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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y 20. 2024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학생들에게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라고 물으면 선진국이라고 대답하는 학생도 있고 아니라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반되는 두 가지 답이 모두 맞습니다. 선진국이라고도 할 수도 있고 선진국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는 UN에서 ‘한국은 선진국에 속한다’고 인정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변경을 발표했습니다. UNCTAD가 설립된 이래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조사 기관과 조사 시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국은 종합 경제력, 군사력, 외교력, 기술력 등 각종 지표에서 세계 10위권 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를 기록하는 것도 많이 있지요. 컴퓨터 보급률 세계 1위, 반도체, 조선 산업, 철강 생산율도 항상 세계 1~3위권을 유지하고 있지요.


  국제적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4대 메이저 국제 대회라고 하는 동계 올림픽, 하계 올림픽, FIFA 월드컵,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를 모두 개최한 국가입니다. UN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한 국가입니다. 6·25 전쟁 시 세계 16개 국가로부터 원조를 받았던 나라가 이제는 원조공여국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선진국이 맞지요.


  그러나 선진국이 아니라는 근거도 많이 있습니다. 빈부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부를 기준으로 할 때 상위 10퍼센트와 하위 50퍼센트의 격차는 52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이고,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이며, 노인 빈곤율도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개인 간 신뢰도와 기관에 대한 신뢰도도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제 <아침단상 353>에서도 언급했지만 성평등 지수도 하위권에 속해 있고, 그중 유리천장 지수는 OECD 국가 중 12년째 최하위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는 경제력을 비롯한 국가의 역량으로는 분명히 선진국인데 사회문화적으로는 선진국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포괄적인 답을 드리면 ‘사회적 자본’ 지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적으로는 풍부해졌지만 무한 경쟁 사회가 되면서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되었기 때문에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며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내기 어렵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선진국이 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이고 종교단체를 비롯한 시민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습니다. 특히 대학에서는 인문학의 확산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전의 모 대학에서 2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무 전공으로 입학하여  1~2학년까지는 교양과목 위주의 수업을 하고 3 하년 때 인문학이나 첨단과학의 전공을 선택하는 모델이  결실을 맺고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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