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이미지 출처: Krystal Ng
지난 글의 정답. 해상풍력발전이 고래를 죽인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던 트럼프의 진짜 속내는 정치적 지지 기반 때문이다.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관련 업계의 재력이나 사회적 입지, 그리고 그들이 미 공화당을 지지해 왔다는 사실로 인해 트럼프는 어떻게든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흐름을 끊어야 할 것이다.
지구 전역에서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퇴적암이 발견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새 퇴적암의 이름은 플라스티스톤(Plastistones),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미지 출처: Erik Mclean] 플라스티스톤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깎이고 쌓여 만들어진 암석이다. 이 새로운 퇴적암은 2014년 최초로 발견됐으며 이후 하와이,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지에서도 발견돼 최소 5개 대륙 11개국에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장 최근에 발견한 사례는 지난해 3월이다. 지질학자인 페르난다 아벨라 산토스는 플라스티스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주제의 박사 논문 준비로 트린다지섬을 방문했다. 트린다지섬은 브라질 해안에서 3일에서 4일가량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는 외딴섬이다.
페르난다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자연에도 인간의 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그는 이 발견을 두고 "요즘 과학계에서 이야기하는 인류세(인간의 활동이 자연을 파괴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지질시대)라는 개념에 꼭 들어맞는다"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이름 지을 때 아닌 책임을 질 때다
플라스티스톤이 최초로 발견됐던 2014년에는 이 암석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를 두고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 플라스티타르, 안트로포퀴나스 등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다 지난 2022년 다른 퇴적암과 동일한 명명법을 사용하기 위해 플라스티스톤이라는 이름으로 정착한 모양새다.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미지 출처: Angèle Kamp]
하지만 우리가 뭐라고 부르든 간에, 이제 인간이 만든 쓰레기가 지구의 지질학적 기록에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특정 해양생물이 이 새로운 암석을 그들의 먹이인 조류로 착각할 수 있어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물건을 생산해서 사용하고 그 쓰레기는 책임지지 않은 결과 많은 생물들의 식탁에 플라스틱이 오르게 됐다. 우리는 이로 인해 또 어떤 잘못을 낳게 될까.
어느 날 우리 집에 정체불명의 물체가 생겼다.
내 집에 정체불명의 물체가 떠다닌다. [이미지 출처: Naja Bertolt Jensen]
지질학자 페르난다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간다. 작금의 상황은 해양생물 입장에서 호러 영화가 따로 없다.
어느 날 우리 동네에 홀연히 나타난 정체불명의 물체, 그러나 그저 떠다니기만 할 뿐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양도 색깔도 크기도 제각각인 정체불명의 물체가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그러나 무서운 건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이라고 했던가. 어느덧 우리 모두는 그저 존재할 뿐인 미지의 물체를 신경 쓰지 않게 됐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알 수 없는 이유로 내 가족과 친구, 오고 가며 마주치던 물고기들이 자꾸 죽어나가기 시작한 것은….
물론 시시한 상상력으로 써본 초라한 토막글이지만,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늘 하던 대로 소비한 플라스틱들이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생태계를 서서히 좀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무섭다.
익숙함도 그렇다. 갑자기, 뜬금없이, 난데없이 빵! 하고 나타난 문제는 그 크기를 알기 쉽지만 우리 일상에 서서히 스며드는 문제는 아무리 거대해도 우리에게 충격을 주기 어려운 법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은 각국의 정부와 기업, 개인의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