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구. 인생이 12연패에 빠졌을 때

분위기를 바꿀 그 한 방이 도대체 뭐길래 #250812_롯데vs한화

by 유이긴

① 언제 연패 끊는지 알기

② 어떻게 연패 끊는지 알기


만약 응원하는 팀이 십여 년도 전의 연패 기록을 경신하기 직전이다. 이때 야구의 신이 나타나, 둘 중 하나는 알려줄 테니 포기하지 말고 선수들을 응원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어느 쪽을 고를 텐가. 부디 이 조삼모사 같은 선택지를 고민하는 중에 팀의 연패가 끊기를 바란다.


사직은 언제쯤 신구장

이번 시즌 직관에 목표가 있다면, 대전 신구장에 가보는 거였다. 물론 대전에 유별나게 약한 박세웅이 선발이어도 좋으니 자리만 있기를 바랐다. 잊고 싶은 지난날과 작별하고, 신구장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이글스가 부러웠다. 또, 이글스파크라 불리던 옛 구장이 그 옆에 남아있는 게 좋았다. 과거를 버린 게 아니라, 기억하려고 놔둔 것만 같아서.


연패는 몇 연패부터 연패다운 절망감이 느껴질까? 스윕까지는 그런 셈, 못본 척할 수 있다. 유독 약한 팀이, 유독 풀리지 않는 시리즈가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네 번째부터가 진짜다. 운 좋게(?) 대전에 갔던 날은 데이비슨이 떠나고 4연패 중이던 때였다. 2024년 8연패를 끊는 경기를 잠실에서 보았기에, 이번에도 호기롭게 연패 스토퍼가 되어 주겠다고 자신했다.


윤성빈, 좋은 날 왔다!

모두가 알듯이 이후로 시계 한 바퀴 꼬박 채운 12연패를 했으니, 이날 자이언츠는 졌다. 이런 말이 웃기지만, 충분히 질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상대는 에이스 폰세. 안타에는 응집력이 없었다. 득점권에 가면 분위기 초치는 더블 플레이가 나왔다. 운 좋게 안타가 될 수 있는 공도 모두 잡혔다. 아주 잘하면 담장 넘어갈 뻔했던 노진혁의 타구도 훌렁 잡히고 말았다.


이때부터였다. 집에서 보든, 직관을 가든 야구에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눈앞에서 플레이가 펼쳐지고 있어도, 의식만은 저 너머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중해서 보지 않고 흘깃흘깃 야구를 대했다. 가끔 자이언츠가 잘할 때 내심 속으로 질투하던 나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들의 야구가 날 일으켰던 만큼, 날 무너지게 만들었다.

문현빈, 그는 누구인가

잘될 때는 연승의 이유를 아득바득 찾아봐도 몇 개 나오지 않는다. 잘하면 그만, 바랄 게 없으니까. 한편 그 반대일 때 팀이 죽을 쑤고 있을 때는 있지만 없는 척 있던 것들이 모두 내 탓이요, 고개를 내민다. 2024년이든, 2025년이든 상황은 달랐지만, 이 연패를 부른 본질은 같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한 방의 부재. 그렇게 오늘은 연패를 끊을 듯, 말 듯하다가 모두가 지친 어느 순간 대량 득점하며 연패를 끊는다.


팬과 팀은 닮는 걸까? 나도 한 방이 없어 고전 중이다.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자이언츠 12연패 기사가 쏟아질 때 '패패패...' 패가 12번 잘 들어갔는지 세었던 것처럼 나의 실패를 일일이 세어본다. 딱 자이언츠만큼 연달아 졌다. 그럴만하다. 객관적인 수에 미치지 않는 경력에도 덤벼보았다. 혹은 더 낮추어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심도 했다. 다 소용없게 됐다. 면접에서 고꾸라질 기회도 얻지 못했다. 이제껏 걸어온 길이 부끄러워 자존심이 참깨만 해지고 말았다.

한화 손아섭,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연패가 한창이던 8월, 내심 삭발하고 나타나길 바랐다. 결연한 의지를 두 눈으로 선명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내 인생도 연패에 빠지고 난 뒤에야 자이언츠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으리라는 것을, 다만 풀리지 않을 뿐이란 걸 짐작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어쩔 수가 없는 상태. 하루아침에 홈런타자가 뚝딱하고 나타날 리도 만무하니 그저 주어진 것, 가진 것 내에서 이렇게 저렇게 꿈틀대는 수밖에 없었겠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지금, 시시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건 이 연패에도 끝이 있다는 것. 이만큼 지고 나니 연패를 벗어날 방법을 궁리하는 것도 좋지만, 이 연패 기간을 어떻게 잘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함을 알게 된다. 또 인생에서 연패할 시기는 올 테니 말이다. 몸이 물에 두둥실 뜰 수 있도록 힘은 빼고 시간이 가길 바라는 수밖에. 표류하다 보면 한번은 이 구덩이를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한 방이 나올 테니까. 꾸준한 안타 생산에 재능 있는 레이예스가 쓰리런을 쳤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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