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알려주는 내면이야기
나를위해 멀어질 용기
그 시간 이후로,
나는 천천히 엄마와의 거리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마음먹은 것과는 달리,
연락을 끊은 채 흘러가는 날들 속에서는
엄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에
불안이 차오르곤 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 불안을 참지 못하고
곧장 전화를 걸었을 테지만,
이번엔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엄마에게 어떤 서운함도
직접 내비치지는 않았다.
전화가 오면 받았고,
감정을 쏟아내는 말들 앞에서도
쉽게 끊어내진 못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통화를 어렵사리 마무리하곤 했다.
내 안의 미움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지 않은 지
한 달쯤이 지난 어느 날부터—
매일같이 찾던 공황장애 약을
먹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예민해서,
내가 나약해서 복용한다고만 여겼던 약이—
사실은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그 사실이 조금은 허탈했고,
조금은 슬펐지만,
동시에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된 시간이었다.
-
비명은 내것이었을까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엄마는 세상을 떠났고,
나는 따뜻한 공기 속에서
그리움에 잠긴 채
엄마의 무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조용한 장례의 장면처럼,
그 길은 울지 않는 고요로 가득했다.
그때 남편이
한 장의 그림을 들고 다가왔다.
도깨비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이걸, 엄마 무덤에 같이 넣을까?”
그 순간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천사로 해줘. 도깨비 말고... 예쁜 천사로.”
그리고 장면이 툭, 바뀌었다.
남편과 내가 바닥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 침묵 속에서도
계속해서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이 하얘졌다.
마치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처럼
하얀 막 너머에서
검은 형체 하나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형체는
막을 ‘쾅’ 하고 치며 소리쳤다.
“다 너 때문이야!!!”
꿈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놀라 몸부림쳤고,
그대로 가위에 눌렸다.
현실로 돌아와도,
심장은 한동안 꿈에서처럼
쾅쾅 뛰었다.
-
엄마를 보냈더니 엄마가 나를 껴안았다
엄마와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줄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여러 꿈에서 엄마를 떠나보내야 했다.
엄마는 실종되기도 했고,
누군가 본가에 침입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현실보다 이상할 것 없는 그 장면들 속에서
나는 매번 울부짖으며 슬퍼했다.
그리고, 그 울음을 들은 엄마는
어디선가 살아있는 모습으로
불쑥 나타나 나를 껴안았다.
눈물로 붉어진 눈으로, 아무 말 없이.
그 장면은 따뜻했지만 어딘가 아득했고,
깨어난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을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분명 단절을 택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나를 지키겠다”고,
“엄마의 고통을 다 짊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런데 왜 자꾸 꿈에서는,
엄마가 죽고 나서야 꺼이꺼이 울게 되었을까.
누군가는 말한다.
꿈속 죽음은 ‘진짜 이별’이 아니라,
변화와 성장을 의미한다고.
나는 그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이 반복된 꿈들이
엄마와의 관계를 떠나보내는,
가장 조용한 방식의 애도였을지 모른다고.
그리고 또 믿어본다.
내가 꿈속에서 끝끝내 엄마를 다시 만나
서로를 껴안았던 이유는,
엄마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울고 있는 나 자신을
처음으로 품에 안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고.
#꿈이야기 #내면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