 마을에서, 아이는 조용히 마음을 닫고 살았다.

하지만 사랑은 침묵 속에서도 길을 찾았고, 오래 지켜온 믿음마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믿음


그 무렵, 나음의 아빠 성실은 오래전 어느 밤을 떠올렸다. 그의 아내 순종은 종교당의 충직한 당원이었다.

저녁마다 한 끼는 반드시 금식했고, 배고픔을 견디려 눈을 비비며 기도문을 외우곤 했다.

마침내 순종은 ‘의인의 집’이라는 명패를 받았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고, 흰옷의 현자는 축복을 내렸다.


하지만 그날 밤, 순종은 그 얇은 금속 명패를

서랍 깊숙한 곳에 넣었다.

“기뻐야 하는 날인데…

왜 이런 마음이 들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슬펐고, 지쳐 있었다.

성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그 물음은 성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돌아선 마음


이듬해 봄, 새 학기가 시작된 어느 날이었다.

나음은 벌점을 잔뜩 받은 채 돌아왔다.

현관에 들어선 아이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마음이 겨우 놓였던 참이었다. 그날의 일은 그런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듯했다.


성실은 말없이 나음을 안아주었고, 아이는 울다 지쳐 잠들었다.


잠시 후, 그의 시선이 벽에 걸린 가훈으로 향했다.


‘인생은 거룩을 이루는 과정이다.’

생각도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던 그 말이, 그날따라 낯설게 다가왔다.

성실의 오래된 믿음이, 조용히 무너져 내렸다.


“이건 아이에게 건넬 말이 아닌 것 같아...”


나음은 유리처럼 예민했고,

호수처럼 깊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눈빛엔 언제나 물음표가 담겨 있었다.

수많은 질문은 그 아이의 또 다른 언어였다.


그때, 순종이 그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우리… 아무래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담장을 넘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제발, 다시 생각해 보세요. 밖은 너무 위험해요.”

“우린…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걱정과 두려움이 뒤섞인 목소리가 집 앞을 맴돌았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흰옷의 현자까지 나타났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살을 에는 듯 차가웠다.

“성 밖은 신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자유는, 화려한 선악과와 같습니다. 삼켰다간 반드시 죽게 될 겁니다.”

조용한 말이었지만, 말끝에는 날이 서 있었다.

그러나 성실의 눈빛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고,

순종의 마음은 조용히 담을 넘고 있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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