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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Apr 30. 2024

4월을 보내며


  오늘은 4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절기상으로는 5월까지를 봄이라고 하지만 더위가 빨리 찾아와 봄의 끝자락인 것 같습니다. 많은 시인들이 4월을 예찬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규정한 시인이 있지요.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를 통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후략)”라고 했습니다.


  엘리엇은 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봄보다는 겨울이 더 좋았다는 뜻이 아닐는지요. 봄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욕망으로 혼란스럽게 한다는 역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4·19 혁명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186명의 사망자와 6,02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잔인한 달이었기에 엘리엇의 시가 그런 정서에 이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해인 시인은 4월은 “꽃 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 세상은 오만 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 피었답니다 / … /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하고 / 꽃들 가득한 4월의 길목에 /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라고 쓰고 있지요.


  4월에 4·19 혁명 같은 사건이 있을 수도 있고 잔인하고 참담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만, 계절적으로 본다면 봄의 한가운데 있는 4월은 나목(裸木)에 푸른 잎이 돋아나고, 3월까지 내내 숨겨왔던 예쁜 꽃잎들이 서로 활짝 피는 4월은 아름다운 계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4월은 안정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3월에 새로 짝을 만난 학생들도 4월이면 얼굴이 펴지고 운동장에는 푸릇푸릇한 새순이 돋는 잔디가 학생들을 평화롭게 만들지요.


  4월의 향기를 한껏 마셨던 우리는 4월을 보내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시 찾아올 내년 4월엔 우리 모두 알록달록한 꽃이 됩시다. 빨간 꽃도 좋고 노란 꽃도 좋습니다. 그러면서도, 64년 전 4월의 어느 날 새싹과 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많은 부모님들은 슬픔을 이겨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셨을 것입니다. 내 가족도 중요하지만 좀 더 넓은 시야로 이 땅의 모든 사람과 역사의 안위까지를 돌보는 4월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이것이 4월의 교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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