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
코로나가 그 기세를 굽히지 않는 이때,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충동이 들 때가 있다. 도대체 여행이 무엇이길래 우리의 갈망을 이토록 자극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문학가들은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들어보자. 김영하 작가는 여행을 'Nobody가 되는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정체정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질 때, 내가 누구인지를 잊기 위해 떠나곤 한다. 여행자는 낯선 존재이며, 그러므로 더 자주 명백하게 분류되고 기호화된다. 특별한 존재 Somebody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은 Nobody가 되는 것이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김영하 작가에 따르면, 여행은 결코 우리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선물을 주지는 않는다.
여행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좇아 집을 떠나 여러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때로 여행에서 우리는 기대와 사뭇 다른 현실 앞에 실망하기도, 여행 전의 기대가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한다. 그럼도 여행 끝에 우리는 생각지 못했던 어떤 것들을 얻어 한층 단단해진 발걸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곳은 다름 아닌 궂은 여행길 위에서라고, 류시화 작가는 말한다.
여행의 목적지는 우리에게 '그곳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선물한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삶을 경험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소설가 위고 베를롬은 "진정한 여행은 어딘가에 가는 행위 그 자체다. 일단 도착하면 여행은 끝난 것이다"라고 썼다. 목적지가 아니라 그곳을 향해 가는 길 위가 바로 여행의 본질인 것이다. 낯선 길 위에서 비로소 사회가 부여했던 수많은 정체성들을 훌훌 벗어버리고, Nobody에서 출발하여 우리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깨달아간다.
출처 1 : "여행의 이유" 김영하 저, 문학동네 출판사
출처 2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저, 더숲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