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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소 Jan 12. 2024

03. 차 없이 어떻게 다녀요? 걸어 다녀요

스페인 북부도시에는 자동차가 없다

커버 이미지 출처: David Vives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의 수도 비토리아 가스테이즈에는 자동차가 없다. 도시는 사람들의 대화,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 곧게 뻗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녹지로 가득하다.


[이미지 출처: David Vives]


비토리아 가스테이즈. 이 도시는 스페인 최초로 자전거 도로망을 만들고 녹색 고리(Green Ring)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길이만 해도 무려 180㎞에 달하는 스페인의 친환경적 고리는 1980년대에 처음으로 건설 계획이 논의되고 1990년대 초 본격적인 건설에 돌입했다. 건설이 완료됐을 때는 25만 그루의 나무가 녹색 고리를 따라 심어져 있었다.


비토리아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도시 녹화정책을 계속해 나갔는데, 2006년에는 도시 일부 구간을 지정해 차량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슈퍼블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는 슈퍼블록을 점진적으로 늘려 도시 내 보행자 구역을 기존 31%에서 71%로 확대했다.


비토리아 시민 중 녹지 공간에 접근하기 위해 도보로 몇 분을 이동해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토리아는 주민 1명당 50㎡의 녹지 공간을 자랑하는데, 런던은 주민 1명당 31㎡, 바르셀로나는 주민 1명당 17㎡의 녹지 공간을 가진다는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더욱 실감 난다.




"★★★★★ 자전거가 친절하고 언덕이 맛있어요"


2012년 EU는 비토리아를 유럽 녹색 수도로 선정했으며 2019년에는 UN이 글로벌 녹색도시라는 뜻깊은 칭호를 붙여주었다.


이제 비토리아는 유럽 21개국 53개 도시가 모여 만든 탄소중립도시(Net-Zero Cities)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보르하 로드리게스 라마호 비토리아 가스테이즈시 환경정책 책임자는 "우리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2030년까지 총 112개의 기후중립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차 없이 어떻게 다녀요?" "걸어 다녀요" [이미지 출처: tamara garcevic]


로드리게스비토리아 가스테이즈시가 사람들이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고 언덕에서 산책하기를 즐기는 도시고 설명한다. 그는 "비토리아를 녹색도시로 만드는 원동력은 시민들로부터 나왔다"며 시민들에게 그 공을 돌린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도시 녹화정책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정책을 실행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한 그의 굳건한 다짐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시민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항상 이런 계획에 환경단체와 주민 협회의 참여를 모색했다"며 "토리아 시민들은 시의 친환경 정신을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삶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이미지 출처: Ehimetalor Akhere Unuabona]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과 세계 양극화, 죽고 사라지는 동식물, 우리 몸에 쌓이는 플라스틱⋯.


인간이 코앞의 편익을 위해 충분한 고민없이 행동한 대가는 너무나 크다. 나는 환경을 지키려는 전 세계적 노력이 일상화된지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야 그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천은 어려웠다. 편의점에 가면 봉투를 구매하지 않는다거나 카페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정도의 수준. 억지로 더 쥐어짜내자면, 먼 옛날 '아나바다'의 기억을 되살려 음식이든 옷이든 어떤 물건이든 최대한 있는 것을 쓰고 최대한 낭비하지 않는 정도다. (혹시 아나바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를 모르는 독자가 있다면… 부럽습니다.)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멀리 있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그리 재미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동을 줄이자'는 다짐이 그저 의무감으로만 남아있었나보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고개를 들어 함께 스페인의 북부도시를 바라보자. 비토리아 가스테이즈의 시민들도 처음에는 자동차가 없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리 달갑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불편할 줄 알았던 변화가 녹지 공간, 새소리, 맑고 깨끗한 공기로 돌아왔을 때 그 결과는 달콤했으리라.


우리 일상에 선물같은 변화를 안겨줄 수 있으면서도 환경을 아끼고 지킬 수 있는 작은 행동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환경운동 중독자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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