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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y 08. 2024

어버이날에


  오늘은 제52회 어버이날입니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직접 뵙고 감사의 말씀을 드릴 수 없네요. 언젠가 <어머니>에 대한 시를 올렸기 때문에,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아버지>에 대한 시를 올리겠습니다.


  “친구나 친척도 많지 않고

   취미나 오락도 특별한 게 없고

   술은 한 모금도 못 마시며

   외롭게 살다 가신 아버지


   식사는 맛있게 하시지만

   짙은 커피에 설탕 세 수저 하루에

   여러 번 마시고

   아까워 연기 깊이 마시는

   담배 하루 세 갑,

   그래도 건강하게 살다 가신 아버지


   단풍이나 물놀이도 안 가시고

   자식들 등쌀에 억지로

   제주도 한 번 가신 것 빼면

   비행기도 타보지 못하시고

   집과 일터, 식당과 공원만 왕래하시다

   재미없이 살다 가신 아버지


   아들에게 야단 한번 안 치시고

   ”우리 아들 이쁘네 “

   머리 한번 쓰다듬지 않으시고

   평소 감정은 열지 않고

   무뚝뚝하게 살다 가신 아버지


   살가운 말씀 안 하시니

   주위에 애교 떠는 사람 없지만

   그것이 편하다고 스스로 성 쌓아

   속으로만 웃음 간직하다 가신 아버지


   구십을 바라보는 추운 겨울날

   갑자기 폐렴 악화되어 누우시더니

   끝내 일어서지 못하시고 떠나신 아버지


   의식이 몽롱해지고 입술 떼지 못하시더니

   기적처럼 기력을 회복해

   하나님 영접하신 아버지


   살도 피도 눈물도 다 마르고

   가랑잎같이 가벼워지면서

   팔십구 년의 영욕, 풍랑과 보람 뒤로 하고

   생을 마감하신 아버지


   생전에 불효막심하던 나는

   꿈에서 자주 아버지 뵙지만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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