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본성을 따를 것인가
수도승이 강에 목욕을 하러 왔다. 몸을 담그려던 찰나, 그에 눈에 띈 것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전갈이었다. 연민이 든 수도승은 전갈을 집어 물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익사 직전의 전갈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꼬리의 독침을 쏘았다.
수도승은 놀라 전갈을 떼어냈으나 곧이어 전갈을 구해주려 다시 손바닥 위에 올렸다. 이번에도 전갈은 수도승의 손에 독침을 박았다. 이를 반복하길 여러 번, 수도승은 폐와 심장까지 통증을 느끼면서도 결국 전갈을 물 밖으로 꺼내 주었다. 이를 지켜보던 행인이 어처구니없어하며 물었다.
전갈은 계속 당신을 찌를것이 뻔한데
왜 끝까지 구해준거죠?
수도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의 본성이 젖게 하는 것이듯
전갈의 본성은 찌르는 것이오.
또한 위험에 처한 생명을 돕는 것이
수행자의 본성이오.
여기에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소.
출처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저, 더숲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