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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Jun 26. 2024

수요자 중심 사회


  요즘 각 분야에서 ‘수요자 중심 사회’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잘 이행되거나 정착되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수요자란 공급자와 대칭 관계이지요. 가장 대표적으로 자신이 필요해서 물건을 사거나 얻고자 하는 사람을 수요자라고 한다면 반대 입장은 공급자가 되겠지요. 공급자는 비싸게 팔려고 할 것이고, 수요자는 싸게 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시장에서는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상당 부분 자율 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균형이란 수요와 공급이 같다는 양적인 개념입니다. 그러나 수요자 중심 사회에서 지향하는 것은 질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고, 그것은 수요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정치에서도 수요자 중심의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동안 민주화는 공급자 중심의 민주주의였기 때문에 이것이 공급자적 관점에서의 절차와 제도, 이념에 치우쳐왔다면 앞으로는 수요자적 관점에서 대중의 욕구, 의식, 관점, 태도에 부응하고 또 그것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로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지향은 부정적 의미의 ‘대중 영합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성이라는 말속에는 부정적 의미보다는 시의에 따른 원칙과 상식이라는 보다 진일보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이는 대개 순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마련입니다. 루소(Rousseau)의 ’ 일반의지‘ 개념이기도 하지만, 미시적으로 본다면 대중 개개인의 의사 표시나 생각은 이기적이고 불합리한 측면이 있고, 거시적으로 본다면 다수 의사의 결집체는 합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은 민주주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이후 161년이 지난 지금에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여러 민주주의 국가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요자 중심 민주주의는 국민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 원리를 확인한 말이 되겠지요.


  시장에서 ‘손님은 왕이다 ‘라는 말은 수요자 중심의 사고를 말하는 것이고,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을 강조하는 것도 수요자 중심의 사고입니다. 더더욱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부야말로 수요자 중심의 사고를 굳건히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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