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imes, your eyes
(sometimes, home, terrace, anytime)
눈동자의 색이 달라서였을까.
그의 눈길에는 미련이 없어 보였다.
두고, 거두는 것이 자못 정갈했고
무엇을 오래 바라보는 법은 없었다.
대체로 그랬다.
우리 집에 왔던 첫날,
테라스 문을 열어젖힌 그는 격한 감탄을 쏟아냈다.
가깝게는 어둔 도로 위로
간간이 빛을 내며 차들이 지나갈 뿐,
멀리 도우루 강은 사위가 잠기어버려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그는 빨려들 듯 바라보았다.
이후로도 내 집에 머물던 날들,
그는 틈만 나면 테라스로 나가
바깥 풍경을 오래 보았다.
어느 낮에는
잠자코 난간에 기대어,
또 어느 밤에는
잘못 누웠다가 부수어지지는 않을까
매번 날 염려하게 했던 선베드에 누워서,
또 어느 아침에는
탁자 위에 놓인 재떨이의 쓸모를 채워주면서.
눈 끝이 사뭇 진지하고 길었고
시선을 거둘 때는 여운이 묻어났다.
난,
처음 몇 번은 나란히 서서 그를 따라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고
(‘왜 이렇게 오래 보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다음 몇 번은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헤아려 보고 싶었던 것 같다. 키 차이가 크게 나서 눈동자를 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테라스로 그를 따라나서지 않고 창 너머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행복한 시간이길 바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했으나
물은 적은 없었다.
아름다워서, 풀어헤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에 시야에 내가 없다는 것을 (마침내) 생각해 낸 그가 잰 눈으로 나를 좇는 것이 소소한 기쁨이기도 했고.
“여러 풍경을 보았는데, 포르투에서 가장 애정하는 풍경은 아무래도”
(Diary, 26, Aug. 3rd day in Porto)
나의 테라스를 사랑했습니다.
해가 뜨기 전에, 날이 밝아올 때,
볕이 따가울 때, 붉게 물들이며 식어갈 때,
잠에 들기 전에,
잠에서 깨어난 후에,
맑거나, 비 내리거나, 안개가 자욱하거나
첫 차가 다니기 시작할 때,
막차가 달리며 지나갈 때,
성당의 종소리가 들릴 때,
갈매기의 그림자가 집 안까지 넘실거릴 때,
인심 좋은 집 관리자가
넉넉히 꺼내 둔 캡슐 커피 한 잔을 내려서,
한국에서 챙겨 간
따뜻하고 가벼운 시집 하나를 들고서,
햇빛을 쬐거나,
바람을 쐬거나
어딘가로 나서기 전에나,
노곤하게 돌아온 뒤에나
수시로 머무르고 내내 사랑했습니다.
그곳에만 서면,
남은 날이 며칠이든 아쉽고,
돌아가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만큼 깊이 다정했습니다.. 영영 그리하지도 못할 것이면서.
언제나 달려가 파묻히고픈 그곳을 떠올릴 때면
선연한 실루엣 하나가 더해집니다.
그리고 정말로 존재했던 것처럼,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도리없이 사무치면서..
사무친 그리움도 행복일 수 있다고,
이생에 그것을 배우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