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도시에는 자동차가 없다
비토리아 가스테이즈. 이 도시는 스페인 최초로 자전거 도로망을 만들고 녹색 고리(Green Ring)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길이만 해도 무려 180㎞에 달하는 스페인의 친환경적 고리는 1980년대에 처음으로 건설 계획이 논의되고 1990년대 초 본격적인 건설에 돌입했다. 건설이 완료됐을 때는 25만 그루의 나무가 녹색 고리를 따라 심어져 있었다.
비토리아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도시 녹화정책을 계속해 나갔는데, 2006년에는 도시 일부 구간을 지정해 차량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슈퍼블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는 슈퍼블록을 점진적으로 늘려 도시 내 보행자 구역을 기존 31%에서 71%로 확대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과 세계 양극화, 죽고 사라지는 동식물, 우리 몸에 쌓이는 플라스틱⋯.
인간이 코앞의 편익을 위해 충분한 고민없이 행동한 대가는 너무나 크다. 나는 환경을 지키려는 전 세계적 노력이 일상화된지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야 그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천은 어려웠다. 편의점에 가면 봉투를 구매하지 않는다거나 카페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정도의 수준. 억지로 더 쥐어짜내자면, 먼 옛날 '아나바다'의 기억을 되살려 음식이든 옷이든 어떤 물건이든 최대한 있는 것을 쓰고 최대한 낭비하지 않는 정도다. (혹시 아나바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를 모르는 독자가 있다면… 부럽습니다.)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멀리 있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그리 재미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동을 줄이자'는 다짐이 그저 의무감으로만 남아있었나보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고개를 들어 함께 스페인의 북부도시를 바라보자. 비토리아 가스테이즈의 시민들도 처음에는 자동차가 없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리 달갑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불편할 줄 알았던 변화가 녹지 공간, 새소리, 맑고 깨끗한 공기로 돌아왔을 때 그 결과는 달콤했으리라.
우리 일상에 선물같은 변화를 안겨줄 수 있으면서도 환경을 아끼고 지킬 수 있는 작은 행동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환경운동 중독자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