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to Porto
8월 23일 토요일에서 24일 일요일까지.
(from 6 pm 23th to 11 am 24, August, Take off ~ Porto, my home)
이제야 첫날의 이야기를 합니다.
글쎄요. 부끄러운 고백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르투로 떠날 때, 난 작은 상처를 품은 채였습니다.
대단한 사건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단지 일 아닌 일상이 내 안을 조금씩 갉아, 나도 모르는 사이 어떤 흠집이 계속 쌓여 온 결과로 짐작됩니다.
잠깐.
포르투 이야기 전에, 먼저 일상 이야기를 해볼까요.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의 일상은 늘 번다하고, 뻔뻔하게도 이내 희미해집니다.
그 바쁜 흐름 속에서, 무엇을 얻고 잃는지 세심하게 알아차리기는 어렵습니다. 당신도 그런가요?
다만 나의 경우 비교적 뚜렷하게 감지하는 단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외로움입니다.
당신처럼, 여느 사람들처럼, 나도 때때로,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보다는 조금 더 자주 외로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 그 외로움의 정체를 독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왜 외로운 거야?)
하여 자꾸만 해가 되는, 독이 되는 고독입니다.
내가 품은 흠집 가운데 흉한 것인지, 선한 것인지 모를 그 독만이 선명해서 내 가슴에는 종종 시린 바람이 붑니다.
당신이 꼭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방금 한 말은 비유가 아닌 실체입니다.
한 줄기 스산한 바람이 흉부를 관통하고 갈 때면 그 어떤 날카로운 것에 배이거나 찔렸을 때보다도 더할 것만 같은 통증이, 감정이 아닌 감각으로 스며듭니다.
수시로라, 익숙하긴 합니다만, 그렇대도 아직 적응하지는 못하였습니다.
해도,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내 안으로 쌓일 밖에요. 비울 방법조차 몰라 늘 품고 있습니다.
게다가 난 밝은 사람이거든요. 자타공인으로 웃음이 많아서, 이런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지요.
그렇다고 평소의 웃음이 거짓이란 뜻은 아닙니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 말은 조금 어색했나요?)
아무튼, 그렇게 출발한 길이었답니다. 포르투는요.
대한민국 인천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15시간을 거슬러 갔습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Schiphol) 공항에서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일출을 바라보았습니다. 활주로 너머로 떠오르던 해의 붉은 빛이 어찌나 일렁이던지요.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 구경도 하였고, 면세점을 돌아다니며 초콜릿, 과자, 향수 따위도 구경했습니다. (이곳에서 와플 과자를 샀는데, 두고두고 아침 커피의 훌륭한 짝꿍이 되었답니다.)
3시간을 머물렀고, 비행기를 갈아타 다시 3시간을 날았습니다.
합 21시간의 여정. 어언 하루를 견디어 마침내 포르투에 도착했더랍니다.
그런데 이 여정은 좀 특이하게 느껴집니다. 직접 겪은 것 같지 않고, 스크린 너머로 바라본 어떤 이야기 같달까요.
단지 체력적으로 너무 피로했던 탓일지도요.
아니면 일상에서 벗어나는 순간, 마치 봉인이 해제되듯, 품 안에 잠자코 있던 그 상처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나를 좀 보아 달라고 의식을 침범하고 나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30분쯤 달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 집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 이야기는 이후에.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내달아 간 곳,
그러니까 포르투의 첫 장소는 도우루 강이었습니다.
‘하, 정말 어찌나 잔잔하고 반짝였는지...’라고 쓰고 싶은데, 세상에.
인파에 갈매기, 비둘기까지 각기 제 원하는 대로 움직이면 얼마나 소란한지.
한 장소에서 그렇게 많은 음악이 뒤섞일 수 있고, 그것은 또 어찌나 얼이 나가는 광경인지.
곧 도망쳐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습니다. 그 떠들썩함이 다채로운 행복의 총합이라는 것을요.
나에게만은 요란한 상처가 신기하게도 그 떠들썩한 강가에서는 고요히 잠잠했단 것도요.
그 첫날에도 분명 그랬는데, 그땐 미처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서울에서부터 너울거렸던 무언가, 내 평생 누적되어 포르투에서도 오래 나를 잡고 있던 그 무언가가 그 강가에서 딱 멈췄었단 것을요.
그 떠들썩함이 그립습니다. 번번이 애틋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