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올해 11월, 저 넓은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이변이 없다면 이번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고래 글에 웬 미국 대선? 그 이유는 바로 유력한 공화당 대선후보 주자로 여겨지는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이 이 글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25일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도중 "해상풍력 발전 터빈이 전례 없는 규모의 고래를 죽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죽은 고래들이 매주 해변으로 떠밀려오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이미지 출처 : 나물이 작가/인스타그램 @namuli185
트럼프의 참신한 주장이 담긴 클립 영상은 소셜 미디어에 공유돼 900만 번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워낙 이슈가 될 발언만 골라하기로 유명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그게 뭔 소리예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고래의 죽음을 초래한다는 증거는 없다.
코넬대학교 해양생물학자인 애런 라이스 교수는 "올해 초 뉴저지 등의 해안에서 죽은 고래 사체들이 떠밀려 온 원인은 해상풍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해상풍력발전을 30년 넘게 개발해 온 유럽에서도 관련기관들은 해상풍력발전이 고래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은 해상풍력발전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가 없도록 각계에서 노력하는 상황이다.
법으로 수중에서 인간이 생성하는 소리(예: 지속적인 소음, 짧고 갑작스러운 폭발음 등)에 대한 제한을 두는 한편 과학계에서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근처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해양생물의 행동 변화나 이동 경로 변경 등 모든 영향을 모니터링한다.
해상풍력발전 관련 업계도 고래가 발전단지 인근을 지나는 12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건설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거나 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버블 커튼'을 사용해 고래 보호에 힘쓰고 있다.
고래가 죽는 진짜 이유는 기후변화
기후변화는 고래의 죽음과 맞닿아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작은 생선이나 갑각류들의 이동이 변화했는데, 문제는 이들이 고래의 먹이라는 점이다. 고래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해양 보호 지역에서 이탈하게 되면 보호 지역 바깥을 항해하는 선박과 충돌하거나 그물에 얽히게 되고 고래들은 결국 죽음에 이른다.
미 국립해양대기청의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조사에 따르면 혹등고래와 참고래 등 해양포유류의 70% 이상이 수온 상승으로 인해 먹이를 잃고 서식지가 파괴돼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맺음말. 트럼프는 왜 그런 얘길 했대?
해상풍력 발전 터빈이 고래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다. 그럼 트럼프는 왜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을까?
힌트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화석연료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는 사실과 재생에너지인 해상풍력발전이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낮춘다는 사실에 있다.
힌트를 통해 트럼프가 "고래가 다 죽는다!"며 해상풍력발전을 반대한 이유를 유추하는 재미를 누리시길 바란다. 정답은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