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은 속도가 중요하다

ITX-1087 4호차 9D 08:04

by 유리산

힘차게 구르는 바퀴는

단단한 레일 위에서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다

30분이 안돼서 서울을 벗어나더니

다시 30분 정도 지나자 경기도를 벗어났다


이 기차의 속도라면

죄책감의 중력에서 이탈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시 밤이 올 때까지 계속 달리고 싶은 속도였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그녀와의 기억들은

적당히 연소돼 공중에 흩어질 것 같았다.


나는 작년 겨울부터 죄인이었다

그 낙인은 내 입꼬리에 달려

그날부터 나는 기쁠 때도 49%만 웃었다


달리는 기차 차창밖으로

고개 숙인 가로등이 지난다.




작가의 이전글태도가 먼저고 그 다음 물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