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Pedro and Dondra Head
스리랑카 어디까지 가봤니? 하면 참 많은 장소들이 떠오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상징적인 곳을 꼽으라면 섬의 최북단 그리고 최남단이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이곳이 아니라도 워낙 유명한 관광지가 많아 굳이 찾아 가려하지 않는다면 모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곳이다. 북부 주 자프나 꼭대기에 자리한 포인트 페드로 (Point Pedro) 그리고 오늘도 거친 바다를 지키는 마타라 돈드라(Dondra). 수많은 풍랑 속에서도 잔잔히 랑카를 수호하는 이곳에는 특별할 것 없지만 어쩐지 따사로운 평온함이 녹아있다.
27년의 긴 내전 이후 스리랑카엔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의 휴전선이 남아있다. 부임 후 첫 출장으로 북부 주를 가면서 차창밖으로 처음 느꼈던 풍경이 그랬다. 콜롬보를 벗어나 북쪽으로 가면 갈수록 길은 험해지고 글자는 동글동글에서 네모네모 해진다. 차로 편도 9시간 거리상으로도 멀지만 이렇게 늦어지는 이유는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길목마다 체크 포인트가 더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프나 도심에서도 한 시간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해안길을 따라 그물을 엮는 어부들의 삶의 터전이 나온다.
구글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뜨는데 정말 여기라고?라고 생각하는데서 내리면 길가에 작은 안내판이 보인다. 그렇게 긴 부둣가를 천천히 걸어 걸어가다 보면 그 끝에 스리랑카 최북단 푯말이 보인다. 날이 좋은 날엔 바다 건너 인도 땅이 보이고, 멀리 소리치면 누군가 답을 해주기도 한다던데 (믿거나 말거나)... 다행히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조업을 하는 어부분들께 방해되지 않게 잔잔히 바다 멍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등대와 우체통 그리고 조형물들을 하나씩 보물찾기 하듯 찾아간다.
허리까지 잠기는 물살을 거스르며 먼바다로 고깃배를 이고 가는 사람들. 그 삶의 무게만큼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사는 이곳은 어쩐지 높고 높은 등대만큼이나 듬직하다. 인도와의 경계선 그리고 거친 바다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많은 부침을 겪었는데 내전 당시엔 타밀 호랑이 (LTTE)의 중요 거점이었고 2004년 스리랑카 전역을 덮친 쓰나미 땐 마을이 파괴되고 바닷물에 잠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 부서진 삶의 터진을 일구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북부 주에 페드로 포인트가 있다면 남부엔 돈드라가 있다. 바람의 세기는 강강강!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파도와 물보라가 지평선 위로 연실 춤을 춘다. 시즌이 아닌 기간의 남부 바다는 크레셴도의 향연이다. 돈드라도 마타라 중심가에서 주택가로 한참을 들어가다 보면 구비구비 골목길을 지나 자리하고 있다. 그래도 이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지 외국인들이 길을 주저하고 있으니 마을 주민들이 고갯짓으로 가는 방향을 알려준다. 정말 길 끝에 다다르자 넓게 트인 시야로 나타난 날 것의 바다 그리고 더 깊숙한 곳에 우두커니 등대가 자리한다.
외국인 관광객도 꽤 있었지만 뭔가 이곳은 현지 사람들의 숨은 명소랄까. 가족, 연인들이 옹기종기 앉아 부서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쉼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그거 있는 것으로 휴식이 되는 곳. 바다는 점차 거세지는데 어쩐지 마음은 안온 해지는 건 왜 일까? 역시 빠지면 섭섭한 빨간 우체통 그리고 아이들이 그려놓은 오래 봐야 아름다운 벽화를 감상해본다. 남부도 역시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었다. 2004년 쓰나미의 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역 중 하나가 바로 마타라인데 평소에도 이렇게 높은데 쓰나미가 덮쳤을 때는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을지...
아직도 나에겐 랑카에 미지의 공간이 너무나도 많지만 어쩐지 이 나라의 사람들, 겪어온 아픔 그리고 휴식이 깃든 가장 일상의 공간에 잠시 머무른 것만으로도 한 뼘 더 영혼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언제 또 먼바다에서는 태풍이 그리고 나라 안팤의 위기가 밀물처럼 쓸려 들어올진 모르겠다. 이미 그 가운데 있는지도. 아이러니하게도 두 곳 모두 식민시대에 네덜란드와 영국에 의해 만들어진 등대이지만 그 또한 랑카가 살아온 기록인 것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등대처럼 빛을 밣히며, 이 땅을 수호하는 별보다 빛나는 눈빛들은 이 아름다운 섬을 꼭 지켜내리라 믿는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