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난 디아스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스웨덴인 호칸의 이야기다. 모험소설 같다는 점에서 미국 버전 '신드밧드 모험'이라고 해야할까. 혹은 예상치 않은 곳에 던져져 살아남아야했다는 점에서 로빈슨 크루소 같기도 하고. 하지만 호칸에게는 그들과는 다른 결의 삶의 경이가 있다.
가난한 소작농인 아버지는 주인 몰래 빼돌린 말을 팔아 여비를 마련해 두 아들을 미국으로 보낸다. 형제애가 남달리 돈독했던 두 형제는 서로를 의지 삼아 배에 오르고, 뉴욕행 배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서로를 잃어버린다. 뉴욕행 배만 찾으면 형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아메리카'로 향한다는 말만 듣고 올라 탄 배에서 호칸은 뭔가 잘못됐음을 인지한다.
호칸의 세계는 복잡하지 않다. 존중과 사랑을 주고 받는 데에 물리적인 계산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으로 이해하고 판단한다.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수치와 부끄러움과 도리를 알기에 손을 내밀고 거둬야하는 순간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사랑과 고통이 동시에 수반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닌 상대의 평온을 우위에 둔다.
호칸은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인간의 탐욕과 포악, 침략과 약탈, 폭력성, 비열함, 이기심, 반면에 헬렌과 로리머와 에이서를 통해 사랑과 우정, 존중과 이해, 생명이 갖는 개별성의 존중과 자연을 통한 존재의 방법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무언가를 깨닫는 때는 침묵으로의 침잠과 깊은 고독의 순간이다. 인간으로서 느끼는 육체의 신성함, 생生과 사死로 엮인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과의 연대.
소설은 독자를 광활한 초원과 사막 한가운데로 끌어와 호칸의 고독에 동참시킨다. 어린 시절에 건너온 뒤 일평생을 '아메리카'에서 보냈지만 여전히 어린애처럼 단답형으로 밖에 소통할 수 없는 호칸의 언어에는 거짓이 없다. 이것만으로도 독자는 호칸을 사랑하게 된다.
고향으로 향하는 여정의 첫걸음부터 그 여정에 얼마나 많은 고통이 수반될지, 독자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그를, 지지하게 된다.
이 소설은 개척시대 이방인으로서 끝내 동화하지 못한 채 사막과 초원의 건조한 바람처럼 부유하는 한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의 사유다. 독자는 이을 통해 인간이 갖는 윤리적 철학을 통찰할 수 있다. 호칸이 지나쳐갔던 수많은 감정과 행위들. 두려움, 자괴감, 수치, 부끄러움, 무기력, 무감정, 무의미, 이질감, 자처한 고립과 단절,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공포, 평온, 소생. 아마도 누구나 살면서 반복적으로 겪는 것들일테다.
우리는 이 반복되는 과정의 침묵과 고독을 통해 스스로를 고찰하는 과정을 거치는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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