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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Apr 29. 2024

세상 일을 줄이자


  그동안 바쁘게만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잃은 것이 많았습니다. 주위에 사랑스러운 눈빛도, 따스한 웃음도 건네는 것이 인색했지요. 상대의 마음도 잘 읽지 못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신문 읽고, 운동하고, 급히 출근하여 하루 종일 뛰었습니다. 거의 매일 밤 누구라도 만나서 저녁을 같이하고 1시가 넘어 잠에 들었지요.


  그러나 1년여 전부터 여유를 찾았습니다. 좀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행복도 발견했지요.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글도 씁니다. 가끔 학생들에게 특강도 하고 세미나에도 참여합니다. 다정한 벗들과 차담(茶譚)을 나누고 식사도 같이 하지요. 주중에는 매일 부족한 글이지만 친지들과 공유하고, 페이스북이나 브런치스토리에도 올려 불특정 다수들과도 소통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몇몇 가족들과 함께 보문산 트래킹을 하고 친지들과 유등천도 걷습니다.


  이제는 세상일을 줄이는 것을 생각합니다. <채근담>에도 나와 있듯이 “교제를 줄이면 분쟁을 면할 수 있고, 말을 줄이면 비난을 적게 받고, 지혜를 줄이면 본성을 보존할 수가 있다”지요.


  <채근담>을 읽으니까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하던 친구 생각이 납니다. 그 친구는 매사에 심각하여 철학 전공을 할 줄 알았는데 공대에 가더군요. 그 친구와 어슴푸레한 저녁에 둑방을 걸으며 ‘질량 불변의 법칙’이 인간의 일상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고 열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 기쁜 일과 슬픈 일, 화려함과 수수함. 이러한 형태는 변해도 전체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해석이었는데, 질량 불변의 법칙을 발견한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들으면 많이 웃었겠지요.


그러나 지금도 젊었을 때의 도전과 패기, 나이 들어서의 관조와 너그러움이라는 형태가 다르지만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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