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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Dec 20. 2018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변천사

사람을 위한 UI·UX디자인

  UI·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최근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디자이너로서 성장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면서인데,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법의 시작은 역시 그 기원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이다. 흐름을 짚어보면서 비록 정확한 역사적 사료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초기 GUI 출현에 대한 몇몇의 중요한 사건들, 또 이러한 흐름이 탄생한 중요한 관점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전쟁에서 평화로, 인간을 위한 삶을 향한 노력

  최초의 GUI의 출현을 말하기 위해 메멕스(Memex)를 고안한 바네바 부시가 1945년 The Atlantic에 기고한 "As we may think”라는 에세이에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과학 기술, 발견은 전쟁의 무기로 사용되었다. 과학 연구 및 개발 디렉터였던 바네바 부시 박사는 전쟁에 과학을 적용함에 있어 약 6,000명의 과학자들의 활동을 조정했었다. 바네바 부시는 전쟁에서 파생된 과학 지식의 올바른 사용으로 사회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식을 더 잘 관리하고 정리해야 하며, '메멕스' 같은 장치가 여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기고문의 결론을 다음과 같이 썼다.


과학의 적용은 사람들로 하여금 풍족한 집을 짓게 하고 그 안에서 건강하게 살도록 가르치고 있다. 동시에 잔인한 무기로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살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들은 아직 진정으로 좋은 기록을 이루고 경주의 지혜 속에서 성장하지 않았을 수 있다. 아마 진정 좋은 일을 위해 그 기록을 이루는 법을 배우기 전에 충돌 속에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와 필요에 과학을 적용함에 있어서 이 과정을 끝내거나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은 몹시 불행한 단계가 될 것 같다.


  이 기고문은 당시 과학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져다주었는데, 더글라스 엥겔바트는 이 기고문을 통해 영감을 얻고 인간의 지식과 정보 공유 방식에 대한 기술 개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연구에 매진하였고, 오늘날 인터넷의 원형인 ARPANET의 기초가 되는 온라인 시스템(NLS, oN Line System), 마우스 장치를 개발하였다. 1968년 컴퓨터 컨퍼런스에서 더글라스 엥겔바트는 NLS를 라이브 데모로 발표했는데 창, 하이퍼텍스트, 그래픽, 네비게이션 및 명령 인풋, 화상회의, 마우스, 워드 프로세싱, 동적 파일 링크, 버전 관리, 실시간 협업 등 거의 모든 현대 퍼스널 컴퓨터의 근본적인 요소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기본 기술은 80년대, 90년대 매킨토시나 MS Windows 운영 체제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더글라스 엥갤바트가 고안한 마우스 장치는 당시 직관적으로 스크린의 인터페이스를 조작할 수 있게 하는 혁신적인 행위였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쓰는 퍼스널 컴퓨터의 시작, 그에 따른 그래픽 기반 인터페이스의 필요성

  더글라스 엥겔바트의 연구를 기반으로 엘런 케이(Alan Kay)는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을 개발하는데, 1971년부터 그는 Xerox PARC의 연구원으로 참여하여 최초의 개인 네트워크 컴퓨터인 Xerox Alto, 최초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사용한(그 이전에는 명령 줄 인터페이스(Command line interface; CLI)) Xerox Star의 개발에 참여하였다. 앨런 케이는 훨씬 더 효율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을 깨닫고 초기부터 테스트 대상으로 어린이를 선택했다고 한다. GUI의 주요 관점은 컴퓨터 프로그램과 도큐먼트 같은 객체에 그래픽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래픽 디자이너 노먼 콕스(Norman Cox)는 컴퓨터의 기본 작동을 실제 오브젝트로 가시화하게 만드는 아이콘셋을 디자인했고 Merzouga Wilberts는 WMIP(윈도우창, 아이콘, 메뉴, 포인터)의 개념을 제안했다. 앨런 케이는 이후 Apple에 합류하여 스티브 잡스, 제프 라스킨과 함께 Xerox Star를 Apple Lisa로 발전시켰다. 최초의 상용 GUI 운영체제가 발표된 것은 1981년 Xerox Star 워크 스테이션에서였지만 GUI를 사용하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제품은 Lisa의 다음 버전으로 애플에서 발표된 매킨토시였다. 


Super Bowl XVIII 에서 매킨토시 광고


https://youtu.be/2zfqw8nhUwA

애플이 1984년 슈퍼볼에 광고한 매킨토시 광고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텔레스크린을 망치로 부숴버린다. 그리고 나오는 문구. 


1월 24일, 애플 컴퓨터가 매킨토시를 소개합니다. 1984년이 왜 “1984”같지 않을 건지 보게 될 겁니다.


이 광고는 슈퍼볼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광고로 평가되는데, 광고에서 보는 것처럼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퍼스널 컴퓨터의 성공적인 등장을 암시하고 있다. 매킨토시는 상업적 성공을 이뤘고, 개인의 삶에 보편적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사용되는 출발점을 만들었다.


1.Xerox Star 워크 스테이션, 1981년 최초의 상용 GUI 운영 체제 발표  2.최초의 매킨토시 128k, 1984년 출시  3.매킨토시 GUI


GUI 개발에 사용된 주요 원리들

  GUI의 개발에는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 그래픽 디자이너, 심리학자들의 아이디어가 수반되어 있다. 피아제(Jean Piaget)와 브루너(Jerome Bruner)는 시각적 자극과 객체 조작 경험을 통해 인간이 더 잘 이해하고 있음을 관찰했고, 시각적 인식(아이콘), 능동적 기술(객체 조작), 기호 기술(추상적 추론을 이해하는 능력)의 3가지 방식으로 우리의 인지심리가 작동하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엘런 케이는 이러한 구성 요소의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다. 그 결과로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에 나타나는 커서가 존재하게 되었다.


  그래픽 아이콘이 현실에 친숙한 오브젝트라는 점은 중요했는데, 사용자가 쉽게 학습 가능하고 데이터를 이동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영국 시인 겸 비평가인 사무엘 테일러 코울리지는 연극 작품을 관람할 때  '불신의 자발적 중지(the willing suspension of disbelief)'라는 개념을 말하는데, 연극 무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작품 속에 몰입시키기 위해 무대 위의 행위에 대한 불신을 기꺼이 중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엘런 케이는 GUI가 일관성 있고 예측이 가능하여 사용자가 불신을 중지하고 인터페이스를 현실로 취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때문에 사용자는 컴퓨터의 복잡한 추상적 시스템이나 명령어를 학습할 필요 없이 시스템을 쉽게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잘 구성되었다는 환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고, 이 작업을 위해 휴지통, 파일 폴더 같은 시각적·기능적 메타포가 구성요소로 사용되었다. 우리가 책상 위에서 업무를 보고 일을 처리할 때 쓰는 현실의 사물들을 인터페이스에 재매개 하였다. 서류를 모아두는 서류첩을 폴더로, 쓰레기를 버리는 휴지통을 파일을 삭제하는 휴지통으로, 책상 위에 꺼내져있지 않은 것들을 서랍장인 메뉴로 현실의 데스크를 화면 안에 매개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들에게 현실에 동떨어지지 않은 보다 직관적인 형식을 제공했던 것이다. 이는 노먼 콕스에 의해 개발된, 인터페이스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반응 인지(Reactive Cognition)에 의해 뒷받침된다.


  또한 엘런 케이는 인터페이스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 피드백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용자에 대한 피드백은 즉각적이고 모호하지 않아야 정보의 혼동이나 오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자신의 행동에 자신감을 갖도록 시각적인 신호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기술이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픽의 한계

  초기의 GUI는 명백하게 테크놀로지에 의해 좌우되었다. 128k 메모리와 16비트 단위로는 가능한 범위의 그래픽 표현은 그 정도였을 것이다. 초기의 GUI가 그랬던 것처럼 인터페이스 디자인에서의 양식은 언제나 기술적 제약 혹은 상황을 따라간다. 인터페이스 자체가 그것을 표출하는 테크놀로지에 종속되어 있다.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3.11이 출시되었는데 이때 사용된 GUI가 스큐어모피즘의 형태를 띤다. 이러한 배경에는 Windows 3.0이 16MB의 제한된 메모리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Windows 3.1에서는 256MB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3.0에서는 어도비의 타입 매니저를 통해서만 글꼴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3.1에서는 윈도우즈 응용 프로그램에서 Arial, Courier New, Times New Roman 같은 폰트 또한 지원했다.(위키피디아, Windows 3.1x) 매킨토시도 1991년 Mac OS 7.6을 릴리즈 하면서 우리가 아는 OS형태를 갖췄는데, 1980년대 후반에는 RAM과 하드드라이브가 보편적이 되면서 이전의 24비트에서 32비트 체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Lisa가 개발될 당시의 그래픽 시스템인 LisaGraf 이후 그래픽을 그릴 수 있는 애플 MacOS의 Quickdraw가 1980년대 초 개발되었다. 1987년 매킨토시2에서는 인터페이스가 흑백에서 풀컬러로 전환되었다.


1.슈퍼 마리오 월드에 나오는 16비트 마리오(https://namu.wiki/w/16비트)  2.1991년 Mac OS 7.6.1


디바이스 변화에 따른 인터페이스 디자인 

  2000년대 스마트폰의 출현 이후로 인터페이스 디자인에는 양식적인 차이와 인터랙션 방식으로 인한 변화가 있어왔다. 양식적인 차이에는 초기 아이폰 모델이 채택했던 스큐어모피즘에서 현재의 플랫 디자인으로의 변화가 있었는데, 스큐어모피즘은 GUI의 주요 원리에 따라, 흔히 접하는 컴퓨터 운영체제의 GUI 디자인 양식에서 크게 이질감이 없는 방식으로 모바일 기기가 가진 인터페이스로의 이동을 꾀했던 것 같다. 초기 스마트폰 시대의 인터페이스 구동 방식도 PC의 그것처럼 객체지향적으로, 메뉴가 먼저 노출되는 방식이었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심화됨에 따라 방대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돕는 여러 서포트들이 있었고 진입 단계를 최소화한, 더 쉽고 빠른 사용성의 필요에 의해 정보를 우선시하는 현재의 플랫 디자인 양식이 지배적이 되었다.


끝맺으며, UI·UX디자인

  평화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에서 출발해, UI·UX 디자인은 모든 사람이 더 쉽고 유용하게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필요성에 의해 고안된 민주적인 장치이다. 스마트폰의 출범과 함께 이는 인간의 생활 속에 더 깊숙이 들어왔다. 시각성이 언제까지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장치가 될지는 모르지만, 시각 중심의 문화가 미래에는 다른 형태를 갖는다고 해도 이 역사를 지내오고 있는 우리가 항상 주지하고 있어야 할 점은 당연스럽지만 사람, 그리고 컴퓨터와 인간의 상호작용일 듯하다. 출발점에서처럼 그 방향이 언제나 사람을 향하길 바라야겠다.



Ref.

네이버 지식백과 더글라스 엥겔바트 - 마우스의 아버지 (IT 인물열전)

https://www.theatlantic.com/magazine/archive/1945/07/as-we-may-think/303881/

https://en.wikipedia.org/wiki/The_Mother_of_All_Demos

https://web.archive.org/web/20110713232927/http://www.lottiebooth.com/pdf/essay.pdf

https://en.wikipedia.org/wiki/User_interface

https://en.wikipedia.org/wiki/Macinto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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