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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mani May 06. 2022

이름을 붙인다는 것

전능함에 대한 환상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없던 것을 존재하도록 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개념은 이름 지어지며 비로소 상상의 영역에서 세상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된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재'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많은 것들에 이름을 붙여왔다. 그러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커튼' 너머의 진실한 세상을 애써 외면하도록 만들었다.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중세시대에 당연히 받아들여졌던 천구의 개념. 그러나 천구 위에서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별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 우리는 별들을 포기하면서 우주를, 그 아득한 공간을 얻었다. 이제, 우린 어류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 서있다. 그럼 이제, 물고기를 포기하면 우린 무엇을 얻을까

물고기를 놓아주는 것은 또 다른 어떤 실존적 변화를 불러온다. 별들의 경우에 꼭 그랬던 것처럼. 어떤 이들에겐 별들을 포기하는 것이 혼돈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혼돈으로 가득하기에, 우리는 희망을 품고 약속 없는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출처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저 / 정지인 역, 곰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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