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공리가 여전히 성립할 수 있는 이유
2021-10-19
평행선 공리가 여전히 성립할 수 있는 이유
수학에서 공리는, 자명하게 받아들여지는 사실로 증명이 불가능하다.
우리네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도 저마다 세상을 가지고 있고, 증명 없이 당연하게 여기는 공리가 있다. 이 공리들은 수많은 논리적 정리들의 바탕이 되고, 삶의 선택의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너와 함께한다는 명제는 나에게 평행선 공리와 같다. 편평한 유클리드 공간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나의 세상이 휘어지기 시작하면, 너는 성립할 수 없다. 슬프게도 나의 세상은 이미 잔뜩 휘어버린 비유클리드 공간이다.
하지만, 넌 여전히 나에게 공리이다. 세상을 국지적으로 유클리드에 근사할 수 있단 걸 알기에, 나의 근사된 세상은 평행선 공리가 설 자리를 남겨준다.
그래서, ‘나’라는 점 밖에 ‘타인’이라는 수많은 점들이 있지만, 날카로운 교차점없이,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무한히 나란하게 걸어갈 수 있는 직선은 오직 하나뿐이다. 나에게 네가 하나뿐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